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제정 진행 당시 시민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활동 장면. 사진=비정규직 이제그만.
▲중대재해법 제정 진행 당시 시민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활동 장면. 사진=비정규직 이제그만.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 유예 없이 실시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법 적용 유예를 요구해왔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을 둘러싸고 2일 주요 일간지의 논조 차이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통해 노동자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신문사가 있는가 하면, 보수·경제지는 이보다 산업계 안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우선 경향신문·한겨레의 경우 사설을 통해 중대재해법이 정상적으로 시행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노동자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2일 사설 <생명 우선한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정부는 연착륙 힘쓰라>에서 “2022년 중대재해법 발효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을 2년 미룬 것은 준비가 필요해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며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개선 사업 예산은 삭감됐다. 틈만 나면 ‘민생 살리기’를 외치면서 진짜 일터의 안전 문제는 챙기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했다.

▲2월2일 한겨레 사설.
▲2월2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잇따르는 산재사망, 중대재해법 유예 논의 중단해야>를 내고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일어난 사망사고는 기업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더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의가 계속되는 사이에도,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사망사고 소식이 잇따랐다. 법 시행 뒤 2년간 유예 기간을 둔 것은 소규모 사업장의 준비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지만, 더 이상의 유예 조처는 ‘노동자 안전’은 뒷전이라는 잘못된 정책 신호를 줄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2월2일 조선일보 사설.
▲2월2일 조선일보 사설.

노동자 안전보단 산업계 안정 중시한 보수경제지

보수·경제지의 관점은 정반대에 있었다. 이들 언론은 노동자 안전보다는 산업 현장의 안정과 업계 혼란 완화를 우선시했다. 민주당이 기득권노조의 표를 위해 중대재해법 유예를 반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 <재해법 유예 끝내 무산, 요구 다 수용하자 ‘그래도 안 된다’니>에서 “일자리가 있어야 근로자도 존재한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근로자 생계가 없어지는데, 거기에 무슨 근로자 생명과 안전이 있나”라면서 “영세 사업장 특성상 사업주가 구속되면 사업장이 문을 닫아야 한다. 결국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 피해는 근로자들에게 갈 것”이라고 했다.

▲2월2일자 한국경제 사설.
▲2월2일자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사설 <巨野가 끝내 외면한 83만 中企·자영업자 하소연>을 내고 “83만여 곳에 이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업장이 큰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계의 눈치는 중요하고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온갖 어려움과 혼란을 겪을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처지는 외면하면서 민생정당이라고 외칠 자격이 있나”라고 썼다.

▲2월2일 디지털타임스 사설.
▲2월2일 디지털타임스 사설.

문화일보 자매지인 디지털타임스는 <중처법 합의 거부한 민주, 민생보다 기득권노조 표가 더 급했나> 사설에서 “영세 기업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협상안을 수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민생보다는 표만 보였다”며 “총선을 앞두고 기득권 노조의 표를 의식해 민생 현장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표가 급하다고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망쳐야겠는가”라고 했다.

▲2월2일 한국일보 사설.
▲2월2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여야 협상이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정부나 산업계가 법 유예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중대재해법 유예 합의 불발... 타협정치 불능 안타깝다>를 통해 “이견을 조정하면서 타협을 이뤄내는 정치 본연의 기능이 작동 불능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줘 씁쓸함을 더한다”면서도 “이미 3년 유예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정부나 기업의 무책임에 귀책 사유가 있는 건 자명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유예에만 기댈 게 아니라 정부나 중소기업 소상공인 모두 법 안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21대 국회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냉정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승진한 손준성 검사장,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탓?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게 지난달 31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등과 관련해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며 기자들과 유시민‧최강욱 등 인물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1심 재판부는 손 검사가 김웅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것을 인정했다. 손준성 검사는 고발사주 의혹 재판을 받고 있던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2월2일 조선일보 사설.
▲2월2일 조선일보 사설.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논조가 미묘하게 다르다. 동아일보는 손 검사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승진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지만, 조선일보는 ‘비정상적 검찰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이전 정부 탓을 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 <피고인 돼 재판받는 검사가 승진, 결코 반복 안 돼>에서 “과거엔 검사가 피의자로 수사만 받아도 옷을 벗거나 징계를 받았다. 손 검사처럼 기소돼 재판받는 피고인이 되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며 “무리한 승진 인사엔 윤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손 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그의 측근인 정보 책임자였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도 그때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다음 문단에서 돌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손 검사 승진에 이전 정부가 관여한 바는 없다. 조선일보는 “비정상적인 검찰 인사는 문재인 정권이 시작한 것”이라며 “친정권 검사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권력 비리를 수사한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시키면서 임기 말 ‘방탄 검찰’을 만들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인사를 했다”고 했다.

▲2월2일 동아일보 사설.
▲2월2일 동아일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현 정부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고발사주’ 손준성, 檢 면죄부 받고 검사장까지 됐으나 유죄>에서 “(손 검사는) 대통령 취임 이후 요직인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발령 났으며 지난해 4월에는 대검 감찰 결과 ‘비위 없음’으로 면죄부를 받고 그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까지 했다”며 “손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김웅 의원은 손 차장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사 출신”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한편에서는 손 차장검사와 김 의원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윤 대통령, 한 당시 법무부 장관, 검찰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서로를 보호하면서 의혹을 뭉개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2월2일 중앙일보 8면.
▲2월2일 중앙일보 8면.

윤석열 대통령, KBS와 대담 예정

윤석열 대통령이 7일 KBS와 대담을 진행하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2일 조간신문에서 나왔다. 경향신문은 5면 <윤 대통령, KBS와 신년대담 7일 방송>에서 “의혹의 본질은 최재영 목사의 불법적인 함정 몰래카메라 공작이며,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여러 매체 기자들이 직접 질문하고 윤 대통령이 답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은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원하는 질문만 받으며 소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8면 <여권 “윤 대통령, KBS와 신년대담 유력”…신년회견은 안할 듯>에서 “특정 언론사와의 대담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없던 일이 된다”며 “윤 대통령이 언론 대담에 나서는 것을 두고 총선 전 김 여사 관련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여권의 건의를 대통령실이 받아들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밝혔다.

▲2월2일 서울경제 칼럼.
▲2월2일 서울경제 칼럼.

손철 서울경제 정치부장은 칼럼 <민심을 들어라>에서 최근 지지율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총선이 온전히 ‘당(黨) 대 당(黨)’의 대결로 정책과 인물 경쟁이 되도록 하려면 먼저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용산에서 국민 앞에 담대하게 나서 신년 회견을 하는 것이 최고의 해법”이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국민이 의심쩍어하는 부분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진솔하게 사과하면 될 일”이라며 “의혹은 감출수록 커지고 시간을 끌수록 확산되는 법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떳떳이 설 때 김 여사를 지키는 길도 열린다는 것을 정치의 역사는 웅변한다”고 강조했다.

MBC 라디오 하차한 신장식 “방심위, 원님재판”

MBC에서 뉴스하이킥을 진행하던 신장식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하차했다. 신 변호사는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하차 이유를 밝혔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뉴스하이킥에 대해 법정제재를 결정했는데, 신 변호사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MBC 경영진 교체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2월2일 경향신문 인터뷰.
▲2월2일 경향신문 인터뷰.

신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방심위 징계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합의제 행정기관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 사회적 합의와 토론에서 설득력이 나오는데, 대통령은 최고결정자가 집행력을 행사하는 독임제를 선호한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방심위원을 아직도 임명하지 않는 걸 보면 합의제 행정기관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설득력이 있는지보다 기소가 되느냐 마느냐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검사식 사고방식”이라고 기적하면서 “윤 대통령은 ‘언론관’이 없고 ‘공보관’만 있다”고 비판했다. 또 신 변호사는 현재 방통심의위 운영이 제대로 되고있지 않다면서 “법률가 입장에서 봤을 땐 ‘원님 재판’으로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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