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이 된 다음과 네이버 응원 서비스 화면 갈무리
▲ 논란이 된 다음과 네이버 응원 서비스 화면 갈무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 경기와 관련해 국내 포털 ‘다음’에 수천만건의 중국 ‘응원 클릭’이 몰린 것에 대응해 ‘여론 왜곡·조작 방지 대책’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측은 “로그인 없이 무제한 클릭이 가능해 생긴 문제”라며 메크로 조작이라고 판단했지만, 정부·여당과 대통령실은 포털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5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털 길들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 5일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5일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여론 왜곡 방지 TF 띄우는 여권…‘다음 중국 응원’ 빌미로 포털 길들이나>에서 “사정 당국과 방통위가 뉴스타파 건으로 방송사들을 수사·제재한 데 이어 포털까지 손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다분히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보”라고 했다. 한겨레도 1면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털 규제를 강조해온 정부·여당이 이번 일을 계기로 ‘포털 때리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비로그인 기반의 환경에서 벌어진 해프닝에 여권이 ‘여론조작 음모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유경 한겨레 뉴스서비스부장은 ‘뉴스룸에서’ 칼럼에서 “로그인이 필수인 다음 댓글 응원창에서는 한국팀 응원 비중이 99%였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로그인 조치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었던 해프닝이란 이야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6면에서 “로그인하지 않고 횟수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클릭응원은 로그인해 제한적으로 달 수 있는 기사 댓글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그럼에도 여권이 이번 사건과 무관한 네이버까지 싸잡아 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칼럼 갈무리.
▲ 한겨레 칼럼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네이버처럼 로그인 기반 참여 방식으로 전환하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라며 “개별 포털사가 규정 개선으로 풀 사안에 정부·여당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여론조작 음모론’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선거기간 여론조작과 연결시키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계속되는 포털 때려잡기 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최근 윤 정부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조작 인터뷰 의혹’을 계기로 직접적 책임이 없는 포털을 공격한 것과 포털 뉴스 제휴 심사를 담당하는 자율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활동 잠정 중단을 예로 들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장난성 매크로인지, 누가 왜 했는지도 모르는 응원 클릭 수 조작을 중대한 여론 조작으로 규정짓고, 포털에 책임을 묻겠다고 범정부 기구를 띄운 셈”이라며 “가짜뉴스 근절을 앞세운 방송사 제재에 이어 포털도 손에 쥐고 흔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말만 앞선 정략을 배제하고 매크로 조작 의혹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중앙일보·세계일보 등 다수 언론은 여권 주장에 기반해 이번 논란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정부·여당의 조치를 두고 “당장 드러난 것은 축구 응원 조작이지만, 포털 사이트의 허점을 이용해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론 조작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카카오는 ‘클릭 응원이 로그인이나 횟수 제한 없이 가능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왜곡 가능한 구조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며 “정치권에선 정부가 ‘국기 문란·사회적 재앙’ 등의 표현까지 쓰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드루킹 여론조작의 트라우마’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기술·비즈니스 관련 뉴스를 해설하는 온라인 ‘팩플’ 코너에서도 카카오가 여론 조작 시도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며 여권 주장만을 실어 사안을 브리핑했다. 중앙일보는 “그간 정부·여당이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 통로로 포털을 지목해온 가운데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해당 소식을 다뤘는데 여권의 대응을 지적하는 내용은 없었다. 관련된 4면 기사에서도 여당이 국정원 조사와 ‘댓글국적표기법’ 통과를 촉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며 여권의 주장만으로 사안을 설명했다. 

▲ 세계일보 기사 갈무리.
▲ 세계일보 기사 갈무리.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에 중앙일보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연상시켜”

지난 3일(현지시간) 234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권력 서열 3위 하원의장이 임기 도중 해임됐다. 공화당 내 극단주의 강경파들이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 처리 과정을 문제 삼아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주도했고,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한 것이다. 

▲ 조선일보 사진 갈무리.
▲ 조선일보 사진 갈무리.

5일 대다수 아침신문들은 1면에서 소식을 다루며 극단주의에 휘둘린 미 의회가 민주주의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소수 강경파가 의회를 마비시킬 수 있는 정치 환경에 대한 근본적 지적도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하원의장 해임은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란에 따른 야당 내분 사태에서 비롯됐지만 그 근저에는 비타협적 정치 양극화가 있다”며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던 초당적 협력은 이제 옛말이 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임 행정부 시절 최고조에 달했던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강경파의 입김을 제거하기엔 공화당의 이념과 지지층이 극단주의로 쏠려있다고 우려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기사 <공화당 강경파 ‘극단정치’와 민주당 ‘진영정치’ 합작품>에서 “정부 부채한도 협상 당시 약속을 깨고 셧다운 위기 직전까지 상황을 몰고 간 것에 대한 책임도 민주당은 거론했다”며 “결과적으로 공화당 내 비타협적 강성 진영의 ‘극단의 정치’와 공화당에 대립각을 세운 민주당의 ‘대결의 정치’가 결합해 최초의 하원의장 해임 사태를 부른 셈”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기사 갈무리.

관련 사설에선 미국의 상황을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과 연결지었다. 중앙일보는 “하원의장 해임에 찬성한 숫자가 반대를 근소하게 앞섰는데,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의 강경 우파 의원 8명이 가세했기 때문”이라며 “상황은 다르지만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의장 해임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선택한 것 역시, 목소리가 큰 소수의 인원에 당론이 좌우되거나 대화 거부·단식에 나서는 한국 정치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 “가짜뉴스, 금품수수보다 큰 문제로 부상”

조선일보는 1면에서 대선 전날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인터뷰’를 공식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로 유포했다고 보도했다.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금품수수보다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이재명, 대선 전날 ‘뉴스타파 가짜 뉴스’ 475만명에 뿌렸다>에서 “이 후보는 지난해 3월 8일 오전 9시 뉴스타파의 기사를 ‘이재명 억울한 진실’이라는 제목과 함께 선거운동 문자로 475만1051건 발송했다“며 “최소 약 4800만원이 뉴스타파 기사 살포에 쓰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이어진 5면 기사에선 “이 대표는 과거에도 선거 직전 가짜 뉴스 살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가짜 뉴스 살포를 통한 선거 개입 시도는 현행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가 6개월로 제한돼 있어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중에 가짜 뉴스로 밝혀지더라도 ‘당시엔 진짜인 줄 알았다’고 살포자들이 항변하며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아울러 지난 18대부터 20대 대선까지 기소된 선거범 중 여론 조작 사범은 폭증하는 추세이고, 금품수수 범죄는 줄고 있다며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금품수수보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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