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올해 거대양당의 방송 심의 민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15년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MBC와 KBS에, 더불어민주당은 TV조선과 채널A에 민원을 집중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정당발 민원 내역’에 따르면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이 올해 1~9월 방송사 프로그램에 제기한 심의신청 건수는 2032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양당의 심의신청 건수(1687건)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연말까지 이런 경향이 이어진다고 감안하면 유례없는 건수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심의 민원은 9월까지 1324건을 기록했는데, MBC에 811건이 집중됐다. ‘진행자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설전을 벌임’ 등 민원이 접수된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이 349건,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편파적 방송을 함’ 등 민원이 접수된 <뉴스데스크>가 235건, ‘김기현 대표를 비판함’ 등 민원이 접수된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192건을 기록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KBS 심의 민원도 401건으로 높았다. ‘여당의 내분을 부추김’, ‘이동관 특보를 비판함’ 등 민원이 접수된 <주진우라이브>가 272건으로 절반을 넘겼고, ‘일본 오염수 방류 관련 정부 대응을 비판함’ 등 민원이 접수된 <뉴스9>가 86건을 기록했다. 양대 공영방송에 심의 민원이 집중된 가운데 YTN와 CBS에는 각각 53건, 32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TV조선‧채널A 민원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심의 민원은 9월까지 708건을 기록했는데, TV조선에 349건이 집중됐다. 프로그램별로는 <신통방통>(166건),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137건) 순이었다. 채널A도 329건의 민원이 집중됐는데 <뉴스TOP10>(156건), <김진의 돌직구쇼>(155건) 순이었다. 민원의 다수는 ‘패널 불균형 및 편향적 발언’이었다. KBS‧YTN 민원은 각각 2건이었고, MBC 민원은 없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난해 국민의힘 심의신청은 TBS 596건, KBS 300건, MBC 279건, YTN 104건으로 공영방송에 집중(1279건)되었으며, 특히 <김어준의 뉴스공장>(365건), <신장식의 신장개업>(227건)에 민원이 쏠렸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이 지난해 말 폐지되며 올해 TBS 심의신청은 급감했다. 지난해 민주당 심의신청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TV조선(198건)과 채널A(103건)에 집중됐다. 

앞서 2021년 양대 정당의 심의신청 건수는 국민의힘 504건, 더불어민주당 136건이었는데, 대선이 있던 2022년 국민의힘 1369건, 민주당 318건으로 양당 모두 전년보다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지난 2월 정연주 당시 방통심의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이례적 정당별 심의 민원 건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당 심의 민원은 방통심의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단 1건(2012년)에 불과했다. 그러다 대선이 있던 2017년(906건) 급증했다 이듬해 262건으로 줄었다. 이번에는 대선 이듬해에도 심의 민원이 증가세를 보여 이러한 정당 심의 민원이 관행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방통심의위가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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