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만 해도 많은 포털사이트가 난립한 ‘포털 춘추전국시대’였다. 네이버는 지식IN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에 나섰고 1위를 굳힐 수 있었다. 2023년 젊은 세대의 네이버 이탈이 가속화되는 등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발표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한국어를 잘 하고, 복잡한 질문도 이해하고, 실제 업무에 활용 가능하고, 네이버 내 여러 서비스와 연계 가능하다는 점을 차별성으로 내세웠다.

네이버는 24일 컨퍼런스 ‘DAN 23’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하이퍼클로바X’,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바X’, 생성형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큐(CUE):’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X가 GPT라면, 클로바X는 챗GPT, ‘큐(CUE):’서비스는 빙챗인 셈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수십년간 경험한 사용자에 대한 이해, 서비스 운영 노하우, 기술 역량 등은 모두 현재 생성형 AI의 백본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의 경쟁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생성형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도 마쳤다”고 밝혔다.

클로바X, 고민상담에서 사업계획서까지 척척

하이퍼클로바X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바X는 24일 오후 4시 베타테스트를 시작한다. 클로바X는 챗GPT와 마찬가지로 창작, 요약, 추론, 번역, 코딩 등의 기능을 갖췄다. 특히 한국어, 영어 능력이 뛰어나고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업무보고서나 자기소개서 등 실용적인 글쓰기에 도움을 받는 것부터 면접 연습, 고민 상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 클로바X 화면. 24일 오후 4시 서비스를 시작한다.
▲ 클로바X 화면. 24일 오후 4시 서비스를 시작한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기술 총괄은 “개인의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도구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보고서나 자기소개서 글쓰기부터 면접 연습, 고민 상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실제 업무와 사업에 활용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클로바X에게 “맞춤형 식단 구독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투자 제안서 초안을 써달라”고 요청하면 △서비스 소개 △서비스의 특징과 장점 △시장 및 경쟁사 분석 △서비스 목표와 계획 △예상 수익과 투자 유치 계획 등 항목으로 나눠 투자제안서 초안을 쓴다. ‘해외영업직 신입 공채 준비 중이다. 면접 리허설을 할 수 있게 면접관이 되어달라’고 요청하면 질문을 연계해서 지속적으로 하는 멀티턴(multi-turn) 기능을 통해 △자기소개 △지원 동기 △직무 관련 경험 등을 연달아 질문할 수 있다. 

▲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 사진=네이버 제공
▲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 사진=네이버 제공

서비스의 한계는 ‘스킬(skill)’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클로바X는 네이버 내∙외부의 다양한 서비스 API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통해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예컨대 클로바X 기능만으론 ‘2023년 가을에 가기 좋은 여름 휴양지’의 실제 여행상품을 추천해주는 데 한계가 있지만 네이버 여행 서비스와 연동해 상품, 장소를 추천하는 능력을 높이고 실제 예매 사이트로 연결할 수도 있다. 

달라지는 검색결과창, 복잡한 질문도 이해하는 ‘큐:’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반 검색서비스 ‘큐:’의 베타테스트를 오는 9월 시작해 11월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큐:’는 기존 네이버 검색 서비스와 달리 복합적인 의도가 포함된 복잡하고 긴 질문을 이해하고 신뢰도 있는 최신 정보를 활용해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대안’에 관한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존에는 ‘기후변화’ ‘기후변화 원인’ ‘기후문제 대안’ 등을 각각 검색해 자료를 취합해야 했다. 반면 ‘큐:’를 활용하면 ‘기후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며, 기후 변화를 최소화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복잡한 질문을 이해한 다음 최신 정보를 분석해 적절한 답을 만들어낸다. 별도의 인터넷 사이트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네이버 지식백과, 블로그, 기상청 공식 사이트 등 다양한 정보를 복합적으로 분석한 다음 답을 생성해낸다. 

▲ 네이버 ‘큐:’ 서비스 예시 화면. 검색 결과창에 웹사이트가 아닌 인공지능 답변이 뜬다.
▲ 네이버 ‘큐:’ 서비스 예시 화면. 검색 결과창에 웹사이트가 아닌 인공지능 답변이 뜬다.
▲ 네이버 (‘큐:’ 서비스 예시 화면.클릭하시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네이버 ‘큐:’ 서비스 예시 화면. (클릭하시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높은 정확도’를 강조하며 ‘환각현상’을 최소화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큐:’에 적용된 질문의 이해, 답변이 포함된 출처 수집, 답변과 출처의 사실성 일치 확인 등 3단계 기술적 과정을 통해 기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지닌 한계점인 환각을 최소화하도록 개발됐다”고 했다. 네이버 내부 테스트 결과, 자체기술 탑재 후 환각 현상이 72% 감소했다.

‘환각현상’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하는 현상이다. 챗GPT의 환각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 정확도가 중요한 검색 서비스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네이버는 환각현상 최소화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역시 다른 네이버 서비스와 연계가 가능하다. 네이버에 따르면 ‘큐:’는 지역 정보 확인, 여행계획 수립, 상품 비교 및 쇼핑 정보 검색 등에서 우수한 사용성을 보인다.

예컨대 검색창에 ‘주말에 분당에서 브런치하기 좋은 테라스 있는 식당 찾아줘’라고 검색하면 인공지능 답변을 통해 네이버 플레이스 서비스를 기반으로 적합한 식당과 주요 메뉴 및 특징을 요약해 설명한다. 이와 함께 지도 위치, 식당의 이미지, 영업시간, 리뷰 등 구체적인 정보와 궁금해 할 만한 후속 질문을 예상해 제공한다. ‘100만 원대 문서 작업용 노트북 3개를 추천해줘’라고 질문하면 네이버 쇼핑정보를 활용해 인기 제품을 요약하고 비교해준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검색 적용 화면은 지난 5월 구글이 시연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바드의 검색 연계 서비스와 유사하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채팅 서비스 비중이 높아질수록 언론사 사이트를 비롯한 기존 웹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의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색-웹사이트 목록화면-웹사이트 클릭’으로 이어지는 지난 20여년 간의 검색 엔진의 표준을 뒤흔들 수 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의 새 서비스 개편안을 설명하며 “이러한 변화는 10개의 파란 링크로 불리는 형식인 기존의 웹사이트 목록을 보여주는 구글 검색 엔진의 결과값을 더 멀리 밀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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