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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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선 형법에 따라 ‘반국가 목적 없이 적들의 방송을 들었거나 적지물을 수집‧보관하거나 류포한 자는 1년 이하의 로동단련형에 처한다’(제5장 제185조)고 나와 있다. 북한은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외부 정보 통제를 강화했다. 2022년 상반기 해당 법 위반으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 된 북한 주민은 약 1700여명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통일부는 북한의 언론‧출판‧방송 단계적 개방을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주요 과제로 꼽았다.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5일 ‘북한방송통신 선제적 개방 및 대북방송 주파수 지원’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보좌진이 거의 전화를 못 받고 있다. ‘태영호가 이중간첩이다, 빨갱이다’라는 전화도 많이 온다”며 북한방송개방 이슈를 다루는 어려움을 전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황선혜 통일부 사회문화교류정책과장 또한 “우리 과에도 정말 많은 항의 전화가 왔다”며 업무 마비 수준의 경험을 전했다. 

그럼에도 태영호 의원은 북한방송의 선제적 개방을 강조했다. 태 의원은 “일각에선 북한방송을 개방하면 국민들이 북한 당국과 김정은의 선전 선동에 넘어가고 국가안보 위협을 우려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매우 높다. 더 이상 공산주의의 선전 선동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만 명의 북한 사람이 해외에 나와 있다. 북한 당국이 이들의 휴대폰 구매를 허용했다. 이들이 이걸 구매해서 대한민국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에게) ‘남한에선 북한 콘텐츠를 개방해도 관심도 안 갖는구나’ 이런 메시지를 보내 마음을 흔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방송통신 선제적 개방 그리고 민간차원 대북방송 주파수 지원' 토론회.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발언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방송통신 선제적 개방 그리고 민간차원 대북방송 주파수 지원' 토론회.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발언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윤재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국민의힘)은 이날 축사에서 “북한방송통신을 선제적으로 개방해 북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고, 종국에는 우리 방송과 매체 또한 북한에 개방되도록 해 상호개방으로 나아가는 것이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본 사업의 최종 단계”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관련 입법과 함께 저작권 보호 및 저작권료 납부와 관련한 남북 간 협의를 강조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광백 데일리NK 대표는 “북한 방송 개방이 오히려 한국 내에 북한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고, 친북세력을 늘려 사회 혼란과 국론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자유로운 정보시장에서 왜곡 과장 정보는 충분히 걸러질 가능성이 높다. 동서독 방송 교류의 경험에서도 동독 정보가 서독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았다. 서독은 분단 이후 통일이 될 때까지 동독 방송을 금지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광백 대표는 “1980년대까지는 북한이 ‘전면개방 자유왕래’ 전략을 펴고 있다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며 “교류와 개방 정책은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체제인 한국 사회의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북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북한이 남한방송통신 개방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며 “정부의 주파수 지원으로 대북방송을 강화해 남북의 실질적인 방송교류를 추진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명섭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변호사)는 “국민의 기본권 측면에서 알 권리의 하나가 정보 접근권이다. 국내에선 정보접근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국가보안법”이라고 설명한 뒤 “우리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으로 북한 정보를 차단하면서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비난하고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차원에서 보면 통일부의 개방 정책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제대로 된 북한 연구를 위해서라도 현재의 ‘폐쇄적 정보 독점’ 상황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선혜 통일부 사회문화교류정책과장은 △1973년 동독의 서독 방송시청 허용 △1987년 동서독 국영방송 간 방송협정 체결 등 동서독 간 방송 교류협력을 언급하며 “이는 독일통일에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한 뒤 “우리가 먼저 시작함으로써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겠다. 현행 법제도 내에서 북한방송 개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용범위와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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