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들은 올해 임금이 작년 대비 7% 이상 올라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안준용)이 지난 18일까지 전체 조합원 188명을 대상으로 ‘2023년 임금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노조는 설문조사 결과를 19일자 노보에 공개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기자들로 구성돼 있다.

기자들 “고물가에도 매년 임금인상률 기대 이하”

응답자 142명 중 99.3%(141명)는 올해 임금이 작년 대비 최소 5% 이상 올라야 한다고 했다. ‘7% 이상’을 주장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75.4%(107명)에 달했다.

응답자 142명 중 105명(73.9%)은 현재 받고 있는 임금 수준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매우 불만족’은 43명(30.3%), ‘대체로 불만족’은 62명(43.7%)이었다. ‘보통’은 33명(23.2%), ‘대체로 만족’은 4명(2.8%)으로 나타났다.

임금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 ‘고물가에도 매년 임금인상률이 기대 이하라서’라고 답한 인원이 100명(70.4%)이었다. 이어 ‘디지털 업무 등 전체 업무량은 늘었는데 임금은 적어서’(85명), ‘비슷한 스펙의 또래와 비교할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서’(80명), ‘타사와 비교해보니 동종업계 최고 대우가 아니라서’(76명) 순이었다.

노조는 “회사는 3억 원 주택 대출 등 복지 제도를 대폭 강화했지만 임금인상률은 2017년 이후 작년까지 각각 3%, 2.3%, 2.9%, 2.8%, 2.9%, 3.4%였다”면서 “이런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조합원들은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현재 수준에서 가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느끼느냐’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인원이 107명(75.4%)에 달했다. 이 가운데 ‘매우 고통스럽다’고 답한 이는 24명(16.9%)이었다. ‘보통이다’가 33명(23.2%), ‘대체로 편안하다’가 2명(1.4%)이었다.

응답자의 99.3%(141명)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조선일보 노조가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7~10%’가 64명(45.1%)으로 가장 많았다. ‘10% 이상’이 43명(30.3%), ‘5~7%’가 34명(23.9%), ‘2~5%’가 1명(0.7%)이었다.

“은행 마이너스통장 금리 6%” “생활비 부담, 생계 힘들어”

19일자 노보에 따르면, A 조합원은 “회사 주택 대출에 더해 다른 은행 대출도 받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정확히 2년 전 이맘때 2%대였던 신한은행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지금은 6%대”라며 “외벌이 3~4인 가족의 경우엔 하루하루 살림살이가 빠듯해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

B 조합원은 “누구는 ‘돈 벌고 싶은데 기자는 왜 택했느냐’고 하지만, 우리도 돈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좋은 기사 쓰고 싶어서 기자 하는 것”이라며 “다만 주거비, 교육비를 포함한 생활비 부담이 너무 커져 생계가 힘든 건데, 후배들 사정은 모르고 공자 말씀만 하는 일부 선배들에겐 내 급여명세서를 한번 보여 드리고 싶다”고 했다.

C 조합원은 “지면도 밤 11시까지 만드는데 온라인은 연합 수준으로 쓰고 있지 않냐”며 “인력은 그대로고 일은 느는데 보상이 뒷받침 안 되면 특히 기본 연봉이 낮은 중저연차들의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D 조합원은 “타사 기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조선이 압도적으로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그들도 인정하는데, 실상 급여는 비슷하거나 어떤 부서·연차에선 오히려 적다”며 “동종 업계에 있는 가족과 비교해보면 연말 격려금을 포함해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E 조합원은 “물가 인상률도 못 따라가는 수준은 꼭 벗어나야 한다”며 “기본급을 많이 올리기 어렵다면 취재수당이나 격려금이라도 확실히 올려서 실수령액을 보장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F조합원은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은 이뤄져야 회사 측이 주문하는 여러 경비 절감 방안에도 수긍하고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어려움도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0년차 전후라는 G조합원은 “아직도 기자로서 열심히 일하고 싶은 열정이 큰데 생계 걱정으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며 “미디어 업계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의 임금 인상을 통해 기자들의 사기를 올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동아일보 노사는 올해 여름 기본연봉 3.5%를 인상한 2023년도 임·단협에 합의했다. 1인당 76만원 규모의 복지포인트도 추가 지급했다. 조선일보 노조에 따르면, 중앙일보의 경우 사측이 약 3.7%의 기본급 인상을 제안한 후 노사 협상이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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