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불쇼' 생방송이 진행되는 서울시 마포구 팟빵 스튜디오 앞. 사진=정철운 기자
▲'매불쇼' 생방송이 진행되는 서울시 마포구 팟빵 스튜디오 앞. 사진=정철운 기자

10월27일 오후 2시, ‘압도적 재미’를 추구하는 유튜브 채널 <매불쇼>(매일매일 불금쇼) 생방송 현장을 찾았다. 진행자 최욱은 1부에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압수수색을 이렇게 언급했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종잣돈 알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기사를 쓰잖아? 그럼 다 압수수색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라도 아니야.” 2부에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두고 영화평론가들이 출연했는데, 최욱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이분이 어떻게 살라는 거에요?” 2시간 넘은 방송 내내 진행자와 패널 사이는 웃음의 연속이다. 방송 1시간을 넘기자 유튜브 실시간 접속자는 7만 명을 넘겼다. 

<매불쇼> 구독자는 131만명.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137만명)과 맞먹는 규모다. ‘압도적 재미’의 중심에는 방송인 최욱이 있다. 진보성향 시사 유튜브를 즐겨듣는 이들 사이에선 ‘오전엔 김어준, 오후엔 최욱’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는 5년째 진행 중인 <매불쇼>와 더불어 KBS에서 4년 넘게 시사 토크쇼 <더 라이브> 메인 MC로 활약하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까지는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에 고정 출연하며 비평의 문턱을 낮추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최고의 예능인이 꿈이었다던 그는, 최고의 시사프로 진행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독특한’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래는 일문일답.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고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무조건 아침 라디오를 다 듣는다. 여기가 정치 시사 뉴스의 생산지다. 밥 먹고 씻고 이럴 때 다 듣는다. 따로 또 기사를 찾아 확인한다. 여러 보도를 봐야 흐름도 파악할 수 있고, 틀린 내용도 바로잡을 수 있다. 일단 그렇게 시작하고 2시 매불쇼 생방송 전에 원고를 보며 오늘 할 내용을 또 공부한다. <더 라이브> 가기 전에도 또 본다. 종일 기사만 본다고 봐도 된다. 평일에는 일절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금요일 밤에는 숙제하듯 사람을 만난다.”

-시사에 예능을 접목했다는 평가다. 시행착오는 없었나.
“지금 하는 일은 꿈꾼 적도 없었다. 최고의 예능인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명확했다. 그런데 그게 좀 힘들었다. 오랜 기간 잘 안됐다. 그러다 정영진‧김용민과 예능으로 <불금쇼>를 하게 됐다. 그게 잘 됐다. 3년 정도 하다 탄핵 정국이 왔다. <맘마이스>를 하게 되며 시사를 만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 그런데 내가 한마디 한 게, 커뮤니티에 의식 있는 사람처럼 올라가며 (인기에) 심취해버렸다. 그러다 정권이 교체되고, <가로세로연구소>를 봤는데 보기 힘들었다. 그 역겨움이 나에게 투영됐다. 내가 이 사람들처럼 과거에 방송한 건 아니었나, 뼈저리게 반성했다. 그냥 하면 안 되겠다, 그때부터 시사를 다룰 때 마음가짐이 신중해졌다. 시사가 이미지로 소비되는 일이 많다. ‘당연히 이건 나쁜 것’ 이런 식인데 내가 이 건에 대해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서 부정선거는 허황된 주장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다. 근데 그게 왜 허황된지 들여다본다. 시사 콘텐츠를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 실수하기 싫어서. 항상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한다.”

-재미없고 어려운 시사 이슈를 재미있게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타고나는 건가. 
“나는 타고났다. 나의 정체성은 지금도 광대다. ‘설거지하면서 방송을 소비한다’, ‘카톡하면서 방송을 소비한다’, ‘라면을 먹으면서 방송을 소비한다’를 전제로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가는 게 내 최고의 방송철학이다. 일상에서 친구가 ‘너 어제 그거 봤어?’라고 얘기하면 듣는 사람도 너무 재미있게 잘 듣는데 그런 식의 시사프로는 없다. 나는 ‘야 너 이런 일 알아?’ 친구한테 하듯이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남들 다 하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그럴 거면 그냥 입을 닫는다. 남들과 다른 시각이 하나 정도는 가야하고, 해학과 풍자도 있어야 한다. 이건 뭐 타고난 감각이기 때문에 천재로 태어나지 않으면 흉내를 못 낸다.”

▲지난 27일 만난 방송인 최욱. 사진=정철운 기자 
▲지난 27일 만난 방송인 최욱. 사진=정철운 기자 

-항상 출연자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 같다. 
“내가 방송을 보는데 저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그런데 말을 쏟아낸다? 이 사람이랑 친하지도 않고 누군지도 몰라서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쏟아내면 뭐 하나. 그래서 이 사람과 친해지는 시간을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잘 들린다. 다른 시사에선 내용에 집중하지만, 사람이 보여야 내용이 보인다. 시사프로 패널이 재밌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포인트를 극대화한다. 지금 우리 기자님은 말이 너무 차분하고, 저음이고, 보기만 해도 피곤해. 그걸 딱 포인트로 부여해 버리는 거지. 그러면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낀다. 방송은 당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거다. 때리는 사람은 악동이 되고. 그걸 기꺼이 내가 하는 거다. 이건 정말 나밖에 없다.”

-얼마 전 <더라이브>에서 전원책 변호사와 설전을 벌이며 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평소와 달랐다.
“부끄럽다. 제 짧은 방송 역사에 가장 큰 오점이다. 괴롭다. 그때가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관한 거였는데, 방송에서 매우 완곡하고 조심스럽게, (조선일보 보도내용과 다르게)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편향적이라는 프레임으로 들어와 진짜 속상했다. 조선일보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건 조선일보의 주장이라고 했는데 ‘조선일보면 가짜뉴스냐’고 프레임 전환을 해서 힘들었다. 나답게 유머러스하게 잘 넘기는 진행의 묘를 보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새로운 KBS 사장이 오면 <더라이브>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4년 동안 단 한 번도 (KBS에서) 제 발언에 대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건 하지 말라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그런데 앞으로 체제가 바뀌면서 그런 게 있다, 그런데 내 생각과 너무 다르다, 그러면 그만둬야죠. 웃으면서 경쾌하게 그만둘 것이다. 괴로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게 내 방식이다.” 

-유튜브 저널리즘이란 용어가 보편화되었다. 한국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다. <매불쇼>는 어떠한 저널리즘을 추구하나.  
“유튜브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보는 플랫폼이다. 나는 나만의 포지션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그러고 싶지 않았다. 토론할 때도 양쪽 진영을 다 불렀다. 알고리즘에는 굉장히 도움이 안 된다. 진보적 소비자는 보수 패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싫어요를 누르고, 보수적 소비자는 진보 패널 때문에 싫어요를 누른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방향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양쪽 다 불편함을 조금씩 내리면서 소비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그래서 재미라는 것으로 항상 중화를 시켜간다. 쉬운 작업 아니다. 나의 이 고충을 사람들이 모를 것이다. 댓글에 ‘중도병 걸렸다’, ‘저거 또 국민의힘 공천받으려고 저런다’, ‘민주당 나팔수다’ 엄청 많지만 이겨낸다. 보수든 진보든 다 세상에 존재하는 목소리다. 없는 걸 만드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갈 거다.”

▲2016년 미디어오늘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최욱. ⓒ미디어오늘 
▲2016년 미디어오늘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최욱. ⓒ미디어오늘 

-평소 느꼈던 우리나라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언론 이슈를 언론이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다. 난 이게 정말 신기하다. 최소한 이해당사자면 더 분노할 법한데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너무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의 일인데, 아예 관심을 안 가진다. 압수수색도 너무 큰일 아닌가. 언론인이 아닌데도 나는 괴롭던데. 분노를 원한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묵직하게 관심은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보도했다고 압수수색한다는 게 끔찍하다.”

-많은 언론이 유튜브를 하지만 잘 안된다. 왜 안되나.
“재미가 없다, 재미가. 예능인이 아닌데 재미를 어떻게 뽑아내냐-이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유머가 아니다. 남들이 보지 않았던 시각도 재미고, 남들에게 없는 독점적 정보도 재미다. 그런 게 없다. 다 남들 하는 대로 하니까 재미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만든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상품은 필요에 의해 만든다. 만들어야 될 것 같아서 만들면 안 된다. 지금 흐름이 유튜브구나, 우리도 만들어야지-해서 만들면 매력이 없다. 매불쇼의 ‘사이다 헤드라인’ 코너에서 뉴스를 다루는데 그거 하나를 다룰 때도 나름의 서사구조를 만든다. 그 정도의 노력도 안 하던데 뭐.”

-<매불쇼>는 정치인들이 가장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질 것 같은데.
“굉장히 스트레스다. 출연 부탁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거절하는 게 괴롭다. 그들이 원하는 방송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궁금한 사람을 모시는 게 첫 번째 원칙이다. <매불쇼>는 매일 매일 개편이다. 그래서 냉정하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저 사람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럼 함께 못 한다. 우리 아버지라도.”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팟캐스트계의 유재석’이라는 수식어가 많던데.
“옛날 버전이다. 1인자의 대명사가 유재석이니까 거기는 메이저 무대, 나는 마이너 무대에서 1인자가 되어보자는 방향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마이너 무대에서 1인자가 되어서 이 무대를 메이저로 만들고 싶다. 지형이 그렇게 변했다. 이제 그들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유재석보다 뛰어난 본인의 능력을 꼽는다면. 
“매일 생방송 두 개를 진행하고 있다. 정말 웃음적으로 치열하고, 정치적으로 치열한 생방송 두 개를 매일같이 큰 무리 없이 해낸다. 사람들이 식상해하지 않고 계속 즐기게 만든다. 나 말고 누가 합니까. (웃음) 이건 유재석보다 저를 더 높게 평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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