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 대구MBC
채무자 : 홍준표 대구시장, 대구시
사건 : 취재방해금지 가처분신청
주문 :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는 대구시 소속 직원에 대해 대구MBC의 취재를 거부하라고 지시하는 방법으로 대구MBC 기자, PD 등의 출입 및 취재를 방해해선 안 된다
선고일 : 2024년 1월31일
1심 재판부 : 대구지방법원 제20-1민사부 재판장 정경희, 판사 조지희, 판사 김태균

법원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에 대구MBC의 취재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앞서 홍 시장과 대구시는 대구MBC가 편파보도를 했다며 약 9개월 간 출입 및 취재를 거부했다. 

대구지법 제20-1민사부(재판장 정경희)는 지난 31일 대구MBC가 홍 시장과 대구시를 상대로 낸 취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채무자(홍준표, 대구시)들은 직접 또는 소속 직원, 산하 사업소 등에 채권자(대구MBC)의 전화·방문 취재, 인터뷰 요청 등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라고 지시하는 방법으로 대구MBC 소속 기자, PD 등의 출입과 취재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 지난해 11월 대구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지난해 11월 대구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앞서 대구MBC는 지난해 4월30일 시사프로그램 ‘시사톡톡’ <TK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편에서 TK신공항 특별법을 검증했다. 보도 직후인 5월1일 대구시는 대구MBC에 TK신공항에 대한 왜곡·편파보도라며 대구MBC의 취재를 거부하고 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이후 공보관실을 통한 취재 거부 공지도 이어졌다. 

지난해 5월9일엔 이종헌 대구시 특보가 대구MBC 보도국장 등 ‘시사톡톡’ 관계자 4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경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해 11월 대구MBC가 ‘편파·허위 보도’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시사톡톡’ 관계자 4명을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대구MBC가 지난해 4월30일 TK신공항 사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방송을 보도하자 홍 시장은 5월1일 대구시 간부회의에서 ‘시정에 대한 언론의 왜곡·폄하 보도에 대해선 취재거부 등 강력한 대응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SNS에도 취재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대구시는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언론보도에 대응하는 대신 입장문과 공지를 통해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라고 지시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구시와 홍 시장은 (대구MBC 취재 거부에 대한) 홍 시장의 지시나 명령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입장문에 대구시장 직인이 날인돼 있고 홍 시장이 지난해 5월1일 개최된 간부회의에서 한 발언 내용,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등에 비춰보면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 대구MBC ‘시사톡톡’은 지난해 4월30일 ‘뉴스비하인드’ 코너에서 TK신공항 특별법을 검증했다. 이태우 대구MBC 기자가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구MBC뉴스 유튜브 갈무리
▲ 대구MBC ‘시사톡톡’은 지난해 4월30일 ‘뉴스비하인드’ 코너에서 TK신공항 특별법을 검증했다. 이태우 대구MBC 기자가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구MBC뉴스 유튜브 갈무리

재판부는 “대구시와 홍 시장이 취한 조치는 별다른 법적 근거가 없음은 물론이고 취재의 상대방이 당연히 갖는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대구MBC가 가지는 취재의 자유 및 취재한 정보에 대한 보도의 자유, 정보원에 대해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했다. 이어 “대구MBC는 대구시 등을 직접 취재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제공받은 보도자료만을 근거로 보도할 수밖에 없는 바, 대구시 등의 현안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신속·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고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를 할 염려도 크다”고 했다. 

또 “대구시가 1월19일 공지문에 담긴 내용을 철회했으니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며 “해당 이메일의 수신대상이 누구인지 밝혀진 바 없고 그 실효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대구시와 홍 시장은 대구MBC에 대한 취재 거부 등의 조치를 비교적 장기간 계속했다”고 적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기자는 취재 자유 있지만 우리는 취재 거부 자유 있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같은 날 오후 기자실을 찾아 법원의 가처분 인용에 대해 ‘의미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홍 시장은 “나는 지시를 했는지도 몰랐는데 (법원은) 그걸 지시했다고 (판단했다)”며 “가처분 내용대로 지시를 안하면 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취재 거부 지시를) 철회했다”고도 주장했다.

홍 시장은 “취재에 응하고 말고는 우리의 자유”라며 “기자는 취재의 자유가 있지만 우리는 취재 거부의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여태 취재를 방해한 일도 없다. 단지 취재에 응해주지는 않는다”며 “내가 뭐 어디 지시를 했나. 직원들이 각자 알아서 하는 거다”, “그 처분(인용) 아무 의미없다”고 말했다.

서성원 대구MBC 보도국장은 1일 미디어오늘에 “지극히 당연한 판결 결과”라며 “이번 판결 결과가 홍준표 시장이 올바른 언론관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앞으로의 대응 계획에 대해선 “처음에 대구시가 대구MBC를 상대로 취재거부를 선언할 땐 보도자료도 내고 회사에 공문도 보내는 등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취재거부를 선언했는데, 어제 판결에 관해선 아직 공식 입장을 알려오진 않았다”며 “일단 대구시 입장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차후에도 대구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우리로선 당연히 민·형사상 책임을 물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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