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홈페이지 갈무리.
▲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년3개월 동안 계속된 변화 속에 ‘우리’가 들어와 있었다. 수시로 현안들이 바뀌고 상태에 따라서 때로는 분노하면서 인터뷰에 응하고, 여러 가지 간절한 소망을 표출하면서 인터뷰 응하고, 그렇게 해서 1년3개월을 해왔던 것 같다.” (고 이주영씨 아버지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3월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10·29 이태원 참사 직후인 2022년 12월부터 1년3개월 동안 매주 희생자 유가족들을 인터뷰 해왔던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 <10·29 참사, 기억과 기록> 코너가 지난 1일 막을 내렸다. 시선집중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참사를 두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기록해왔다.

시선집중을 연출하고 있는 박정언 MBC 라디오 PD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실적 제약 때문에 모든 유가족분들을 전부 인터뷰할 수 없는 상황도 있고, 유가족협의회와 제작진이 상호협의를 통해 언제쯤 <기억과 기록>이라는 형태의 방송을 종료하면 좋겠느냐 계속 이야기해왔다”며 “그렇게 3월1일을 마지막 방송으로 하자고 이야기해 방송을 내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3월1일 '10.29 참사 기억과 기록' 코너 마지막 방송화면 갈무리.
▲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3월1일 '10.29 참사 기억과 기록' 코너 마지막 방송화면 갈무리.

첫 방송과 더불어 지난 1일 마지막 방송에 출연한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마지막이라 유가족들이 굉장히 아쉬워하고 허탈해하는 마음이 크다. 사실 이 코너에 우리 가족들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면 모든 유족이 귀를 기울이고 듣는다. 인터뷰한 가족들이 내가 실수한 거 아닌가 이야기하면 다른 가족들이 격려해주고, 이 코너가 우리 유가족들에겐 위로와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다”며 아쉬움과 고마움을 전했다.

시선집중은 매주 10분가량을 할애해 총 63명의 유가족 목소리를 들었다. 참사 초기 언론에 나서기 어려웠던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소통의 매개가 되고자 시작한 인터뷰였다. 제작진은 섭외 과정에서 ‘우리의 필요로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저분들이 이야기하고픈 걸 전하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어렵게 인터뷰 요청에 응한 유가족들은 각자 희생자들과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현재의 마음 상태, 사회적으로 논의돼야 할 부분을 말하기 시작했다.

6개월 전 시선집중에 합류한 박정언 PD는 미디어오늘에 “2022년 10월 참사 직후엔 유가족분들이 인터뷰 등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고, 언론에 이야기했을 때 잘 전달될까 하는 불신도 있는 상태였다”며 “시선집중에선 어떻게든 사건의 당사자인 분들이 목소리를 내서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기록하는 형태로라도 남겨야 된다는 취지로 말씀드렸고, 취지에 공감을 해주셔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3년 11월24일 '10.29 참사 기억과 기록' 코너 방송화면 갈무리.
▲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3년 11월24일 '10.29 참사 기억과 기록' 코너 방송화면 갈무리.

시선집중은 ‘참사를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 기록하자’고 강조했다. 본인 목소리가 담긴 인터뷰가 생방송으로 방송된다는 부담감에도 63명의 유가족이 인터뷰에 참여했던 이유다. 박 PD는 “참사로 희생된 분들만이 당사자가 아니다. 가족, 친구 등도 사건의 파장 안에 있다”며 “가족들이 기억하는 것, 참사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논의되고 때로는 정치적으로 어떤 이슈가 되는지 상황 변화에 따라 기록하는 것의 가치를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유가족분들이 공감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코너는 끝났지만 질문은 남아있어, 10·29 참사 논의 이어갈 것”

본래 오래 지속할 계획이 아니었던 <10·29 참사, 기억과 기록> 코너는 10·29 참사를 둘러싼 논의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1년3개월 동안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양당은 특별법의 국회 재표결 시기를 4·10 총선 뒤로 미뤘다.

이정민 위원장은 지난 1일 시선집중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재표결 관련) 경위를 들으니 유가족협의회와 협의를 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던데 설명해줄 수 있냐’는 진행자 김종배씨의 질문에 “다시 정쟁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총선 이후로 미루자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그런 것들이 다 사라진 상태에서 오롯이 여야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양심에 의해서 판단하고 어떻게 결정할지를 한번 지켜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 2023년 10월29일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를 위해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추모 메시지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2023년 10월29일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를 위해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추모 메시지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 위원장은 “특별법이 통과되고 공포가 돼서 다시 이 자리에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처음과 똑같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이 상태에 있는 게 너무 공허한 감을 많이 느낀다”며 “(정부가) 참사에 대한 대응을 진정성 없이,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저희는 이젠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국민들께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박 PD도 미디어오늘에 “코너 형태는 끝났지만, 10·29 참사가 사회적으로 던진 질문은 아직까지 계속 남아있고, 그런 질문이 남아있는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또 어떤 형태로든 계속 다루게 될 것”이라며 “이 코너를 끝낸다고 해서 내부에서 10·29 참사 관련 논의가 마감되는 건 아니다. 형태는 바뀐 채로 어떻게든 논의를 이어가자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선집중 <10·29 참사, 기억과 기록>은 지난해 9월 제50회 한국방송대상 시사보도라디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돼기도 했다. 박 PD는 “가족분들이 목소리를 드러내면서까지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분들에게 하고싶은 이야기가 분명히 있었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로 저희 프로그램의 코너가 잘 기능했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남겨주신 기록이 10·29 참사 관련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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