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집게손가락’ 논란에 대한 게임업체 넥슨의 강경 대응을 비판했던 자사 사설을 공지 없이 수정한 데 대해 “일부 내용이 사설 취지와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수정했다”고 밝혔다.

7일 오후 한겨레는 지난 5일 온라인에 배포됐던 <혐오 부추긴 ‘집게손’ 파문, 기업 사회적 책임 어디 갔나>라는 제목의 사설 하단에 “넥슨 게임 이용자들의 기부 성격을 놓고 논란이 일어 이 사설 취지와 맥락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수정했다”는 별도 입장을 붙였다.

▲ 한겨레 6일 자 사설. 이 사설은 전날 온라인에 배포됐다.
▲ 한겨레 6일 자 사설. 이 사설은 전날 온라인에 배포됐다.

집게손 사건은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넥슨 홍보 영상에 집게손가락 자세가 부자연스럽게 등장한다며 문제를 제기한 데서 시작됐고, 이 과정에 영상 제작 협력업체 직원이 지목되어 사이버 조리돌림을 당하고 넥슨이 관련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이슈다. 집게손은 여성 혐오를 남성에게 ‘미러링’하는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비롯한 것으로 한국 남성 성기가 작다는 조롱 의미의 ‘밈’으로 온라인에 공유돼 왔다.

한겨레는 이 사설에서 “글로벌 게임사인 넥슨이 혐오세력의 황당한 ‘음모론’에 장단을 맞춰 협력업체를 죄인처럼 추궁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한 뒤 글 말미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넥슨 게임 이용자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혐오 표현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자발적인 기부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부 릴레이 3일 만에 기부 금액만 6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넥슨은 자사 게임 이용자들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진 말기 바란다”고 썼다.

▲ 수정 전 한겨레 사설(위), 수정 후 한겨레 사설(아래).
▲ 수정 전 한겨레 사설(위), 수정 후 한겨레 사설(아래).

하지만 이는 한겨레 논설위원이 집게손을 혐오 표현이라고 판단한 넥슨 유저들이 “혐오 표현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하고 있다는 기사를 잘못 인용한 것이다.

이후 한겨레는 특별한 언급 없이 해당 문단을 “그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위협·협박에 시달리는 한국여성민우회 등 일부 여성단체에 대한 후원의 응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넥슨은 여성 혐오에 빠져 있는 일부 이용자들만 바라보지 말고, 기업 이미지와 미래를 고민하며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더 주목하기 바란다”로 수정했다.

7일 미디어오늘 취재 이후 한겨레 측은 사설 수정을 따로 해명할 것인지 등을 논의했고, 논의 끝에 이날 오후 수정 이유를 사설 기사 하단에 붙였다. 한겨레는 “12월5일 오후 6시29분에 디지털 배포한 위 사설 마지막 부분에서 일부 내용이 사설 취지와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당일 오후 8시39분에 관련 내용을 수정해 배포했다”면서 수정되기 전 문단을 적시했다. 한겨레는 사설 수정 이유에 “넥슨 게임 이용자들의 기부 성격을 놓고 논란이 일어 이 사설 취지와 맥락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 7일 공지된 한겨레 입장문.
▲ 7일 공지된 한겨레 입장문.

앞서 사설 책임자인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부에 ‘(기부 주체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기부 주체를 의도적으로 바꾸려 한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으나, 의도성은 없었고 착오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넥슨 ‘집게손’ 대응 질타한 한겨레 사설 수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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