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2년 연속 방송의날 기념 행사에 불참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성향 언론단체가 주최한 시상식에 축사를 보내 “공정한 미디어 환경 조성과 대한민국 언론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가 주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언론인 대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지난 3월 정식 출범한 언총은 김현우 YTN방송노동조합 위원장이 회장 겸 이사를 맡고 있다. 이사진으로는 박영환 전 KBS 취재주간, 정철웅 KBS방송인연합회장, 강명일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 최영재 자유일보 편집국장, 김영덕 더퍼블릭 대표이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 2023년 12월19일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의 제1회 대한민국언론인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도운 홍보수석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FNL NEWS'(자유일보)
▲ 2023년 12월19일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의 제1회 대한민국언론인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도운 홍보수석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FNL NEWS'(자유일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도운 홍보수석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언론은 자유민주주의의 파수꾼이다. 언론은 진실을 공정하고 책임 있게 알림으로써 우리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가짜뉴스’와 허위 선동 조작은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인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협을 막지 못한다면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이룩한 우리의 성장과 번영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정론직필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더욱 필요할 때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린 대한민국 언론인 총연합회가 앞으로도 공정한 미디어 환경 조성과 대한민국 언론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언총의 첫 모임이 여기 옆에 커피숍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대통령께서 축사를 보내주는 상황 속에서 KBS아트홀이라는 큰 장소에서 연말 시상식을 하는 걸 보면 상전벽해라 해야 하나, 금석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언총이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다. 특히 문재인 정권 시절 ‘적폐’로 몰리던 언론인들이 많이 있다. 저도 그 중에 한 사람이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입만 떼면 ‘저 쪽’에서 진실 보도, 진실 보도 그러더라. 제가 아는 진실은 최진실이라는 옛날 영화 배우는 있었다”면서 “우리가 봤을 때 왼쪽의 공정이 전형적인 불공정이다. 자기 편을 위해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이 어떻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념의 공정이 될 수 있나”라고 했다. 이어 “한 쪽으로 기울어진 방송 환경을 바로잡는 데 애쓰신 게 우리 언총이다. 그래서 언총 역할은 앞으로 더욱더 기대가 되고 또 저희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도운 수석님 (언총이) 잘 될 수 있도록 많은 배려 부탁드린다”거나 “이렇게 커다란 훌륭한 행사하는 것 보니까 한편으로는 감개무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축사와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및 오세훈 서울시장의 영상 축사 등 범여권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잇따랐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언총은)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오셨다고 생각한다”며 “국민통합위원회도 지난 상반기에 국민통합과 미디어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면서 ‘가짜뉴스’ 모니터링과 피해구제 방안, 포털 뉴스 플랫폼의 공정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서 여러 고민과 연구를 해왔다. 디지털 언론중재위원회와 같은 대안적 구제 기구를 꾸려서 허위 조작 정보로부터 고통 받는 국민을 돕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로서 언론인총연합회를 비롯한 민간 미디어 공익 단체들의 자발적 운동을 더욱 격려하고 언론 자유와 창의성, 다양성 확보를 위한 많은 의견을 경청하고자 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리 삶을 파고드는 황색 언론과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인들께서 정파적 편향을 지향하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언론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은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도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조성을 위해서 전진하고 있는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를 힘껏 응원하겠다”고 했다.

▲ 2023년 12월19일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의 제1회 대한민국언론인대상 시상식에서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의 영상 축사가 재생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FNL NEWS'(자유일보)
▲ 2023년 12월19일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의 제1회 대한민국언론인대상 시상식에서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의 영상 축사가 재생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FNL NEWS'(자유일보)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의 경우 “대통령께서도 언론이 무섭긴 한가 보다. 오늘 이렇게 축사까지 보내주신 것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저도 2년 전에 무지하게 언론으로부터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언론인 앞에만 서면 무섭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국민들께서 바로 치르시게 할 수 있는 역할은 언론인에 있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언론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상 수상자로는 김원 KBS PD(언총 사무처장)가 선정됐다. 개인 기자 부문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단체상 부문은 KBS 노동조합·MBC 제3노동조합·YTN 방송 노동조합이 받았다. 이 밖에 크리에이터 부문은 서민·김유진(유튜브 ‘빨대왕’), 매체 부문은 김영덕 ‘더퍼블릭’ 대표(언총 이사), 언론학자 부문은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국민의힘 포털TF 위원), 칼럼 부문은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 등이 수상했다. 고대영 전 KBS사장·김장겸 전 MBC 사장(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특위 위원장)·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 등은 특별상,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는 공로상을 받았다.

한편 이날 언총 행사를 위한 KBS의 대관이 관련 지침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날 “이번 시상식은 외부 단체의 KBS아트홀 사용으로 외부 대관인데 KBS방송인협회가 요청하고 노사 협력실 요청에 의해 내부대관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해당 행사를 위해 공간 대여와 인력을 지원한 것도 모자라 보도본부가 나서 해당 행사의 홍보까지 했다. KBS 보도본부 박재용 취재2주간이 해당 행사와 관련해 취재 및 기사 작성을 지시했고, 실제로 해당 기사가 당일 ‘7시 뉴스’에 단신으로 방송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 2023년 12월19일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의 제1회 대한민국언론인대상 시상식이 KBS 아트홀에서 열렸다. 사진=KBS뉴스 갈무리
▲ 2023년 12월19일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의 제1회 대한민국언론인대상 시상식이 KBS 아트홀에서 열렸다. 사진=KBS뉴스 갈무리

이어 “감사실은 회사의 지속된 규정 위반을 좌시하지 말라. 또한 이번 KBS 아트홀 대관에 협력한 노사협력실을 즉각 조사해 해당 행사 개최를 위해 회사가 나선 이유와 이를 지시한 이가 누구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며 “KBS 아트홀 대여 건과 관련한 사측의 불법적 요소들에 대해 고발 등의 법적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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