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언론 온라인콘텐츠까지 심의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하기 일주일 전에 자체 법무팀이 심의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는 공문이 공개됐다.

같은 법무팀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일주일만에 정반대로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방심위 공문을 공개하면서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고민정 의원이 이날 공개한 방심위 법무팀 작성 문서를 보면, 방심위 법무팀은 지난 9월13일 ‘인터넷신문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통신심의대상 여부 검토’라는 문건에서 결론을 통해 “인터넷 신문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유통되는 정보가 일부 편집, 재가공 되었으나 그 내용이 해당 언론사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언론보도라고 볼 수 있다면 이를 일반적인 정보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리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정보통신망법 11조의7 통신심의대상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해 통신 심의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언론중재법과 경합 여부를 볼 때 언론중재법이 우선적용되며 △방심위가 접촉차단의 시정요구를 할 경우, 통신심의를 통한 시정요구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방심위 법무팀이 지난달 13일 인터넷신문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가 불가하다고 작성한 문서. 사진=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심위 법무팀이 지난달 13일 인터넷신문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가 불가하다고 작성한 문서. 사진=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심위 법무팀이 지난달 20일 인터넷신문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가 가능하다고 일주일만에 입장을 번복한 문서. 사진=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심위 법무팀이 지난달 20일 인터넷신문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가 가능하다고 일주일만에 입장을 번복한 문서. 사진=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나 방심위 법무팀이 일주일만인 9월20일 작성한 ‘인터넷신문사업자가 유통하는 인터넷기사의 통신심의 대상 여부’라는 문건을 보면, 법무팀은 신문법에 따라 등록한 인터넷신문의 기사가 심의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답변에서 “인터넷신문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인터넷 기사는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함”이라면서도 “다만 해당 정보의 내용에 기초하여 시정요구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고민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법무팀이 지난달 13일 1차 의견에서 불가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근거와 관련해 “이는 통신심의 대상을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는 불법정보(44조의7)나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으로 보고, 인터넷 기사를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던 기존 방심위 입장과 같은 것으로 관련 헌법재판소의 판결(헌재2016.10.27.결정)을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무팀이 지난달 13일 인터넷 언론 심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일주일만인 20일 가능하다고 입장이 바뀐 사실을 공개하며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무팀이 지난달 13일 인터넷 언론 심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일주일만인 20일 가능하다고 입장이 바뀐 사실을 공개하며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고 의원은 그런데 법무팀이 20일 2차 의견서에서 “인터넷기사는 위원회의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정반대의 의견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불과 일주일만에 법률검토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헌재 판결의 소수의견(헌재 2019.11.28. 2016헌마90)을 근거로 드는 민망함까지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일주일 만에 법무팀의 검토 의견이 180도 바뀐 것은 방심위나 방통위 윗선의 외압이 없었다면 벌어지기 힘든 일”이라며 “20일 법무팀이 입장을 뒤집은 검토 의견을 내놓은 뒤, 방심위는 다음날인 21일 ‘인터넷 언론사 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까지 심의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고 의원은 “법적근거도 없는 일방통행식 인터넷 뉴스 심의 추진에 대해 논란이 일자 법률검토를 진행했는데, 방심위 내부조직인 법무팀마저 ‘심의가 불가하다’는 법률 검토의견을 내놓자, ‘심의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다시 검토 의견을 내놓도록 윗선이 압박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고발사주, 관제데모사주에 이어 이제는 언론장악용 법률검토 사주이냐”고 반문했다.

이동관 위원장의 방통위가 가짜뉴스 근절에 대해 폭주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고 의원은 “가짜뉴스의 정의도 없고,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판별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위법 논란이 가중되고 있고, 국회에서 허위조작정보의 정의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입법 논의가 진행중인 것을 감안하면, 방통위와 방심위의 행정절차는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월권이고 권한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당장 감사원에 의뢰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방심위 법무팀 의견이 바뀌는 과정에서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또한 결과에 따라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처벌할 것을 주문한다”고 밝혔다.

독립기구 방심위를 언론장악의 첨병역할로 전락시키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며 위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뉴스 심의 확대 등 언론탄압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도 촉구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으 마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무팀의 인터넷 언론 심의 가능 여부 입장 번복과 관련해 작성 당사자에 대해 감사원 감사 뿐 아니라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으 마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무팀의 인터넷 언론 심의 가능 여부 입장 번복과 관련해 작성 당사자에 대해 감사원 감사 뿐 아니라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고 의원은 기자회견 뒤 백브리핑에서 방통위 법무팀 입장이 왜 바뀌었다고 해명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아직 입장이 없다. 오늘 국감을 통해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답변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방심위가 인터넷 신문을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위법 아닌가’라는 질의에 “맞는다”라며 “방심위는 인터넷기사를 그동안 심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고 의원은 이어 “가짜뉴스 정의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어디까지 심의할지, 망법으로 소화할자 여부는 입법 과정에 있는데, 현재 법에도 없는 내용에다 시행령도 아닌 방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해 인터넷신문을 심의하겠다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처할 방안은 있느냐는 질의에 고 의원은 “법무팀에서 일주일 만에 바뀐 보고서를 발견했는데, 외압에 의해 바뀐 것인지 의심이 되고, 감사원 감사를 통해 왜 180도 다른 검토보고서를 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방심위가 인터넷신문 심의를 하게 될 경우 위법이 된다. 심의하는 당사자는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의원은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20일 작성된 보고서 내용에 ‘심의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 것은 현행법을 위반한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므로, 이것 역시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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