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 라디오21(www.radio21.co.kr)의 김용민 편성국장이 15일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글입니다. 미디어오늘은 다양한 의견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 변희재/전 브레이크뉴스 편집장 ⓒ 한겨레
요즘 변희재씨가 바쁘다. 연예인들의 온갖 민망한 소문을 적시한 'X파일'의 확산 주역이 포털 사이트요, 그 포털에 기사를 제공한 CBS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설파하느라 그렇다. 경향신문, 한겨레는 물론, 미디어오늘까지 기고 가능한 모든 매체에 같은 논리를 반복해 필력을 쏟고 있다. 아마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설정하고 싶은 마음이 많은 게다. 하지만 설득력이 없는 내용을 계속 접해야 하는 3개 매체 동시 구독자인 필자로서는 퍽 고루하고 짜증난다.

이목이 쏠리는 기사를 헤드라인에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사실상 편집 행위의 전부인 포털은 변씨말고도 여러 언론 비평가들에 의한 단골 문제 제기 대상이었다. 하지만 변씨의 CBS 책임론은 어딘가 억지의 흔적이 많아 보인다.

변씨는 CBS노컷뉴스가 이를 보도하면서부터 일이 커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취재 일선에서 경험을 해 본 기자들로서는 설득력이 없는 어려운 주장이다. 문제가 '연예인들의 온갖 험한 루머들을 상세히 담은 X파일이 나돌게 된 현상'에 있지, 그 현상을 보도한 매체에 있겠냐 이것이다.

물론 사안을 확대 재생산한 포털과 언론의 책임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만약 그런 보도가 자제됐다면 소문이 '찻 잔 속에 태풍' 정도로 그치고 말았을까? 노컷뉴스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과연 전혀 이슈화가 안 될 일이었을까?

문제의 X파일은 국내 굴지의 광고 기획사가 지명도 있는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탐문해 조사한 보고서였다. 이것이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파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찌 이런 사안을 뉴스로서의 가치가 없다 말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직업 윤리 때문에 그것을 기사화할 기자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가정은 다소 생뚱맞다. 만약 변씨가 편집국장으로 일했던 브레이크뉴스에서 그 같은 정보를 앞서서 입수했다면 '언론 윤리' 따져가며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을까?

물론 공연한 사실이라 할지라도 연예인의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같은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논리는 물론 아니다.

필자는 이 즈음 변씨와 CBS의 묘했던 옛 관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변씨는 얼마 전 여성 취재기자들이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에게 '몸 로비'를 함으로써, 굵직한 기사 아이템을 따내는 관행이 있다는 투의 글을 브레이크뉴스에 기사로 올렸다가 해당 기자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았다(물론 변씨의 이 기사는 포털에서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변씨는 처음에 '물증이 있다'는 확신조로 이야기하더니 후에는 사과조로 바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이런 와중에 노컷뉴스가 변씨 발언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고, 그의 'KBS 시청자위원'으로서의 자질 문제를 거론했다. 필자가 보기엔 아마도 이 점이 변씨로 하여금 CBS에 대해 심각한 악감정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판단한다.

결국 변씨의 CBS 책임론은 한마디로 '사적 감정'의 소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언론인이요, 비평가라면 자신의 불편한 감정과 분노를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어쭙지 않은 구실로 끌어들여 논리화하려는 욕구를 누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저널리스트의 자기 관리의 기본이다.

변씨는 앞으로도 포털의 선정성을 물고 늘어져 책임을 추궁할 요량이라면 그런 행태의 기사로 한참 재미를 본 브레이크뉴스 편집국장 때의 일을 반성하길 바란다. 포털 저널리즘의 문제점은 누군가 제기해야 할 문제지만 변씨가 나서서 주창하기엔 어딘가 모를 어색함이 있다.

특정 연예인에 대한 악담을 써서 해당 연예인과의 말싸움을 유도하고, 그렇게 해서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이 어찌 기사요 비평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그 이력이 꼬리표처럼 달릴 변씨에게 이런 충고를 건넨다. '너나 잘해'라는 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비평가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점을 말이다.

김용민 / 인터넷방송 라디오21 편성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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