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복지 정책에 대한 논조가 노년층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년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복지 정책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데, 종편을 통해 정보를 얻지 않는 노년층은 다른 세대와 다르지 않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송정민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전임연구원은 지난 6월 미래정치연구소에서 발간한 ‘미래정치연구’에 게재한 논문 <애국보수는 누구인가 : 노년층의 복지거부와 미디어 영향> 논문을 통해 종합편성채널이 노년층의 보수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종합편성채널 CI
▲종합편성채널 CI

노년층일수록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된다. 송 연구원은 “‘태극기 부대’의 시위에서 노년층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드는 모습들이 자주 포착되면서, 노년층은 이른바 ‘애국보수’를 대표하는 연령층이 됐다”고 밝혔다. 다만 노년층이 지지하는 보수정당은 전통적으로 그들의 직접적인 이익과 관련 있는 복지 분야에서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

송 연구원은 노년층의 미디어 환경을 분석해 그 원인을 찾아봤다. 송 연구원은 “한국의 노년층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많은 복지 제도의 도움이 필요하고, 노동소득보다 마땅히 더 많은 공적 이전소득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노년층의 자기이익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송 연구원은 종합편성채널이 만들어내는 프레이밍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종편뉴스에서 복지 이슈는 복지 제도의 도움이 꼭 필요한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세금 부담’과 같은 중산층 이상의 계급적 관점이나 ‘국가부채’와 같은 거시경제적 측면, 혹은 ‘포퓰리즘’과 같은 선거전략의 차원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당장의 비용을 더 우선시하게 되고 정책 자체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 아닌 정치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시행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2020년 4월 발표한 ‘한국복지패널’ 조사 결과다. 평소 종합편성채널을 접하는 노년층이 복지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했다. 우선 노년층이 복지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가진 건 분명했다. 복지 정책에 대한 입장을 11점 척도(0~10점, 점수가 높을수록 복지 정책에 긍정적)로 알아본 결과, “성장보다는 복지”·“보편적 복지” 항목에서 60대 이상 노년층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송 연구원은 “한국의 노년층은 복지 태도에서 가장 보수적인 태도, 복지규모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태도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종합편성채널 경험 유무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있었다. 60대 미만 응답자의 경우 종편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더라도 복지태도가 보수화되지 않았다. 반면 노년층의 경우 종편 경험이 복지 태도 결정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송 연구원은 “우려스러운 점은 노년층의 애국적인 태도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정파적 미디어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종합편성채널로부터 정치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지 않은 노년층에게서는 ‘노년층-복지거부태도’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년층의 60%가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정보를 종합편성채널로부터 획득하였다고 응답하였으며, 이는 20대·30대·40대·50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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