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시절 때 벌어진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사건과 관련해 로비스트 김인섭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이 용도변경 인허가 과정에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여러차례 언급했고, 실무자의 증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화송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판사가 14일 미디어오늘에 전한 재판부 설명자료를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인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 사항 등의 알선에 관하여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로부터 약 74억5000만원의 현금과 액수 미상의 함바식당 사업권 상당의 이익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인섭 대표와 이재명 대표와 관계를 두고 “2005년경 시민운동을 함께 하면서 친분을 쌓은 이재명의 여러 차례 선거를 지원하면서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서 모든 부서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였던 이재명의 최측근인 정진상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되었고,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도 김인섭과 이재명, 정진상의 이러한 특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기술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설명에서 사업자인 정바울 대표가 2014년 4월22일 성남시 백현동 식품연구원부지를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으나 성남시가 이를 거부하자 김인섭 대표와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그해 9월2일 2차로 신청했으나 역시 반려당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김인섭 대표는 그 무렵(2차 신청에서 반려된 이후) 정진상 실장에게 ‘도시계획과가 5:5를 고집하면 사업을 할 수 없고, 성남시도 R&D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비율을 6:4나 7:3으로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판부는 김아무개 성남시 도시계획팀장이 2015년 1월 경 정진상으로부터 전화로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서 개발업자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잘 처리해 줘라. 긍정적으로 검토해 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바울 대표는 같은해 1월22일 성남시 주거환경과에 주거용지와 R&D용지 비율을 6:4로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는 것 등을 조건으로 하여 이 사건 부지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는 내용의 3차 신청을 했고, 성남시 주거환경과는 같은해 3월20일 정진상, 이재명의 결재를 받고 3차 신청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도 사업참여에서 빠졌다.

재판부는 특히 이 과정에서 김인섭 대표의 정진상 실장에 대한 청탁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아무개 성남시 도시계획과 도시계획팀장이 지난 2014년 11월경 정진상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정진상으로부터 ‘피고인이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 나중에 서류가 들어오면 잘 챙겨봐 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김인섭 대표로부터도 ‘내가 백현동 식품연구원 이전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2층에서도 잘 해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관계를 소개했다. 재판부는 “성남시장실과 정책실장실이 시청 2층에 있었기 때문에 성남시 공무원들은 이재명, 정진상을 ‘2층’으로 칭해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인섭 대표가 정바울 대표의 부탁을 받고 정진상 실장(당시 정책비서관)에게 정바울의 뜻대로 처리해달라고 여러차례에 걸쳐 이야기한 행위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알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타인의 사무를 위해 벌인 알선행위라는 뜻이다. 김 대표 측은 알선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견개진이라고 주장해 왔다. 더구나 재판부는 김 대표가 정바울 대표로부터 받은 74억5000만원도 이 같은 알선과 청탁의 대가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인섭 대표가 알선의 대가로 금품, 이익을 수수한 이상 그 알선이 부정한 것인지 여부,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 피고인의 알선으로 인해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알선수재죄는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표의 용도변경 행위의 불법성 여부는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 방문회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에게 정책과제를 전달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 방문회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에게 정책과제를 전달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재판부는 양형사유를 두고 “피고인(김인섭)의 범행으로 인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다”며 “피고인은 별다른 전문성, 노하우 없이 오로지 지방 정치인 및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각종 인허가 사항에 관하여 여러 차례 적극적인 알선을 하였고, 그 대가로 거액을 수수하였으므로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관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재명 당 대표 비서실 관계자는 15일 구체적인 재판부 판결 내용을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SNS메신저 답변을 통해 “대표의 개입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고, 아직 항소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더팩트에 따르면, 정진상 전 실장의 변호인단은 “정 전 실장은 김인섭에게 백현동 사업과 관련한 청탁을 받거나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이라며 “정 전 실장의 참여권과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판결이자 김인섭의 청탁 여부와 무관하게 타인 사무 알선으로 대가를 수수, 약속하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재판에서 무고함을 밝힌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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