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조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고 이힘찬 스튜디오S 프로듀서의 2주기를 맞아 조합원들의 업무 고충 실태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조합원들은 과중한 업무 환경과 불안전한 현장에 대한 구조적 개선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SBS본부)는 6일 노조 홈페이지에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조합원 안전의 날’ 고충 관련 의견 청취 결과를 게시했다. SBS본부는 지난해 이힘찬 프로듀서의 기일인 1월30일을 ‘조합원 안전의 날’로 지정하고 일터 안전과 조합원 건강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힘찬 프로듀서는 2012년 SBS에 입사해 드라마본부 분사 후 2020년부터 스튜디오S 소속으로 일했다. 2022년 사망 당시까지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 총괄을 맡았고, 촬영 20여일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고 이힘찬 스튜디오S 프로듀서의 2주기를 맞아 구성원들의 업무 고충 실태를 파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고 이힘찬 스튜디오S 프로듀서의 2주기를 맞아 구성원들의 업무 고충 실태를 파악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제공.

고인이 생을 마감하기 전날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보낸 SNS 메시지에는 “모든 게 버겁다”고 적혀 있었고, 그 위에는 업무에 관한 기록 문서가 남겨져 있었다. 이 프로듀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꾸려진 노사공동조사위원회는 고인 사망이 급변하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의 프로듀서 역할 가중과 스튜디오S 전적에 따른 업무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 

올해 ‘조합원 안전의 날’ 설문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과중한 업무 환경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응답자들은 구체적으로 “잠을 못 자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그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중간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은 채 장시간 연속 근무할 때가 있다”, “타 회사가 여러 명이 하는 업무를 홀로 맡고 있다”, “제작 스케줄에 따른 근무시간 변동이 너무 크다”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퇴직자에 비해 신입사원 채용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거나 “재난 현장 등 장시간 현장 대기를 해야 하는 외근직의 경우엔 기본적 식사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고 이힘찬 프로듀서 1주기 추모식.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고 이힘찬 프로듀서 1주기 추모식.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응답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선 인력 충원과 현장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업무전문성, 효율성을 따져서 한 사람이 몰아서 (일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소수의 사람에게만 일을 몰아주는 상황인 것 같다. 업무 배분 시 대체인력을 고려한 업무 계획이 이뤄졌으면 한다”, “제작비 절감에 따른 현장 안전관리에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 “야근, 밤샘근무는 제작진들에게 숙명처럼 따라오는 것이지만 구조적으로 개선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 등의 의견이다. 아울러 “팀장이나 팀내 근무 배정 담당자와 주기적 소통이 필요하다” 등 조직 내 원활한 소통을 요구하는 의견도 다수였다.

SBS본부는 “노조는 조합원들께서 적어주신 내용들을 확인하고, ‘제2의 힘찬이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유족의 뜻에 따라 제정된 ‘스튜디오S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의 준수 여부를 검증하는 등 고인이 사랑했던 제작 현장이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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