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와 동시에 한국 언론 보도의 문제점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내 언론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현재까지도 참사 보도에 대한 비판은 계속된다. 유가족, 지역사회를 포함한 피해자 인권이 보호되지 않고, 사생활 공개를 통해 보도의 양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은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제기되는 지적이다.

▲ 각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2015년 12월14일 서울 중구 YWCA에서 열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각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2015년 12월14일 서울 중구 YWCA에서 열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안문경 학술연구용역 스콜라란 대표(경희대 강사)는 지난 1일 출간한 책 <국가적 참사 피해자 보도>에서 2015년 독일 저먼윙스(Germanwings) 참사 보도와 한국의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를 비교했다. 저먼윙스 참사는 2015년 3월24일 독일 부조종사의 자살 비행으로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다. 안 대표는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공영방송 KBS와 독일 연방 제1공영방송 ARD의 지역방송사 WDR(서부독일방송)의 참사 직후 한 달간의 대표 뉴스를 분석했다. WDR는 저먼윙스 추락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에 있는 지역방송사다. 

▲ 책 '국가적 참사 피해자 보도'. 
▲ 책 '국가적 참사 피해자 보도'. 

두 방송사에서 참사를 보도하는 영상의 분량과 패턴은 큰 차이를 보였다. 세월호 보도에선 짧은 분량의 기사를 많이 생산하며 피해자 관련 유사 내용을 단순 반복했다. 기자의 리포트 형식이 포함된 81개의 피해자 보도는 평균 1분 38초 분량의 영상이었다. 이에 반해 독일 저먼윙스 피해자 관련 보도의 길이는 특집 프로그램을 제외한 15개가 1분에서 7분대까지 다양하게 나타났고, 평균 보도 분량은 3분 43초였다. 

보도 안에 삽입되는 녹취와 인터뷰 내용도 달랐다. 세월호 피해자 보도에서 녹취 부분은 팽목항과 임시분향소에서 들리는 뚜렷하지 않은 목소리를 보도 영상의 ‘효과음’처럼 삽입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전문가 인터뷰도 단일 문장으로만 편집하거나 문장을 끝맺지 않고 중간에 끊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독일 보도는 2~3분 정도의 짧은 분량에서도 전문가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취재한 인터뷰 내용을 길고 구체적으로 넣었다.

참사 상황 공개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WDR는 피해자의 인원 수 정도만 기술하고 사망자의 상태, 이후 시신 수습 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타 공영방송에선 추락한 저먼윙스의 블랙박스에 대한 내용을 보도했지만 추락 과정을 알 수 있는 조종실 음성기록 및 기내 상황을 방송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희생자 실명, 사망자의 발견 위치와 당시 상황, 시신 수습 과정 등을 상세히 중계하듯 보도한 세월호 보도와 극명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 'Germanwings: Leben nach dem Absturz' 2017년 9월26일 WDR 방송화면 갈무리.
▲ 'Germanwings: Leben nach dem Absturz' 2017년 9월26일 WDR 방송화면 갈무리.

독일 언론은 전체적으로 참사 취재원이 유명인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참사 피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분석을 위해 살펴본 WDR 기사에도 피해자 실명과 유가족 정보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세월호 피해자 관련 KBS 보도 중 영상 자막을 조사한 결과, 참사 이후 1개월 동안 피해자 27명의 실명이 총 43회 노출됐다. 참사 당일 첫 번째 보도부터 사망자 2명의 실명이 바로 공개됐다. 주변인 인터뷰를 통해서도 개인정보가 빈번히 노출됐다. 

유가족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 또한 달랐다. 독일에선 저먼윙스 참사 유가족이 겪고 있는 상황을 보도하지 않았다. 유가족이 모이는 장소엔 언론 출입을 금지했다. 연방정부 및 주정부가 사고 대책본부에서 마련한 집결 장소로 유가족이 도착하기까지 그들을 보호하고, 언론과의 접촉도 막았다. 독일 공영방송 보도에서도 참사 유가족이 특정 장소의 문 앞에서 신원 확인 후 안으로 들어가는 옆, 뒷모습만 노출됐다. 유가족이 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간단한 이동 경로와 당국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내용만을 전달했다. 

반면 국내 언론은 유가족이 처한 상황을 공개했다. 유가족이 처한 슬픔을 극대화하는 내용을 ‘사연’으로 구성해 보도하기도 했다. 세월호 보도에선 희생자 부친의 병환을 토대로 보도를 제작하거나, 희생자와 유가족의 슬픈 모습 장면을 화면에 두고 배경음악과 함께 기자가 시를 읊듯이 보도했다. 제주도로 이주하려던 희생자 가족의 거주가 예정된 곳 지역민을 인터뷰해 사연 보도로 재구성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국내 참사 보도가 2차 가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안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단원고 운동부의 경기력과 연관 지은 보도를 ‘과잉 취재’ 사례로 언급했다. 단원고 수학여행에 참여한 일정 비율의 학생이 기초생활수급 가구원이며, 이를 전국 평균과 비교하는 내용의 보도와 안산시의 지역경제 타격을 전달하는 보도는 참사 피해자와 지역에 다른 이미지까지 부여했다고 짚었다. 단원고 재학생과 교사, 학교 자체 및 안산시에 관한 내용이 무분별하게 확대 생산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독일에선 당국이 참사 피해자인 고등학교(김나지움, Gymnasium) 재학생, 교직원에 대해 돌봄 차원으로 접근했다. 언론 스스로 취재 행위를 제한하기도 했다. 보도 영상이 비추는 모습도 교정에서 촛불을 모아 둔 추모의 장소와 그 주변에서 애도하는 재학생과 시민의 뒷모습이 원거리에서 담겼다. 

실제 참사 당일과 직후 WDR 보도에서 기자는 “사망자의 직계 가족과 같은 학교 학생 및 학교 교원은 현재 성직자들이 돌보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언론 보도나 취재는 금지된 상태다”, “어느 누구도 유가족들이나 학생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기자회견은 시청에서 열렸다. 거의 대부분의 기자는 이러한 결정을 존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10월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부근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0월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부근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에 대한 비판이 거셌지만, 언론이 정말 변화하고 있는가는 계속해 점검해 나가야 할 문제다. 국가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의 취재 윤리 비판은 반복되고 있다. 안 대표는 “서유럽 사회는 타인의 피해를 암묵적으로 보호한다. 스포츠경기에서 큰 부상을 당한 선수에 대해서도 치료 장면이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며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장면을 어디까지 공개할지에 대한 보도 및 취재 기준을 만들고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참사 보도의 이유는 재난 사건 사고의 원인과 해결, 예방 등의 이유도 있지만, 인간적으로 참사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또 “희생자를 기억할 수 있는 이미지와 영상, 참사 피해와 무관한 자료가 과잉 제작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시청자의 ‘알권리’를 존중하다고 말하지만, 우리 사회는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애도하고 피해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참사 유가족에게는 피해자 신원과 사진 등 자료를 언론에 전달할 때의 유의사항과 피해자 권리 등의 내용을 담은 언론 대응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신속한 대피 등의 비상 행동을 알리는 내용 외에는 속보, 단독 기사를 지양해야 한다. 향후 참사 보도에 있어선 내용의 정확성과 원인 및 대책 등의 탐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 대표는 “한국 미디어가 보도할 때 절제해야 할 분야는 참사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보도, 노동 현장 산업재해 보도, 장애인 보도 등의 광범위한 주제에 적용돼야 한다. 자극적인 보도는 희생자와 유가족의 회복을 방해하고, 디지털 세상에 계속 불행을 남기는 자화상이 될 수 있다. 독일 공영방송이 참사 보도에서 보여준 유가족 취재의 절제는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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