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사람이 있었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뒤 이 사고 전에 있었던 부상(질병)을 이 자동차 사고 때문에 그렇게 됐다며 5천만원의 보상금을 타갔다. 보험회사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은 보험금을 노린 사기꾼으로 의심돼 검찰(경찰)에 고발했다.

개인진료내역 제공은 범죄자 처벌 위한 것

   
▲ 안종주/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상임이사
검찰(경찰)은 문제가 된 A씨의 부상(질병)이 과거부터 있었던 것인지를 알 길이 없어 관련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공문을 보내 A씨가 과거 이 부상(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문서로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건보공단은 관련 법 규정과 공단 자체 규정에 따라 검찰(경찰)의 요청에 답변을 보냈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이와 유사한 일로 수사당국이나 사법당국이 범죄자나 범죄용의자의 진료 내역을 요구해올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통합공단이 되기 전 20여 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이럴 경우 건보공단의 자료 제공은 불법이며 A씨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일까.

이것이 불법이고 사생활 침해여서 공단이 앞으로 검찰(경찰)에 진료 내역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앞으로 A와 같은 사람이 일년에 수십만 명 또는 수백만 명 생겨도 그들의 범죄를 증명할 길이 없어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일부 국회의원 및 언론, 사실확인 없이 질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공단이 검찰(경찰), 법원 등 관련 국가 기관들의 공식요청에 따라 이들 기관에 진료내역을 제공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정부기관은 범죄자로 의심되는 범죄를 증명하거나 이중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것을 막기 위해 진료 내역을 관련법에 따라 공단에 요청했으며 공단은 이들 기관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주었다.

이를 두고 '개인정보 유출' '개인정보 마구 새나간다'는 보도자료가 언론에 뿌려졌다. 여러 신문·방송사들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뉴스 또는 사설을 통해 공단이 규정이나 법에 의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개인 질병 자료를 내주거나 이들 자료가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질타했다.

심지어 '민주의사회'라는 의사들의 모임은 이를 "환자 인권유린행위"로 규정하며 국가 기관에 진료 내역을 제공하는 행위를 공단은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환자의 동의 없는 병력 정보는 그 어떤 이유로도, 그 어떤 곳에도 제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진료 내역이 드러나면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사전동의를 할 사람이 있을까.

일부 국회의원과 언론인은 대통령 경호실이 건보공단에 경호원 등의 특정병력 정보를 요청한 것을 문제삼기도 한다. 수사나 재판과는 관련이 없는데 왜 질병 자료를 요청하느냐는 것이다. 경호원 등의 마약 치료 관련 병력이나 정신질환 따위의 병력을 조회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이런 조회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채용하거나 근무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엄격한 관련 규정 아래 정보 제공

건보공단이 정부 관련 기관에 범죄 예방이나 범죄 판정, 그리고 국가 안보, 시민 안전 따위를 위해 관련 특정인의 질병 정보 조회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이를 하지 않으면 그것이 직무유기 행위가 아닐까.

건보공단은 외부에 정보를 제공할 때 엄격한 관련 규정에 따른다. 이 정보를 가지고 간 기관이 애초 목적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목적에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유포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범죄 성격에 속하는 것이고 그것은 전적으로 그 기관의 책임이다. 그것까지 공단이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개인정보 특히 질병정보가 들어있는 개인정보를 철저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관련법과 규정에 따라야 하고 법규정에 약간의 허점이라도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국가 기관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것까지 문제삼아 '인권 유린' '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운운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안종주/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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