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절차를 끝마친 JTBC와 JTBC미디어텍이 사실상 권고사직에 들어갔다. 사측은 개별 직원들에게 연락해 희망퇴직을 권유하고 있다. 권유를 받은 직원 입장에선 ‘권고사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회사 내부에 무력감과 불안감이 팽배해졌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JTBC 사측은 구성원들에게 연락해 ‘희망퇴직 위로금을 줄 테니 (퇴직) 결정을 해 보는 건 어떻겠는가’라고 권유하고 있다. JTBC 미디어텍에 소속된 PD 일부도 관련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JTBC 구성원 A씨는 “권유받은 직원은 자기가 권고사직 대상자로 꼽혔다고 생각할 것 아닌가”라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JTBC 사옥. 사진=JTBC.
▲JTBC 사옥. 사진=JTBC.

사측의 희망퇴직 제의는 회사 내부의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결국 동료의 퇴사를 막지 못했다. 동료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사실상 ‘권고사직’에 가까운 전화를 받은 이들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며 떠난 동료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JTBC는 사직 권유에 따르지 않은 직원을 타 부서로 보내는 인사 발령을 했다고 한다. JTBC지회는 “사직에 응하지 않았다가 알 수 없는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난 동료도 있다. 사실상의 퇴사 압박인 셈”이라며 “법원은 기자와 PD 등을 비 제작 부서로 발령 낸 타사(MBC) 사례를 ‘부당 노동행위’라고 판결한 바도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 개인뿐 아니라 우리 조직 자체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JTBC지회는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와 걱정이 팽배하다.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더해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직은 병들고 있다”며 “지금도 빠듯한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왔던 직원들이 떠밀려 나가면서 앞으로는 더욱더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인력난은 결국 보도의 질 하락이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TBC 사측은 24일 오후 ‘큐시트 밖으로’라는 제목의 내부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에 대해 JTBC지회는 “겉으로는 모바일 강화 전략이지만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뉴스 부실을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희망퇴직의 원인이 된 ‘경영실패’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은 어디로 갔는가. 콘텐트 제작·유통 등 수익 창출 기능을 떼어내 분사시켜 보도와 송출 기능만 남은 지금의 방송사 구조에서, 경영 상황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JTBC는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SLL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JTBC는 지난해 말 ‘아는 형님’, ‘밀회’ 등 279개 작품 IP를 SLL에 433억 원에 매각했다. SLL은 JTBC가 아닌 콘텐트리중앙 소속이다. SLL이 IP를 통해 수익을 기록해도 JTBC와 배분하지 않는 구조다. 또 SLL은 IPO(기업공개) 작업을 준비 중이다.

JTBC지회는 “경영진은 인력 조정 외에 어떤 경영혁신 방안을 내놓았는가. 경영실패의 책임을 앞으로는 직원들에게 떠넘기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할 수 있는가. 이제는 제대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TBC는 지난달 10일 대규모 적자가 예상돼 인건비를 절감해야 한다며 희망퇴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JTBC가 예상한 올해 적자는 520억 원이다. JTBC는 희망퇴직 목표인원을 100명으로 설정하고, 할당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권고사직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희망퇴직 신청은 지난 5일 끝났지만, JTBC는 개별 직원들에게 접촉해 희망퇴직을 재차 권유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