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레미콘 회사인 흥국산업. 사진=흥국산업 홈페이지 
▲경기지역 레미콘 회사인 흥국산업. 사진=흥국산업 홈페이지 

경기지역 레미콘 회사인 흥국산업이 경인일보 인수에 나서면서 경인일보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흥국산업의 인수 계획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고 투자를 요구할 계획이다.

14일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흥국산업은 지난달 경인일보 구성원들에게 ‘(흥국산업이) 절반 이상의 주식을 확보했다’고 통보했다.

흥국산업은 경인일보 측에 2대 주주 경기고속(15.83%), 3대 주주 남우(14.89%), 유앤아이디벨롭먼트(2.62%), 씨이티(2.38%) 등의 주식을 매집했거나 위임받는 등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3월 말 주주총회에서 흥국산업의 대주주 지위가 의결되면 경인일보는 25년 만에 단독 과점 주주를 맞게 된다.

당초 경인일보는 회사 안정화를 위해 3월 말 주주총회에 기존 주주들의 100억 원 주식증자 안건을 제안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는 흥국산업의 인수 통보로 인해 무산됐다. 

흥국산업은 경인일보 측에 이기윤 흥국산업 회장이 직접 경인일보 경영을 맡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인일보 인수 과정에서 흥국산업의 투자 유치를 요청·주도한 홍정표 전 경인일보 논설위원을 사장으로 세워 대외 업무를 맡기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표 전 경인일보 논설위원은 지난달 26일 경인일보 직원들을 상대로 흥국산업의 인수 공청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청회 자리에서 홍 전 위원은 경인일보 인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흥국산업이 언론사 경영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감자 후 증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누적 결손금을 없애기 위해 발행 주식을 소각(감자)하고 주식 발행(증자)를 통해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인일보에 2021~2022년 입사한 41, 42기 기자들은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흥국산업과 대선배가 합작한 현실 앞에서 경인일보의 미래를 함께 헤쳐나갈 재간이 없다”며 “대리인은 경인일보를 ‘세습’의 수단으로 구슬렸고, 소유주가 어느 지역언론의 ‘맛’을 봤다는 발언도 공개 석상에서 서슴치 않았다. 경영권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한 채 오너 리스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고 비판했다. 

흥국산업의 언론사 인수 적격성 문제도 제기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과 이 회장의 동생인 이기윤 흥국산업 회장은 현재 한강유역환경청과 하남시가 벌이고 있는 400억 원 규모의 하남 한강변 폐천부지 정화비용, 정화주체를 둘러싼 법적 싸움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됐다. 이기흥 회장이 창업한 골재 생산업 업체 ㈜우성산업개발이 폐기물 처리를 하지 않고 법인을 해산해 지역사회에서 비판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경인일보 편집국은 지난달 29일 신규 주주 검증단 운영 방침을 발표하는 성명을 낸 후 편집국장을 주축으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경인일보 본사 및 인천본사 편집국장, 데스크, 지역본부장 일동은 성명에서 “신규 주주는 물론 지분을 확대하려는 주주는 그 사유와 명분을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밝혀야 한다. 예외는 없다”며 “모든 회사는 오너리스크가 존재하며 언론사, 특히 포털 입점에 전력해야 할 현재 상황에선 오너리스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흥국산업의 전반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고 했다.

흥국산업의 인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경인일보지부는 당초 회사에 100억 증자를 요구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흥국산업에도 투자금 100억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어 사주의 경영권 남용을 막기 위한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우성 한국기자협회 경인일보지회장은 14일 미디어오늘에 “지회원들 간 흥국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지회 차원에서 공식입장을 표명하긴 어렵다”며 “회사가 불안정한 시기를 거치면서 사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지회원이 경인일보의 발전을 염원하고 있으며 어떠한 주체가 경영을 맡게 되더라도 우리 신문의 역사와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흥국산업의 경인일보 투자 유치를 주도한 홍정표 전 경인일보 논설위원은 흥국산업의 경인일보 인수 이유와 구성원들의 편집권 침해 우려, 경영 정상화 방안 등을 묻는 미디어오늘의 질문에 “다음주 금요일에 흥국산업 회장과 경인일보 노조, 편집국장 등 직원들이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질문 내용이 그대로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올 예정”이라며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용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흥국산업에) 경인일보 정상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투자 요청을 했다”며 경인일보 사장설에 대해선 “사실”이라며 인정했다. 폐기물 관련 논란에 대해선 “이미 오보라는 게 증명이 됐다. 이기윤 회장이 우성산업개발 등기이사를 그만둔 게 2004년”이라며 “문제가 된 ‘불소’는 2004년 당시엔 환경폐기물 대상이 아니었다. 이후 법이 강화돼 포함된 것이고, 그 이후 조사한 결과에서도 검출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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