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회의 ‘메이저’가 된 유튜브 크리에이터 생태계 속 묵묵히 조력자 역할을 하는 영상 편집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호소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콘텐츠 경쟁에 영상 편집 기술도 날로 화려해지지만 ‘열정페이’를 기대하는 업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6일 열린 ‘유튜브 영상편집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 왼쪽부터 김영민 센터장, 김예지 변호사, 이승렬 연구위원, 권하늘 팀장, 이승임 강사. 사진=박재령 기자
▲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6일 열린 ‘유튜브 영상편집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 왼쪽부터 김영민 센터장, 김예지 변호사, 이승렬 연구위원, 권하늘 팀장, 이승임 강사. 사진=박재령 기자

6일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열린 ‘유튜브 영상편집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유튜버, 인터넷방송인 등 크리에이터로부터 일감을 받아 영상을 제작하는 영상편집자 285명의 노동환경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장엔 현직 영상편집자가 직접 나와 열악한 노동환경을 증언했다.

구독자 1만부터 100만 유튜버까지 협업 경험이 있는 현직 편집자 A씨는 편집자 구인이 대부분 ‘열정페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트위치 ‘트게더’ 사이트에서 구인 게시판을 활발하게 운영할 때 글 90% 이상이 무페이와 열정페이 글이었다”며 “다른 구인 사이트에도 그런 글들이 엄청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작은 유튜브 채널들만 그랬던 게 아니다”라며 “작업을 했던 구독자 몇십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그런 채널들은 채널에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완전 무페이나 열정페이는 많이 없었지만 이렇다 해도 작업을 하는 시간을 생각했을 때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빛센터가 지난 8월28일부터 10월9일까지 영상 편집자 28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최저임금(9620원)에 미달하는 경우가 50%에 달했다.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인 경우도 41%였다. 한빛센터는 “평균시간당 소득은 1만666원에 불과하였는데 작업에 필요한 장비와 환경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고 사회보험 미가입과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법적인 최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 유튜브 영상편집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현직 영상 편집자. 사진=박재령 기자
▲ 유튜브 영상편집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현직 영상 편집자. 사진=박재령 기자

A씨는 “평균적으로 유튜버들이 책정하는 단가는 1분당 1만 원 수준인데 10분짜리를 만드는데도 2~3일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튜브에 올라가는 영상들은 8~10분 영상들이 많아 3일을 일해도 받는 게 10만 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크리에이터 중엔 방송 스트리밍(생방송)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분들은 영상 원본이 길게는 10시간 정도인데 그 영상을 10분 이내로 줄이고 그 정도 돈을 주는 건 거의 착취에 가깝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는 대부분 작성하지 않는다. “무법지대에 가깝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A씨는 “유튜버가 원하는대로 다 해주고 유튜버가 원하는 금액만 받고 일을 해야 하는 과정이 너무나 당연하게 고정돼 있는 느낌”이라며 “일부 규모 큰 채널들은 편집 일을 비즈니스로 보는 게 아니라 팬들이 자기 영상을 좋아해서 편집자로 계약하려고 온 줄 아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최근 1년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45%다. 그 중엔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수 탔다’는 답변도 다수 있었다. 계약서 없이 무방비 상태에 놓인 편집자들은 “갑작스러운 연락두절”, “돈이 없다는 핑계로 전체금액 80%만 지불”, “월급날 아무런 연락 없다가 돈 쉽게 벌려고 하냐는 말까지 들어봤다” 등의 불편을 토로했다.

▲ 동영상 편집, 촬영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gettyimagesbank
▲ 동영상 편집, 촬영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gettyimagesbank

권하늘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보수가 충분하면서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어 사회가 청년에게 프리랜서를 택하도록 강요하는 측면도 크다”며 “영상편집은 관련 전공을 졸업하지 않아도 독학이나 학원을 통해 배울 수 있어 비교적 진입 문턱이 낮다. 비교적 낮은 문턱은 청년들이 영상편집을 전업 또는 부업으로 시작하는 요인일 수 있다.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졸업 전 학생 때부터 영상편집을 시작하여 경력을 쌓고자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편집자들의 4대 보험 가입률이 낮다고 지적한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 자신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를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며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해도 대부분 가입 의사가 높지 않았다. 소득 불안정성과 함께 고용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산재보험은 자신이 업무 관련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 직업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렬 위원은 “크리에이터나 영상편집자가 고용보험 ‘노무제공자’(특수형태근로자)에 해당한다면 계약 상대자가 고용보험 가입 의무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노무제공자 고용·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스태프 시급이 사실상 2000원에 불과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유튜브 채널 ‘자빱TV’의 스태프 근로자성 소송 대리인단 김예지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방송 비정규 종사자들의 명칭은 ‘프리랜서’라고 하지만 하는 일은 정규직과 다름 없고 보수와 고용 형태, 처우는 그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많다”며 “특정 방송사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방송업계에 공통된 것이다. 최근엔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방송업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청주지방법원에선 방송 비정규 종사자 중 프리랜서 PD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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