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대일 방송 토론 성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위원장은 방송사 토론 요청을 받아 재차 수락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4일 출입기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방송사 토론 관련 문의가 많아 알려드린다"며 "현재까지 KBS, TV조선, 채널A, MBC, JTBC, SBS, MBN, YTN 8개 방송사로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1:1 토론’ 요청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모든 방송사의 요청에 대해 받은 즉시 수락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방송사 요청 토론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공지한 이후 두번째다.

한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는 4일 토론회 문제로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를 마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과 일대일 토론에 대한 수용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취임하고 제가 야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 국정을 놓고 대통령과 단 한 차례도 만나지 못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는 역사적 기록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계속 요청한 것처럼 난국을 해결하고 경제 파탄, 민생 파탄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라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
▲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

한 위원장이 이날 오전 중앙당사에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원래 토론 잘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고, 민주당에서 그렇게 자평해 왔다.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와의 일대일 토론을 재차 압박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언론은 사실상 일대일 토론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부정적인 뜻으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4일 오후에도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사에서, 누구를 사회로 내세워도 상관없다. 김어준이 사회봐도 상관없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방송사가 원하지 않나. 그걸 안 하겠다는 얘기는 정치를 안 하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총선에서 국민 선택을 강하게 원하는 정당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당 대표 간의 토론이지, 대통령과의 토론은 너무 뜬금없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한 위원장은 “왜 이렇게 토론에서 도망하려 하겠나. 일대일 토론하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법카, 당신이 쓴 거 맞냐. 대장동 비리는 어떻게 된 거냐. 성남FC 뇌물, 당신이 알았나. 대북송금 당신이 알았냐 등 너무 많다”고도 말했다.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경제가 어렵고 민생의 어려움으로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을 활발히 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생을 위해선 현재 시점에서 영수회담이 유효하다는 문제의식을 이 대표가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한 위원장과 일대일 토론을 피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가장 좋은 건 맞받아치면 된다. 이재명 대표 토론 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이는 거의 없다”며 “피할 이유가 없지만 우선순위로 봤을 때 국민에 도움이 되는 토론은 영수회담이고 그게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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