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 통신케이블 설치 노동자들이 전송망 노동자가 업무 차량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해 LG헬로비전 본사를 찾아 “원청이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11일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헬로비전은 즉각 사망 사건이 발생한 속초고객센터 위탁 하청업체를 퇴출하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밝혔다.

▲유희원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유희원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11일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헬로비전은 즉각 사망 사건이 발생한 속초고객센터 위탁 하청업체를 퇴출하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11일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헬로비전은 즉각 사망 사건이 발생한 속초고객센터 위탁 하청업체를 퇴출하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LG헬로비전 속초고객센터 소속으로 통신케이블 전송망 유지보수를 전담하던 A씨는 지난달 6일 강릉 모처에서 LG헬로비전 고객센터 업무 차량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강원 속초와 고성, 양양 권역 내 각 가정과 건물 통신케이블이 한데 모이는 야외 전신주의 전송망을 설치, 철거, 보수하는 일을 했다. 통신 결함 신고가 밤낮을 가리지 않는 탓에 A씨 업무도 밤샘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지부가 공개한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줄곧 장시간 과로에 시달렸다. A씨 유족이 확보한 지난 3월 급여명세서엔 그의 야간 연장근로시간이 100시간으로 적혀 있다. 지부에 따르면 전송망은 본래 3~4명으로 이뤄진 공사팀이 맡는 업무지만, 지난 8월 초 하청업체 Y사(속초고객센터)가 재하청이던 해당 팀을 해체하면서 A씨 홀로 맡아왔다. Y사는 속초와 고성, 양양에 더해 강릉 권역 전산망 업무를 추가로 A씨에게 맡기면서 그는 업무 부하를 호소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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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헬로비전 케이블 전송망 업무를 전담했던 고 A씨의 3월 급여내역서. 변동 야간근로시간이 100시간으로 기록돼 있다.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제공

그가 연락 두절되기 전날인 8월29일 A씨와 동료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이날 Y사 임원으로부터 ‘LG유플러스로 옮기라. 퇴사를 빨리 결정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동료에게 토로했다.

다음날 그는 업무차량을 탄 채로 연락이 끊겼고 여드레 뒤 발견됐다. 지부에 따르면 Y사는 고 A씨가 발견된 당일 원청 LG헬로비전과 경찰에 ‘A씨가 개인 채무를 비관했다’고 밝혔으나 지부와 유족이 확인한 결과 A씨 채무는 변제를 마친 상태였다.

이승원 LG헬로비정규직지부 속초지회장은 “고인은 Y사 지시로 세 지역에 더해 강릉까지 혼자 담당하게 됐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일하고, 심지어 그가 밤샘하는 어느 날엔 부친이 아들이 퇴근하지 않는다며 회사에 찾아와 그가 일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갈 정도였다. 동료들에게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얘기도 수없이 했다”고 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 Y사 측은 (업무 부하로) 맡지 않은 업무에 대해 ‘고인 업무처리가 미비해 공사대금 몇억을 날리게 생겼다’고 천인공노할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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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11일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헬로비전은 즉각 사망 사건이 발생한 속초고객센터 위탁 하청업체를 퇴출하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11일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헬로비전은 즉각 사망 사건이 발생한 속초고객센터 위탁 하청업체를 퇴출하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11일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헬로비전은 즉각 사망 사건이 발생한 속초고객센터 위탁 하청업체를 퇴출하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유희원 LG헬로비정규직지부장은 “고인은 월 100시간 연장근로에 시달리고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을 받고, 돈 되지 않는다고 결국 퇴사 종용 받았다”고 말했다. 유 지부장은 “원청 LG헬로비전은 (속초고객센터를 맡는 Y사와 원하청 계약을 중단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고 한다. 원청의 묵인 아래 하청업체가 쥐어짜기로 노동자를 사지로 모는 현실은 반복된다”며 “이제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다음에 누가 죽거든 유서 남기고 죽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김호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일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소식이 차고 넘친다. 타살이자 억울한 죽음, 산업재해”라며 “부당하게 업무 지시한 속초센터도 (하청 대상에서) 퇴출시켜야 하지만 원청도 책임에서 절대 빗겨나갈 수 없다”고 했다. 지부는 “LG헬로비전은 하청업체 사장들의 막무가내식 노동자 쥐어짜기 운영을 더 이상 묵인하지 말라.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해결에 나서라”고 밝혔다.

지부는 12일부터 날마다 LG헬로비전 상암본사 앞에서 원청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속초고객센터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Y사 측은 11일 A씨 퇴사 종용 여부와 과로 정도, 고인의 죽음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검토 중이며 공식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Y사 대표는 퇴사를 종용했다는 노조 입장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 (어느 부분이 사실이 아닌지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어렵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업무 부하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3월 야근시간이) 100시간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LG헬로비전 홍보팀 담당자는 지부 요구에 대한 입장 문의에 “노조와 고객센터의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상생 협력의 노사 관계가 이뤄지도록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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