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호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운영위원장. 사진=정진호 제공
▲ 정진호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운영위원장. 사진=정진호 제공

서울, 경기, 경남, 광주전남, 대전충남, 부산, 전북, 충북 등 전국 8개 지역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있고 여러 상근활동가가 있지만 대전충남민언련에는 조금 독특한 ‘활동가’가 있다. 정진호 대전충남민언련 상임운영위원장은 대전KBS(KBS대전방송총국)에서 독립PD(외주PD)로 일하면서 언론과 행정을 취재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대전KBS ‘시사N 대세남’ 프로그램 ‘수상한 수의계약’편에서 민선8기 대전시(시장 이장우)의 홍보비 사용을 점검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대전시가 거의 비슷한 두 개의 홍보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한 업체와 두 차례(1800만 원, 1600만 원) 계약을 맺은 사례를 취재했다. 2000만 원이 넘으면 경쟁입찰을 해야하는데 이를 피하려고 두 건으로 나눠 수의계약(특정업체 지목해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한 한 광고 기획 업체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시절 선거 공보물을 제작했던 업체이자 이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의정활동 보고서 인쇄를 담당했던 업체였는데, 이장우 시장 취임 이후 무더기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또 다른 기획사도 이장우 시장 취임 이후 10여 건의 수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업체의 대표자는 대전 지역의 한 언론사 관계자였고, 이 언론사의 편국장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이장우 시장의 선거캠프에 합류해 이 시장 당선 뒤 대전광역시 홍보담당관으로 임명됐다. 이에 대해 대전시 홍보담당관은 대전KBS의 이해충돌 의혹제기에 “이해충돌이라는 건 의문이 있다”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과거 영어교육 사업을 하다 팟캐스트 진행, 라디오 출연 등을 하면서 지역언론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다음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 일문일답. 

▲ 정진호 PD(왼쪽). 사진=KBS 대전 유튜브 갈무리
▲ 정진호 PD(왼쪽). 사진=KBS 대전 유튜브 갈무리
▲ 지난해 6월27일자 대전KBS '시사N대세남' 방송 화면 갈무리
▲ 지난해 6월27일자 대전KBS '시사N대세남' 방송 화면 갈무리

-사업을 하다 언제 언론인이 됐나?

“지역시사를 주제로 (2016년부터)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를 제작하고 있었다. 지역에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대전시의회, 구의회에 큰 관심이 없고 지역언론이 지역시사를 제대로 다루지 않아 지역 정치권 수준이 떨어져있다. 관보처럼 관공서 보도자료를 써주는 지역언론사는 관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조회수나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시민들 회비로 제작을 했다. 그러다 대전KBS에서 관심을 갖고 같이 하자고 해서 KBS대전 라디오 ‘5시n대세남’(대세남은 대전·세종·충남을 뜻한다)에도 출연하고, TV에서 시사 프로그램 연출도 하게 됐다.”

-민언련 활동은 어쩌다 시작했나?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하던 분과도 방송을 했다. 대전충남민언련에 현재도 반상근 활동가 1명 뿐인데 언론 감시 기능이 부족해보여 2019년부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운영위원회에 가보니 위원장이 맡을 분이 없다고 해서 운영위원장을 자원했다. 민언련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건 아니지만 좋아서 하고 있다. 언론 모니터링도 하고 언론 감시기능을 살려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고, KBS를 스피커로 활용할 수 있어서 같이 하고 있다.”

-민선8기 대전시 홍보비 사용 보도 외에 대전KBS ‘시사N 대세남’에서 했던 또 다른 언론 감시 방송도 소개해달라.

“(2021년 10월21일) 대전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대전시장, 교육감, 중도일보를 소유하고 있는 부원건설 회장이 만나 아파트 개발사업 허가에 대한 담판을 짓는 일이 있었다. 대전시의원이 이를 공개하자 건설사 고위 임원이 언론사 임원과 기자까지 대동해 우루루 해당 시의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언론사 소유한 건설사 회장이니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있지만 사실 이건 대전시장과 교육감에 대한 협박이다. 1인시위도 하고 문제제기를 이어가 결국 중도일보가 사과문을 냈다.”

▲ 2021년 2월10일 중도일보 2면에 실린 중도일보 사과문과 한국기자협회 중도일보지회 성명서
▲ 2021년 2월10일 중도일보 2면에 실린 중도일보 사과문과 한국기자협회 중도일보지회 성명서

정 위원장은 지난 1월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언론인의 인식 연구 – 폴리널리스트 유형에 따른 언론인과 일반인의 인식 비교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석사 논문을 냈다. 언론사에서 퇴직한 뒤 정치권으로 이동하기까지 공백 기간에 따라 심각성이 다르게 보인다는 내용도 조사했다. ‘심각한 폴리널리스트’로 인식하는 비율은 3개월 안에 정치권 입문 40.6%, 6개월 안에 정치권 입문 24.8%, 1년 안에 정치권 입문 15.2%로 나타나는 등 기간이 짧을수록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정 위원장은 연구에서 “누구나 직업 선택의 자유는 있지만 그 직업을 얻는 과정이 불공정하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특히 언론인은 다른 지식인과 마찬가지로 공적 영역의 일을 다루긴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개개인의 능력보단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주어진 ‘취재 특권’을 바탕으로 정치 권력에 가까이 갈 수 있는데 만약 이들이 공공성이 요구되는 ‘취재 특권’을 이용해 정계에 진출한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주제를 왜 폴리널리스트로 정했나?

“중앙정치권도 그렇지만 정치권에 기웃거리거나 정치권에 갔다가 다시 언론계로 돌아오는 일이 지역에선 더 심하다. 선거캠프에 갔다가 자리를 받고 아니면 언론계로 돌아와 광고비나 사업을 받는 것은 짬짜미다. 언론인은 고위층 인사를 취재라는 이유로 쉽게 만날 수 있다. 취재할 수 있는 권리는 본인이 잘나서가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대신 부여받은 권한이다. 언론인에게 밥을 사주는 것도 본인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관리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사적인 인연을 쌓아서 어떠한 자리로 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왔다.”

“21대 국회를 직군별로 보면 법조인 다음으로 언론인이 많다. 언론인으로서 국회에 가면 언론개혁 활동을 해야하는데 그런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어떻게 언론을 관리할지, 친정에 광고를 얼마나 줄지 고민한다. 유력 지역일간지라도 공무원과 지역정치권에서만 보지 지역민들은 잘 보지도 않는데 혈세를 받아간다. 계도지도 그중 하나의 형태인데 감시가 필요하다. 또한 학계에 폴리널리스트 연구가 부족해 뭐라도 보태야겠다 싶어 논문을 쓰게 됐다.” 

▲ 정진호 PD가 지난 2일 공개한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체육대회 모습. 사진=유튜브 '아힘TV' 갈무리
▲ 정진호 PD가 지난 2일 공개한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체육대회 모습. 사진=유튜브 '아힘TV' 갈무리

지난 2일 정 위원장은 유튜브 채널 ‘아힘TV’에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체육대회를 취재한 영상 <또 하나의 특권, 기자협회 체육대회>를 공개했다.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회원사는 KBS대전, 대전MBC, TJB대전, 대전CBS, 대전일보, 중도일보, 충청투데이, 연합뉴스 등 8곳이다. 지난해 10월14일 토요일 오전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카이스트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열었는데 지역 정치인들이 참석하고 고가의 경품을 협찬받아서 제공하고 내부인에게만 대여하는 카이스트 운동장을 사용한 문제 등을 담았다. 

-최근 민언련에서 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총선보도를 어떻게 모니터링할지 대전충남민언련 운영위원으로 모신 박성순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와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디트뉴스24 편집권 침해 문제도 중점을 두고 있다.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지역언론의 공공성과 편집권 침해를 막아내려 한다.” 

디트뉴스24에서 회사는 지난해 5월 노조 설립을 이유로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 3명에게 보복성 인사를 했고 지난해 말에도 징계해고를 통보했다가 취소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지난 2018년 김정규 회장이 디트뉴스24를 인수한 후 편집권 사유화 논란이 반복됐다. 

-지난달 만든 디트뉴스24 공대위에 대전충남민언련도 참여하고 있나?

“그렇다. 지난 14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요청했는데 노동청에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근로감독관을 배정했고 3월21일 이내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대주주인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언론을 잘 모르는 사람이고 탈세혐의로 1심에서 유죄 나오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어 언론을 이용하려 할 거다. 지금 디트뉴스24 대표가 과거 충청투데이에 문제가 많아 노조도 만들고 (2010년) 금강일보를 만들었던 사람인데 대주주와 기자들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지 못해 문제가 커진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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