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 한국교육방송공사
피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사건 :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선고일 : 2023년 12월14일
재판부 : 서울행정법원 제12부 재판장 정용석, 판사 김규현, 판사 김준영 

EBS(한국교육방송공사, 대표 김유열)가 임신 사실을 알린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를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노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서도 부당한 해고였다고 선고했다. 법원에선 A씨가 실질적으로 EBS 관리감독을 받는 노동법상 노동자라고 판단했지만 프리랜서 아나운서에 대한 계약해지라고 주장해온 EBS는 1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해 말 항소했다. 앞서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모두 A씨가 형식상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지만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되며 EBS의 해고 역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4월 EBS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를 진행했는데 EBS는 A씨와 2020년 3월까지 약 8년간 서면으로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2020년 정부가 방송계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조건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자 EBS는 2020년 3월말부터 2021년 8월말까지 ‘출연계약서’를 세차례 작성했다. 그러다 2021년 8월말 예산 절감 필요성을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EBS는 출연계약 만료로 계약관계를 종료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2022년 1월 경기지노위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BS가 이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도 2022년 6월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자 EBS는 2022년 7월 중노위 결정에 불복하며 서울행정법원에 ‘복직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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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EBS 사옥. 사진=장슬기 기자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14일 EBS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아나운서 부당해고 판정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EBS가 방송사 필요에 따라 뉴스 사전 녹화 일정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뒤 A씨에게 통보했고 뉴스 진행 내용에 상당히 구체적으로 관여한 점을 들어 EBS가 A씨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했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실제로 사용자와 노동자가 종속적 관계였는지를 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EBS PD와 A씨 간) 문자메시지에 의하면 EBS가 A씨에게 뉴스 클로징 멘트를 하지 말라거나 특정 인터뷰를 하라고 지시하고, 진행을 액티브하게 해보라거나 시스루 의상을 입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진행 방법 및 의상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지시했음이 확인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재판부는 뉴스 외 방송사 요구에 따라 여러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진행한 점, EBS 외 업무를 병행하기 어렵고 일부 외부활동도 EBS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수준이 아닌 점, 매월 고정된 보수를 받은 점 등 다양한 부분을 검토하면서 A씨가 EBS에 종속된 근로자라고 봤다. 

뉴스 진행 업무의 특성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가 뉴스에서 담당한 업무는 내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큰 뉴스 프로그램의 일부로 단순히 몇차례 작업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여러 단계의 제작·협업 과정을 거쳐야 되는 것이고 단계마다 방송사 기획 의도에 맞도록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방송사의 개입·관여 정도는 업무 위탁 결과물에 대한 사전적 요구 및 사후적 평가나 건의 수준을 넘어 일상적이고 지속적 개입으로 A씨 업무를 구속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더라도 만약 계약직으로 채용했다면 계약기간 만료시 종료될 수 있다. 기간제법을 보면 사용자는 2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2년을 초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직·정규직)’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즉 재판부는 2012년 입사한 A씨는 2014년 이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단했다. 

EBS 주장처럼 ‘부당해고’가 아닌 ‘계약기간 종료’가 되려면, A씨와 출연계약서를 작성할 2020년 당시 그러면 계약직 직원으로 전환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A씨에게 ‘기간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지위를 포기하고 ‘기간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는 불안정한 지위를 감수할만한 보상이나 혜택이 주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환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출연계약 종료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해고의 서명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출연계약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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