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양질의 기사를 쓸 여유를 주고 싶었다.” 문체 변경 AI 오웰(Orweall)을 만든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의 말이다. 미디어스피어가 서비스하는 블루닷(BLUEDOT) CMS는 지난 10일부터 오웰 베타 기능을 CMS에 적용했다. 오웰에 보도자료를 넣고 문체(6가지), 타깃 수용자(4종류), 이모지 등의 옵션을 선택하면 그에 맞게 보도자료가 변형되어 나온다. 이 변형된 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쓸 수도 있고, 발제(내부 보고용)로 낼 수도 있다. 

기자 출신이기도 한 이성규 대표는 온라인 대응으로 인해 업무량이 늘어난 기자들이 퀄리티 저널리즘을 할 수 있도록 번거로운 업무를 돕고 싶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기자들이 웬만하면 생성 용도로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게 저널리즘 영역에서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블루닷은 이달 말부터 오웰 기능만 쓸 수 있는 페이지를 따로 연다. 이성규 대표를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미디어스피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체 변경 AI ‘오웰’을 만든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가 23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문체 변경 AI ‘오웰’을 만든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가 23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블루닷 CMS 안에 ‘오웰’을 개발한 이유가 무엇인가.
“저도 언론사 종사자였다. 언론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게 되면 (듣게 되는) 기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업무가 자꾸 늘어난다는 거다. 위에서 신문용, 온라인용 다 쓰라고 한다. 결국에는 현장 기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는 기술이 들어와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들한테 뭔가를 자꾸 강제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는 다음 스텝(퀄리티 저널리즘)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보도자료를 넣으면 문체를 바꿔서 보도자료를 기사용으로 쓰고 발제용으로도 쓰게 해주고 싶었다. 언제 프롬프트에 최적화된 주문 방식을 배워서 입력하겠나. 어떻게 하면 프롬프트에 직접 입력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야만 기자들이 퀄리티가 높은 기사를 쓸 여유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보도자료를 넣으면 6가지 문체로 바꾸는 기능을 도입한 이유는.
“생성형 AI는 여러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챗GPT를 생각하면 없는 사실을 꾸며내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있다. 기자들이 웬만하면 (기사) 생성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는 게 저널리즘 영역에 적합하다고 본다. 데스크가 걸러주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안감이 남아있다. 팩트 기반으로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생성해서는 안 된다. 기자들의 워크플로우에서 번거로운 문제가 뭘까를 생각했다. 문체 변경, 제목 뽑기 기능이 저널리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우리의 작업의 시간을 줄여준다고 생각했다.”

▲오웰 베타 서비스 화면. 6가지 문체로 변경할 수 있다.
▲오웰 베타 서비스 화면. 6가지 문체로 변경할 수 있다.
▲오웰 베타 서비스 화면. 6가지 문체 변경을 할 수 있다. 보도자료를 스마트 브리핑체를 적용해 Gen Z 수용자를 대상으로 바꿨다.
▲오웰 베타 서비스 화면. 6가지 문체 변경을 할 수 있다. 보도자료를 스마트 브리핑체를 적용해 Gen Z 수용자를 대상으로 바꿨다.

-콘텐츠를 6가지 문체로 바꾸는 기능이 핵심 같다.
“6가지 문체는 ‘권위있는 뉴스체’, ‘스마트 브리핑체’, ‘세련된 뉴스레터체’, ‘친절한 설명문체’, ‘간결한 요약문체’, ‘보도자료체’ 등이다. 권위 있는 기사체는 보도자료가 됐든, 수습기자의 날것의 기사가 됐든, 품격있는 기사체의 유형으로 바꾼다. 스마트 브링핑체(악시오스체)는 바쁜 독자들이 정보를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스타일을 응용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들었다. 이 문체는 ‘왜 중요한가’, ‘더 많은 정보’, ‘꼭 기억해 둘 것’ 등을 구분해서 작성한다. 발제용으로는 이 기능이 적합하다. 뉴스레터체는 뉴스레터 형식의 대화체로 바꿔준다. 친절한 설명문체는 아직 완전히 설계를 못 했다. 또 타깃 수용자도 4종류(초등학생, Gen Z 세대, 밀레니얼 세대, 일반 대중)로 나누었다. 초등학생과 Gen Z 세대를 선택하면 뉴스레터 형식으로 변하는데, 젊은 독자층들에게 접근하고 싶어하는 언론사들의 니즈를 반영했다.”

-언론사와의 협업이 있었던 건가.
“지역 언론, 작은 중소 인터넷 신문 쪽과 협업했다. 지역 언론 3개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튜닝을 했다. 중소 매체들은 사람은 없고, 보도자료를 안 쓸 수는 없다. 번거로운 업무를 돕게 되면 지역에서 기획 기사가 나올 수 있는 시간이 벌어질 거로 생각했다. 현재 조건에서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대안을 고민했다. 여유가 있는 대형언론사는 자체적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개발해서 쓸 수 있지만, 정작 이걸 필요로 하는 지역 작은 언론사 쪽은 이런 기술을 만날 기회를 놓칠 것 같았다.”

-주 타깃은 기자가 맞나.
“첫 타깃은 기자다. 기자를 대상으로 운영해서 피드백 받고 업그레이드한 다음에 보도자료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언론 쪽을 홍보하는 분들로 확장할 거다. 연구자 쪽에서는 논문체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논문의 패턴을 본 다음에 문체의 특징을 뽑아내야 거기에 맞춰 프롬프트를 설계해야 한다.”

- AI 보도자료 기사 작성 프로그램을 도입한 조선일보에선 저연차 기자의 AI 활용 기사 작성을 제한했더라.
“동의한다. 오웰을 써보니 의존도가 높아지더라. 기본기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할 시기에 외부 도구에 의존해서 기본기를 성장시키는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이후에 자기가 정말 오리지널 기사를 써야 할 때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면 업무를 덜어내는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활용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론사 쪽에서 당분간은 글 생성 쪽에 대한 용도는 스스로 제약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여전히 위험한 일이라 생각하고,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쓰는 품질 높은 뉴스가 결국 학습 데이터 비즈니스 기능을 갖는다.”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만든 MBN ‘더와일드’ ‘한번쯤 이혼할 결심’ 포스터.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만든 MBN ‘더와일드’ ‘한번쯤 이혼할 결심’ 포스터.

-MBN에선 프로그램 홍보용 포스터를 생성형 AI로 만들었다.
“텍스트를 써서 팩트를 조합하는 건 생성을 제한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미지 영상 쪽은 부분적인 컷을 활용하는 측면에선 생성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사에 들어갈 일러스트 같은 건 생성 외에는 대안이 없다. 생성을 어느 정도 활용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완벽한 이미지를 구현하려면 사람의 후작업이 필요한데, 1차 초안은 원하는 의도에 가깝게 AI가 만들 수 있는 프롬프팅 역량이 필요하고, 후작업을 통해 퀄리티를 끌어 올려야 한다. 디자이너가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배워야 할 작업이 하나 늘어나게 된 거로 보면 된다.”

-AI시대 언론의 CMS와 뉴스 조직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가면 갈수록 언어 모델들은 늘어날 거고 언어 모델이 고도화되려면 양질의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더 좋은 모델을 만들려고 해도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 번에 학습할 데이터양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오리지널한 콘텐츠 데이터들을 만드는 속도가 이를 못 따라간다. 훨씬 더 품질 높은 기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 이게 비즈니스 측면이든, 저널리즘 측면이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CMS 쪽에서 뭘 해결해야 하나, 결국에는 기사가 많다고 독자들 다 보는 게 아니니까 번거로운 작업들은 AI 쪽으로 만들어 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 훨씬 더 품질 높은 뉴스나 정보를 생산하는 쪽에 계속 더 많은 돈이 투자되고 많은 인재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래야 그게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빅테크와의 협상력이 생기고, 가치도 높아지고, 독자 신뢰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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