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한때 기계적 중립이 과연 바람직한 언론의 자세인지를 두고 격한 논의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주로 탄핵관련 방송에 대한 야당의 공격에 대응한 일부 언론사들의 주장이었는데, 가치 판단을 상실한 채 정과 반을 반반씩 편집해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은 아니라는 게 당시 야당의 공격 앞에서 방송사 쪽이 내건 논지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비롯한 일련의 정치 이벤트 앞에서 야당의 매서운 공격이 얼마나 언론인들을 안정·중립적으로 만들었는지 새삼 실감하고 있다. 바로 가치판단을 상실한 무조건적 양비론과 사실 위주의 무미건조한 전달만 하는 보도로 가득 메우고 있으니 말이다.

국감 보도에서 아무리 피감기관이지만 대놓고 모욕을 주는 야당 의원들의 몰염치함 등에 대해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준열히 지적하는 언론의 모습은 거의 드물다.

또 하나의 사례로 이명박 서울시장의 일련의 행동들이 물의를 일으켜도, 어느 언론에서도 정도를 벗어난 거짓말과 뻔뻔함에 메스를 대는 것을 본 적이 드물다.

방송은 어느 정도인가? 친북 교과서니, 정책이 좌파적이니 검증 불가능한 것을 바탕으로 국감장을 싸움터쯤으로 여기는 야당의원들을 꾸짖기보다 격렬하게 반응하는 여당도 같은 부류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 한 묶음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크다.

이것이 기계적 중립인가? 역사의 발전은 중립을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다. 적어도 수렴의 과정을 통해 진보, 발전해 왔다. 그 수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권, 정의, 평화라는 대 명제를 위해 펜을 꺾지 않았던 용감한 언론인들의 기자정신과 그것을 바탕으로 냉혹한 현실에 온기를 공급해온 과정이다.

따라서 과거 정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국감을 만드는 상식 이하의 의원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멈추지 말아야 하며, 국회 앞에서 뻔뻔한 거짓말과 위증을 늘어놓는 피감기관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보도한다면, 언론과 국민의 눈이 무서워서라도 비상식적 언행과 욕설이 오가는 국감은 사라질 것으로 본다.

미디어오늘이 적어도 언론을 감시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싶다면, 아직도 90년대 정국에서 바뀐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메스를 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박선제
서울 신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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