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윤석열 대통령. 디자인=안혜나 기자.
▲MBC와 윤석열 대통령. 디자인=안혜나 기자.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 발언 진위를 두고 MBC와 소송 중인 외교부가 재판부에 음성 감정을 신청했다. 

해당 발언을 처음 보도한 MBC만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 중인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감정신청용 첨부 자료를 제출했고 지난 2일 감정인 선정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오늘(3일) 열릴 예정이었던 변론 기일이 12월 22일로 미뤄졌다. 재판부는 지난 5월 첫 재판부터 양측에 음성 감정을 제안했으나 외교부와 MBC 모두 뚜렷한 입장은 없었다.

그러나 외교부 음성 감정신청은 애초 재판부 의도와 달라 보인다.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을 특정해달라’는 게 아니라 ‘MBC 보도에 등장하는 발언과 다른 발언일 가능성’에 대한 음성전문가의 입장을 묻는 취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외교부는 MBC 보도와 다르게 들릴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근거로 보도의 허위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MBC측 소송대리인은 앞선 재판에서 “소를 제기한 게 외교부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대통령 발언은 뭐였는데, MBC 보도는 이거여서 이게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와 있지 않다. 원고 쪽에서 먼저 정확히 대통령 발언이 뭐이기 때문에 허위라는 건지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외교부는 앞선 재판에서 윤 대통령 발언이 “우리도 외교적 위상과 경제적 규모에 걸맞은 기여를 다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선 관련 국회 예산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취지로 예산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하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22일자 MBC유튜브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해 9월22일자 MBC유튜브 보도화면 갈무리.

이번 외교부 대응에 MBC 관계자는 “외교부가 변론 기일을 앞두고 갑자기 음성 감정을 신청한 것이 좀 의아하다”고 밝히면서 “MBC는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하는 발언 당사자가 실제 어떤 발언을 했는지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외교부의 음성 감정신청에 대해서는 조만간 의견을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미국 얘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며 MBC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통령실이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 등을 이유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외교부는 “MBC가 우리나라를 70년을 함께한 동맹이자 혈맹을 조롱한 나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했다”며 지난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의 쟁점이 “외교부에게 정정보도 청구권이 있느냐와 실제 발언이 있었는지 보도 내용의 진실성, 크게 두 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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