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조수연 후보도 친일 망언을 쏟아내 파문이다. 광복회는 일본 극우의 망언에 가깝다며 이런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제된 글의 내용은 “백성들에겐 일제강점기가 조선보다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 “망국의 책임은 친일파가 아니라 고종에 있다” “생선이 된 우리를 한탄해야지 이를 먹은 고양이를 탓하나”이다. 그런데 이를 사과한다고 쓴 글에서도 망국의 책임은 고종에 있다고 주장해 과연 인식이 달라진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에 조 변호사는 미디어오늘에 보낸 답변에서 망국의 책임이 고종에도 있고 친일파에도 있다면서 표현의 미숙함에 다시한번 사과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전서구갑 후보로 공천된 조수연 변호사는 지난 2017년 8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광복절과 국치일’에서 “사람들은 망국의 주된 책임자로 이완용 등 친일파를 지목하고 그들에게 화살을 날리며 분풀이를 하지만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일본은 고양이, 조선은 생선이었다.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것을 먹은 고양이를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느냐”고 비하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망국의 제1책임은 누가 뭐래도 군주인 고종”이라며 “이완용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군주의 책임을 신하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무능한 군주였다. 민비 치마폭에 쌓여 관직도 전부 돈 받고 팔았다”고 일본이나 친일파가 아닌 고종 책임론을 역설했다.

▲국민의힘 대전서구갑 후보로 공천된 조수연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국민의힘 대전서구갑 후보로 공천된 조수연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어 그는 인구의 50% 남짓 일반 백성들만 세금과 군포, 부역을 도맡았으니 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면서 돌연 일제강점기 미화론을 폈다. 조 변호사는 “그 때 백성들은 진실로 대한제국의 망국을 슬퍼했을까”라며 “그들은 봉건적 조선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썼다.

이 같은 글을 쓴 사실이 이번 총선 국면에서 알려지자 곳곳의 반발이 쏟아졌다. 이에 조수연 변호사는 과거 썼던 글을 모두 삭제하고 사과의 글을 올렸다. 조 변호사는 13일 오후 페이스북에 “물의를 일으켜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7년 전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훨씬 전에 쓴 글”이라며 “2017년 여름경에 반일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표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조 변호사는 “‘백성들에게는 봉건왕조의 지배보다 일제강점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당시 백성의 아픔을 이해하자는 차원을 넘는 실언이었음을 사과드리고, 관련 부분은 즉시 삭제하였다”며 “조선 말기의 백성들이 나라와 양반의 이중 수탈에 인간다운 삶은 살지 못하였음은 분명하지만, 그분들이 일제강점이 더 좋았을 수 있다고 쓴 것은 강조 차원이었더라도 비약이었음을 인정한다. 앞으로 언행을 더욱 조심하겠다”고 썼다.

그러나 망국의 책임은 고종에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이완용이란 매국노를 아주 싫어하며 한번도 이들을 옹호한 적이 없다”면서 “망국의 최종 책임은 절대군주였던 고종에게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었다”고 썼다.

▲조수연 변호사가 지난 2017년 8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망국의 책임이 고종에 있고,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걸 먹은 고양이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느냐고 비하하고 있다. 일부 대목 강조표시. 사진=페이스북 MBC 인용 영상 갈무리
▲조수연 변호사가 지난 2017년 8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망국의 책임이 고종에 있고,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걸 먹은 고양이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느냐고 비하하고 있다. 일부 대목 강조표시. 사진=페이스북 MBC 인용 영상 갈무리

이에 광복회도 이를 성토하고 나섰다. 광복회는 14일 오전 국민의힘 조수연 국회의원 후보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일제시대가 더 좋았을지 모른다’는 국민의힘 대전서구갑 후보의 망언 수준의 글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자가 일제 강점기 우리민족의 고통을 ‘생선’으로 비하하고, 뉴라이트의 친일 식민사관과 식민지배의 정당성 주장을 넘어 일본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글은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에 가까워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광복회는 “이 같은 역사의식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조 후보가 국민의 대표에 뽑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7년이 지난 오늘에도 조 후보의 입장과 역사의식이 같은지 조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 지 모른다’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현재도 갖고 있나 △‘이완용에게 망국의 책임을 말하면 군주의 책임을 이완용에게 떠넘기는 것’이라 한 ‘이완용 두둔’ 입장에 변함 없나 △일본의 국권침탈의 강제성과 불법성에도 일본을 ‘고양이’, 조선을 ‘생선’으로 비아냥거리며 을사늑약과 강제병탄 책임을 아직도 조선에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공개 질의했다.

조수연 변호사는 14일 오전 이 같은 광복회의 비판과 공개질의에 어떤 견해인지, 아직도 망국의 책임이 일본이나 친일파가 아닌 고종에 있다고 보는지, 제대로된 역사의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SNS메신저로 보내온 답변에서 “페이스북 내용을 참조 바란다”면서 “망국의 책임은 고종에게 있고, 또한 이완용 등 친일파에게도 당연히 있다. 이완용 두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 변호사는 “표현의 미숙함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며 “친일파를 두둔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조 변호사는 자신이 지난 2013년 8월19일 페이스북에 쓴 ‘조선일보의 친일’이라는 글에서 조선일보의 1936년 1월1일 신년사가 ‘천황폐하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는 맹세로 가득차 있다며 조선일보의 충성은 진심어린 충성이었다고 비판한 내용을 함께 보내왔다.

앞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해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를 잘 키웠던 선례라 미화해 파문을 불렀다. 비유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짤막한 사과문을 올렸다. 518을 두고 북한군 개입여부가 문제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한 도태우 후보와 난교예찬을 한 장예찬 후보도 망언, 막말 논란에 휩싸여 초반부터 선거판의 악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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