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에 이어 홍범도 김좌진 등 7인의 독립영웅을 기리는 독립전쟁 영웅실도 철거 이전하는 개편 공사에 이미 착수했으며, 내달초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윤석열 대통령이 잇달아 반성한다면서 민생현안을 챙기라고 지시하는 모습은 다 기만이냐, 또 다시 이념논쟁이냐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2일 미디어오늘에 전한 육군의 답변자료를 보면, 이같이 밝혔다. 정 의원이 ‘계획에 따르면 10월 10일부터 독립영웅실 철거 또는 개편 사업이 시작되는데, 현재 철거 또는 개편을 착수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자 육군본부는 답변서에서 “독립전쟁 영웅실 개편은 지난 16일에 착공하였으며 오는 11월2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육군은 “공사 진행상황에 따라 기간은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독립전쟁 영웅실은 지난 2018년 육사 교내 생도 종합교육시설인 충무관에 홍범도·안중근·김좌진·이회영 등의 영웅 이름을 붙여 만들어졌다.

이밖에 홍범도 장군 흉상철거 계획과 현재 진행 상황을 두고 육군본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은 ‘기념물종합계획’ 수립과 연계하여 검토 후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임직순 화가가 그린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전투 기록화. 독립기념관 소장 자료. 사진=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임직순 화가가 그린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전투 기록화. 독립기념관 소장 자료. 사진=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독립전쟁 영웅실 개편 역시 이미 지난해 11월18일 기념물 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본부가 제출한 ‘초일류 육사 구현을 위한 학교발전 현장토의’(2022년 11월18일) 자료를 보면, 육사는 독립군과 광복군 관련 기념물 설치에 따른 논란이 지속된다면서 독립전쟁 영웅 흉상(2018년 설치)에 대해 △선정 인물의 적절성과 설치 위치 불만 △흉상 제작 및 설치과정에 대한 자료 요구 지속 △독립전쟁 영웅 흉상, 독립전쟁 영웅실 등과 관련해 특정 시기 및 단체 관련 중복 및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적었다.

육사는 자료의 ‘세부 추진 방안’에서 충무관 내 ‘독립전쟁 영웅실’을 개편해 ‘사관생도의 국가관, 안보관, 역사관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세웠다. 특정 인물을 기리는 공간에서 시대별 국난극복사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육사는 충무관 노후 시설개선 공사 참고자료에서 세부계획으로 “특정 시기가 아닌 통시적 시각의 ‘국난극복사’ 학습 공간으로 개편”하겠다면서 △1층 현대 한국군 베트남 파병, 국지도발, 해외파병 △2층 6.25전쟁사 전쟁의 주요국면, 주요 전투 및 사건, 연표 △3층 대한제국 ~ 항일무장투쟁 구한말 의병운동, 독립군과 광복군, 연표 △4층 고대 ~ 조선시대 고구려-수 전쟁, 임진왜란 등 주요 사건, 연표로 구성하는 방안을 짰다.

▲육군사관학교가 지난해 11월18일 초일류 육사 구현을 위한 학교발전 현장토의를 한 결과를 작성한 자료. 사진=정성호 의원실
▲육군사관학교가 지난해 11월18일 초일류 육사 구현을 위한 학교발전 현장토의를 한 결과를 작성한 자료. 사진=정성호 의원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반성한다더니 기만이었느냐며 성토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2일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가 청년 장교 육성의 장에서 독립영웅들의 흔적을 지우고, 이름을 지우고, 역사를 지우려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냐”고 따졌다.

임 원내대변인은 “일본에 대한 굴욕 외교로 부족해서 일본이 미워한 독립투사들을 왜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지우려고 하느냐”며 “독립영웅들의 역사를 지워야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여기느냐. 윤석열 정부는 친일파에 뿌리를 둔 정부이냐”고 반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이념논쟁을 멈추고 민생에 집중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임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지시가 진심이라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부터 없던 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을 속이려는 기만이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독립영웅들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는 이념전쟁도 무엇도 아니다”라며 “그저 역사쿠데타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같은 당의 강선우 대변인도 21일 서면브리핑에서 “우리 국군의 뿌리가 당연히 일제에 항거한 의병, 독립군, 광복군 아니냐, 왜 인정하지 않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보궐선거로 국민의 질책을 받고도 뭘 반성해야 하는지 모르느냐”고 되물었다. 강 대변인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일을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건가”라며 “종래에는 극우 뉴라이트 사관을 정통 사관으로 세워, 우리의 항일 투쟁사를 지우고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육군사관학교가 지난해 11월18일 초일류 육사 구현을 위한 학교발전 현장토의를 한 결과를 작성한 자료. 사진=정성호 의원실
▲육군사관학교가 지난해 11월18일 초일류 육사 구현을 위한 학교발전 현장토의를 한 결과를 작성한 자료. 사진=정성호 의원실

이에 육군사관학교는 독립군과 광복군 역사를 축소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와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시대별 국난극복 역사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진 육군사관학교 공보정훈실장은 22일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SNS메신저 답변에서 “육군사관학교는 생도들이 학습하는 충무관 건물을 층별로 구분하여 시대별 국난극복 역사 전체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안중근 장군실은 그대로 보존한다”며 “이에 학교는 지난해 11월 개념토의 후 수회의 현장토의를 통해 사업범위를 구체화했고, 올해 10월 중순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하였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이는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특정 시기와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독립군, 광복군의 항일무장투쟁을 포함, 주요 시대별 국난극복 역사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재구성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실장은 독립전쟁 영웅실 대신 재편되는 공간을 두고 “고대~조선시대 전쟁사, 대한제국~항일 무장투쟁사(항일 의병, 독립군, 광복군 포함), 6.25전쟁사, 현대 한국군(베트남 파병, 대침투작전, 해외파병) 등 시대별 국난극복 역사 학습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육사는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생도교육과 문화조성에 매진하고 있다”며 “독립군•광복군의 역사를 교과과정에 수업으로 편성하여 생도들에게 교육하고 있으며, 특강과 명사강연 등 수시 기회교육을 통해 그분들의 애국/호국정신을 계승 및 내면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겨레는 지난 21일 온라인 기사 <[단독] 육사, 홍범도·김좌진실 등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 돌입>에서 “육군이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을 기린 육군사관학교의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에 돌입했다”고 철거 일정 등을 첫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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