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보도한 뉴스타파와 JTBC, 기자들의 집을 14일 압수수색했다. 지난 대선 때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허위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검찰이 특정 보도를 이유로 전례 없이 복수 언론사와 언론인을 상대로 동시다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15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언론사에 대한 강제수사 권력기관이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되기 어렵다는 점부터 검찰권 남용과 언론자유 위협 등 문제를 사설로 비판하는 한편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책임은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은 14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과 서울 JTBC 본사 사무실, 뉴스타파 소속 한상진·봉지욱 기자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명예훼손의 피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한국일보는 “배임수·증재 혐의로 앞서 입건된 김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에게도 같은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고 했다.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1면에 “검찰이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복수의 언론사와 기자들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이 언론의 본령을 재단하려 한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윤 대통령의 ‘수사 무마’ 의혹은 놔둔 채, 허위 보도를 공모한 배후세력이 있다는 대통령실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뉴스타파와 JTBC의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한 보도를 문제 삼고 있다. 신문들에 따르면 검찰은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신 전 위원장과 김만배 씨, 한 기자가 공모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 사실을 드러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대선 직전 의도적으로 내보냈다는 것이다.

▲15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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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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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지난해 대선 직전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대장동 자금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주며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관련 사건을 무마해줬다는 인터뷰 내용이 검찰은 허위라고 보고 있다. JTBC도 남욱 변호사 인터뷰 등을 통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검찰이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의혹보도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한 데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보도에 일부 허위가 있더라도 공익성과 진실로 믿을만한 사정 등을 따진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유죄판결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데 권력자나 국가기관은 명예훼손 사건의 피해자가 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경향신문은 관련해 두 가지 판례를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 때 검찰이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보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비판 보도에 대해 제작진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3심에서 내리 무죄 선고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칼럼으로 쓴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비방의 목적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15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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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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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수사는 단순한 자료 확보 차원을 넘어 취재 과정과 보도 경위를 밝히는 쪽으로 뻗어 나갈 것으로 보여, 검찰이 언론의 본령을 재단하려 한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며 “ 검찰이 언론 보도의 불법성(선거 개입)을 주장하려면 '비방 목적'과 '허위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말하는 ‘커피 대접이 허위인지’와 별개로 의혹의 몸통인 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은 여전한 상황에서 검찰이 영장에 ‘수사 무마가 없었다’고 단정했다고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윤 대통령이 수사 무마를 청탁받은 사실도, 수사를 무마한 정황도 없었다며 언론 보도로 윤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영장에 기재했다”며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은 ‘수사 무마가 없었다’고 단정했다”고 했다.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커피 대접이 허위라는 이유로 언론사 보도 전체를 거짓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려는 것은 검찰권 남용이자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1년 당시 대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과정과 결과에 허점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당시 처벌받지 않은 조씨의 변호인은 김만배씨가 소개하고 윤 대통령과도 막역한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대장동 일당의 종잣돈과 ‘50억 클럽’ 시발점이 된 이 사건에서는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검찰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15일 경향신문
▲15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뉴스타파가 보도 경위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는 상황에서 강제수사를 하면서도 명예훼손 혐의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대지 못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범죄 단서로 제시한 것은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돈거래’뿐”이라며 “이것만으로는 뉴스타파가 범죄에 연루된 정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14일 언론브리핑에서도 검찰은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돈거래’ 외에 구체적 정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제수사는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강제수사를 강행한 것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수사 무마’ 의혹은 놔둔 채, 허위 보도를 공모한 배후세력이 있다는 대통령실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15일 한겨레
▲15일 한겨레

그 외 신문들은 검찰 관계자의 입장을 주로 보도하는 한편 뉴스타파와 시민사회단체, 언론단체의 반발을 덧붙여 전했다. 세계일보는 ‘가짜뉴스 근절 수사 불가피하나 언론자유 위축은 안 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검찰에 “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선거에 영향을 끼칠 의도가 있었음이 드러난다면 상응하는 처벌이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여권 고위 인사들이 관련 보도와 언론사에 대해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영죄’ ‘폐간’ ‘원스크라이크아웃’을 거론하는 건 성급”하다고 했다.

▲15일 국민일보
▲15일 국민일보
▲15일 조선일보
▲15일 조선일보
▲15일 세계일보
▲15일 세계일보

보수언론 이구동성 “경쟁체제 필요”, 허울인 이유

14일 오전 9시 전국철도노동조합이 4년여 만에 파업에 나섰다. 핵심 요구는 수서행 KTX다. 지난 9월1일 열차 수는 한정됐는데 노선만 확대하면서 하루 4100석씩 좌석이 줄게 된 SR의 수서~부산 노선에 KTX를 투입하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고속철도는 KTX와 SRT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SRT는 이명박 정부가 수서 고속철도를 민간에 넘기려다 무산된 뒤, 박근혜 정부가 ‘철도공사 출자회사’ 형태로 SR를 따로 설립해 개통했다. 정부는 철도 경쟁체제로 국민 편익을 증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철도노조는 이것이 되려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비효율과 안전 문제를 불러온다고 반박한다. 철도를 분리해 운영하면서 SRT에 특혜를 몰아주는 것 자체가 민영화 추진이라고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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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민일보

파업 돌입 이튿날인 15일 다수 신문들은 “경쟁체제”를 강조하는 정부 입장에 동조하는 논조를 보였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민영화 중단’ 요구를 두고 “가짜뉴스로 국민 발목 잡은 철도노조”라며 “수서역 KTX는 경쟁체제를 없애 과거로 돌아가자는 얘기나 진배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수서행 KTX 신설요구도 결국 SRT와 KTX를 다시 통합해 경쟁 없는 독점 체제를 만들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현재의 경쟁체제 속에서 국민들은 연간 1500억 원의 운임 할인 효과를 본다. SRT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간신히 정착된 경쟁구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코레일, 1조 적자에도 파업’이라며 “정부는 2016년 SRT 출범 이후 KTX가 독점하던 고속철에 경쟁이 도입되면서 서비스 개선, 요금 차별과 등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기사 제목은 ‘느닷없는 파업…SRT와 경쟁 피하고 노조 몸집 불리기’였다.

▲15일 조선일보
▲15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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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조선일보

실상 KTX와 SRT의 운영 상황을 ‘경쟁체제’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SRT에 알짜노선을 몰아주는 한편 철도공사를 통해 차량 헐값 임대하고 다수 업무를 철도공사가 대신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SRT고속열차 32편성 중 22편성을 차량 구입비보다 싼값에 SR에 임대해주고 있으며 SR의 차량정비, 시설유지보수, 매표 등 업무를 대신 담당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업무 중복비용으로 철도공사가 400억 넘는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 철도노조 주장이다. 철도공사가 경쟁체제가 아닌 “기생”에 가까운 체제를 유지하고 비용을 떠안는 과정에서 철도 공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국민일보
▲15일 국민일보
▲15일 한겨레
▲15일 한겨레

국민일보는 2면에서 “철도노조는 정부가 SR에 ‘알짜 노선’ 특혜를 몰아주며 우회적으로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게다가 고속철도는 코레일의 유일한 흑자 사업이라 SR 노선이 늘어날수록 무궁화호·새마을호 등 적자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노조는 주장한다”고 전하면서도 머리기사 제목엔 철도노조 파업을 ‘툭하면 파업’이라고 규정했다. 한겨레는 “경직적 열차 운용으로 좌석이 감소한 상황은 고속철도 분리와 경쟁 체계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게 철도노조 쪽 주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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