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 공천하기로 결정하면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컷오프(공천 배제)당했다. 이에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임종석 비서실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지도부의 재고를 요청한다> 입장문에서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회에 묻고 싶다.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어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기동민, 안민석 의원 컷오프를 확정했고, 지난달 29일에는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4선·인천 부평을)의 컷오프를 확정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공천 내홍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1일 이용욱 경향신문 정치에디터는 <감별의 쓴맛, 감당할 준비 됐나> 칼럼에서 “기자 역시 일부 정치인들의 진심을 믿었던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좋은 정치인으로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지금 여의도를 보면서 정치에 품었던 열정과 기대가 부질없었음을 깨닫는다. 공인의식은 간데없고, 사리사욕에 매몰된 정치인들만 득실거린다. 몇몇 사람들이 의원이 된 후 나쁘게 변해가는 과정도 봤다. 열정은 개인적 욕심으로, 한때의 겸손은 특권의식으로 바뀌었다”고 운을 뗐다.

▲1일 경향신문 칼럼.
▲1일 경향신문 칼럼.

특히 민주당의 공천 파문을 보면서 여의도가 더 싫어졌다고 했다. 이용욱 정치에디터는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과정은 의혹투성이고, 결과는 편파적”이라며 “친명 의원들은 공천받고, 이 대표에 비판적이던 의원들은 불이익을 받는 현상이 너무도 뚜렷하다. 반대편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한 여론조사를 돌리고,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을 지역구 관리 하위 10~20%로 분류했다는 소문도 사실로 확인됐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지 않으면 배척 대상인가. ‘사당화’ 비판은 과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컷오프된 친문을 옹호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이용욱 에디터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이들도 강경 지지층을 등에 업고 반대의견을 찍어눌렀다. 문재인 정부와 당시 주류인 친문들이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타당하다”면서도 “윤석열 정부 폭주에 대해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제1야당이 내부 분열로 비틀거리는 게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를 패배하게 만드는 마법은 주류의 전횡과 탐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역대 총선의 법칙이었다. 민주당이 그러한 법칙을 깰 만큼 국민들의 견고하고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본질은 민주당 공천 기준이 이 대표를 보호할 사람을 골라내는 것으로 보이는 프레임이 굳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에디터는 “이 대표와 부딪친 의원들의 지역구나, 친명계 원외인사 등이 점찍은 지역구 의원들이 여지없이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물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총선 때도 진박을 골라내다 1당을 내줬던 걸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에디터는 “‘진박감별사’로 불린 청와대 수석들과 여당의 친박 핵심들은 ‘박 전 대통령 퇴임에 대비한 충성파를 뽑아야 한다’며 공천에 개입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친박 후보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선거캠페인까지 지원했다”며 “하지만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라던 여당은 청와대 공천 개입의 역풍을 맞아 1당을 내줬고, 박근혜 정부는 탄핵 등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했다.

이 에디터는 “찐명감별사가 누구든 진실한 친박을 내리꽂으려다 역풍을 맞은 박근혜 정부의 전례를 곱씹었으면 한다”며 “이 대표 측은 시끄러운 국면만 넘기면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지만 ‘이재명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도 그 못지않다. 유권자들의 날카로운 감식안을 우습게 보다가 큰코다치는 정치권의 어리석은 행태를 번번이 지켜보는 것도 괴로운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1일 이관후 정치학자가 쓴 <제 발등 찍은 민주당> 제목의 칼럼도 실었다. 이 칼럼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가 민주당 내 침묵한 다수가 지금의 민주당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1일 경향신문 칼럼.
▲1일 경향신문 칼럼.

이관후 정치학자는 “그런데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가 과연 지도부 탓일까? 아니다. 민주당 내의 침묵한 다수가 지금의 민주당을 만든 주역이다. 당이 논란에 휩싸일 때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다수는 ‘공천을 앞두고 있으니 납작 엎드려야 할 때’라는 변명으로 일관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막상 공천이 발표되자 ‘공천 아닌 사천’ ‘사당화’를 외치지만, 그마저 반응이 싸늘한 것은 ‘지금까지 가만 있었던 이유가 결국 공천 때문이었나’ 하는 탄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결국 제 발등 제가 찍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학자는 “진짜 비극은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야 80석을 받든 120석을 받든 자기들 문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싶었던 국민들, 유권자들은 어쩌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