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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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탈북민 61명의 목소리가 담긴 북한인권 증언집 <북한에서의 일상을 돌아보다>를 지난 24일 발간했다. 2019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3년9개월간 탈북민 90여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물로, PDF형태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이들의 증언 가운데 ‘미디어 일상’에 주목했다. 북한은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최하위(180위)를 기록한 세계 최악의 언론 통제 국가다. 

2019년 탈북한 고성은씨는 “개인이 책을 쓰거나 배포하는 건 안 된다. 그런 건 북한에서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잡지도 없다. 민간이 운영하는 언론도 없다. 다 나라에서 운영한다”고 했다. 2021년 탈북한 정유훈씨는 “조선중앙TV는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방송을 했는데 코로나19 정보는 계속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걸 계속 강조했다. 우리도 북한에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으며 “코로나19 때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도 알려줬다”고 했다. 2018년 탈북한 손화영씨는 “북한에서는 TV에서 사건 사고 같은 뉴스는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2018년 탈북한 장철훈씨는 “김정은이 우리를 가둬 놓고 세뇌 교육을 한다는 식의 생각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교육받은 것은 그런 거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면서 “뉴스나 신문을 봐도 그 사람은 꾸준히 현지 시찰을 하면서 돌아다니고,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뛴다고 하니까 그대로 믿었다”고 했다. 장씨는 또 “SK, KT, LG처럼 북한에는 강성망과 고려링크라는 통신사가 있다. 내가 쓴 건 강성망인데 북한 돈으로 월 950원 사용료를 내면 200분 통화를 할 수 있고 메시지는 20개를 쓸 수 있다. 북한에서는 통화랑 메시지를 쓰는 데만 요금이 사용된다. 신문이나 TV 방송은 따로 요금에서 추가하면 볼 수 있다”고 했다.

2017년 탈북한 강은혁씨는 “북한에는 인터넷이 없다. 광명망이라고 있기는 있는데, 망은 아니고 선전 수단이다. 인터넷이 들어가기만 하면 북한이 달라지겠지만, 절대 들어갈 일은 없다. 인터넷을 막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그걸 허용하면 자기네들이 망할 거란 것을 북한 정부도 안다”고 했다. 강씨는 “꼭대기에 있는 간부라고 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은 최고위급, 그다음에 대적투쟁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으며 “김정은, 리설주, 현송월 등 특별한 가문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찰총국장조차도 인터넷을 마음대로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2018년 탈북한 김민선씨는 “북한에는 ‘109상무’라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돌아다니고 있는지, USB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단속하는 조직이 있다”며 “109는 몇 집을 찍어서 들어간다. 제일 처음 방문하는 사람 집에 검열하고 나면 그 집에서 연락을 준다. 그러면 집을 막 치운다. 휴대전화가 있으니까 서로 연락을 한다”고 했다. 김씨는 “나도 한번 걸렸다. 누구랑 같이 봤는지 다 적으라고 10번, 20번 반복한다. 나도 거기서 이름이 나왔고 집을 떠나 한동안 숨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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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탈북한 임은화씨는 “2020년 12월 북한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외국 문물을 접하면 처벌이 강하게 이뤄졌다. 보통 단련대 한 달 정도 보내곤 했다. 돈이 없으면 단련대를 가고 돈이 있으면 돈을 주고 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들키면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했다. 2016년 탈북한 김소향씨는 “제가 나오기 전에는 한국 드라마 보다가 걸리면 2년형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2019년 탈북한 조은실씨는 “황해북도에 살 때 아버지가 안테나 조절을 잘못했는데 한국 TV가 잡혔다. 2005년 정도였다. 요즘은 한국 방송이 안 잡힐 거다. 북한도 최근 그런 걸 엄청 단속한다”고 했다. 2017년 탈북한 김강대씨는 “북한 라디오는 특정 주파수만 들을 수 있지만 외국에서 들여온 라디오는 한국 방송 주파수를 맞추면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2018년 탈북한 김성미씨는 “대북 방송을 듣긴 했지만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 방송은 거짓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9년 탈북한 이진철씨는 “북한에서 한국 영화를 딱 하나밖에 못 봤다. 그걸 저에게 준 사람이 잡혔다가 저도 잡히면 감옥에 가야 한다. 정치범 중에서도 제일 상단으로 취급된다. 잘못하면 인생이 끝나니까 안 봤다”고 했다. 2019년 탈북한 김순화씨는 “한국 드라마는 절대 마음대로 볼 수 없다. 보다 들키면 죽어야 한다. 걸리면 일반적으로 교화소를 보낸다. 아니면 다른 죄를 지은 것보다 몇 배는 더 뇌물을 줘야 한다. 정해진 것은 없으나 중국 돈으로 2~3만 위안은 바쳐야 한다”고 했다.

2019년 탈북한 이순아씨는 “한국 드라마의 경우 그걸 본 시간 당 교화 1년을 매긴다. 이제는 중국 드라마를 봐도 잡아간다. 탈북하기 1년 전 중학교 2학년 정도 되는 애들 5명이 중국 드라마 ‘양산백과 축영대’를 보고 잡혀 들어갔다. 2명이 교화소로 보내졌는데 10년과 8년 형을 받았다. 다 잡히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만 잡혀간다”고 했다. 

쿠웨이트 파견 건설노동자였던 탈북민 오근철씨는 “한국 드라마를 아무리 백 번 본다고 해도 속으로만 혼자 알고, 생각할 뿐이지 그것을 공론화하고 그럴 수가 없다. 한국 드라마야 많은 사람들이 보지만 북한 주민들이 다 외부 문화를 접한다고 해도 그걸 밖으로 말하거나 표현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외부 정보가 유입된다고 해도 정권이 무너지는 상황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 했다. 2017년 탈북한 박정철씨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 못하는 이유는 처벌이 두려워서다. 우리가 쭉 앉아 있는데 여기서 누가 보위부 스파이인지 모르니까, 함부로 말을 못한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에 △북한 내 모든 사람이 외국에 살고 있는 가족 및 그 외의 사람들과 간섭없이 통신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독립적인 신문 및 기타 매체의 설립을 허용하고 국내외 매체에 대한 모든 검열을 중단할 것 △학교, 도서관, 기타 공공시설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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