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가요 '단숨에'. 유튜브 갈무리
▲ 북한 가요 '단숨에'. 유튜브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여권 추천 위원 과반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북한 가요를 다수 차단했다. 소수인 야권 추천 위원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게시물”이라며 “유튜브에 치면 나오는 것들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제재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방심위는 지난 11일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하는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를 열고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사항 47건에 4인 과반으로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현재 방심위 통신소위는 여권 추천 위원 4인(황성욱·이정옥·허연회·김우석), 야권 추천 1인(윤성옥)으로 구성돼 있다.

방심위 사무처에 따르면 경찰청은 “해당 정보들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에서 제공하고 있는 성명 보도 등을 게재하거나 북한의 체제 이념 등에 대해 적극 공조하면서 북한의 통치 이념인 선군 정치를 선전 지지하거나 주체사상에 입각한 조국 통일 투쟁을 선호하는 내용,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의 정치적 지도력을 미화 찬양하는 내용 등을 게시하고 있다”는 취지로 심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다수가 오래전 게시된 북한 가요들로 나타났다. 윤성옥 위원은 “북한 ‘단숨에’라는 노래인데 이미 나무위키에 노래 가사며 다 나와 있다. 위원님들께선 저 가요 내용이 지금의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보이나”라며 “게시 날짜도 보면 2012년 6월28일로 돼 있다. 이거를 지금 제재해서 차단하는 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북한 노래 '단숨에'.
▲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북한 노래 '단숨에'.
▲ 방심위 제재 이후 12년 전 게시물이 비공개 처리됐다.
▲ 방심위 제재 이후 12년 전 게시물이 비공개 처리됐다.

윤 위원은 “언급된 많은 북한 가요들이 위키에 다 소개돼 있고 유튜브에 검색하면 동영상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안건들을 보면 이름이 ‘반미공동행동’과 같은 국내 인터넷카페, 블로그 등인데 원본이 있는 유튜브 링크를 삭제하지 못하면서 이 안건들만 이렇게 접속 차단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안건들엔 디시인사이드 군가 갤러리와 국내야구 갤러리 등에 게재된 게시물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김우석 위원은 “무면허 사람이 무사고로 몇십 년 운전했다고 해서 방치해도 되는 건 아니다”며 “보이는 대로 바로 조치하는 게 맞다. 유튜브라고 영상 원천이 조치되지 않은 상태에선 (제재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위원은 “제재 실효성을 언급한 건 경찰청에 의해 특정 사이트만 단속이 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린 것”이라며 “경찰청이 요청하면 별다른 주변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특정 사이트의 게시글을 삭제하고 있다.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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