새 정부가 내세우는 언론행정의 요체를 한마디로 축약하면 ‘정상화’이다. 언론을 통제와 정권홍보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대화의 대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 정부는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과거 정권이 언론통제와 정권홍보에 이용했던 조직과 기능들을 과감하게 없애버리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다.

YS시절 ‘언론통제의 사령부’로 악명이 높았던 정무수석실이 담당하던 대언론 기능을 대부분 공보수석실로 이관했다.

당시 정무수석실 산하 홍보비서관은 언론기관 홍보조정, 공보처와의 공조, 국정홍보 등 세가지 업무를 담당했었다. 그러나 새 정부에선 홍보비서관이 국정홍보 업무만을 전담키로 했다.

정무수석실의 비대화는 ‘언론통폐합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허문도씨가 정무수석을 맡았던 84년부터 시작됐다. 허씨는 정권의 필요에 따라 언론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공보수석실의 언론기능을 대폭 정무수석실로 옮겨왔다.

그후 허씨의 의도를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원종 전 정무수석이었다. 새 정부가 정무수석실의 대언론 기능을 공보수석실로 이관한 것은 그런 점에서 정상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문희상 정무수석은 임명 직후 청와대 기자들을 만나서 “절대 이 수석처럼 언론사에 강압적인 전화를 걸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보수석실은 그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공보수석실은 YS 당시 보도지원과 연설문 작성이 업무의 전부였다. 언론과 관련한 주요업무를 정무수석실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심부름 센터’란 오명도 감내해야 했다.

새 정부의 공보수석실엔 보도지원과 연설담당 비서관 외에 일반공보, 국내언론, 해외언론, 통치사료 비서관이 추가됐다.

공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언론에 대해 통제나 조정이 아닌 객관적 자료 제시를 통한 설명으로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수석실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 수석들이 매주 요일을 정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구 공보처의 종합홍보실 기능을 이관받아 신설된 총리실 산하 공보실 역시 과거의 정권홍보 기능을 전면 폐지했다. 공보처 시절 종합홍보실은 공보정책관, 제 1·2·3 기획관, 협력 1·2·3과장, 분석과장 등 방대한 조직으로 각 정부 부처의 홍보업무를 조정하는 한편, 정권홍보 기능에 앞장서왔다.

특히 이원종 정무수석은 종합홍보실을 중심으로 안기부와 각 부처 차관들이 참석하는 홍보대책기구를 운영, 언론통제에 활용했다. 그러나 신설된 공보실은 총리실 홍보, 국가홍보, 운영총무, 자료지원 등 그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국가홍보 업무에 포커스를 맞출 방침이다.

오효진 공보실장은 “앞으로 행정기관이 간섭·통제의 대상으로 언론을 상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 지표와 정책, 계몽사항을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언론에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공보처의 언론과 관련된 기능을 이관받은 문화관광부의 문화사업국은 신문잡지과와 방송광고행정과 등 2개과가 전부일 만큼 그 기능이 축소돼 있다.

신문잡지과는 종래의 행정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겠지만 그 위상은 상당히 약화될 수 밖에 없고 방송행정과는 통합방송법 이후 대부분의 기능이 통합방송위원회로 이관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현재의 조직 위상으로는 과거 공보처의 신문방송국장이 언론보도 내용을 통제하는 상황은 결코 재연될 수 없으리란 분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