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청와대 대변인 시절 정부에 협조적인 언론인을 ‘대통령 전화 격려’로 관리하고, 정부에 유리한 기사를 요청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등장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오는 18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국회 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오늘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09년 8월24일자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청와대 대변인실 문건에 따르면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이 대통령의 격려 대상자였다. 선정 사유는 △보수·우파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한다는 평 △VIP의 국정운영 및 정부 정책에 비판적 지지 입장 △VIP 동정·정부 시책에 대한 기사를 부각시키거나 기획기사 및 사설 보도 협조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이었다. 이병규 사장은 훗날 한국신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변인실은 “석간의 특성상 오피니언 리더들의 열독율이 높고, 당일 방송·익일 조간보도의 기조와 편집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그 중요도가 높다”고 문화일보를 평가하기도 했다. 문건 하단에는 <“망루농성 사전 연습했다”>(1.21, 1면), <민노총 ‘성폭력 사건’ 피해 여성 “조직적 은폐 수사해야”>(2.6, 1면), <“MBC 盧 추모기사, SBS의 7배”>(6.26, 8면) 등 기사·사설 지면 이미지를 첨부하며 “靑 대변인실에서 기획, <문화일보>에 보도협조 요청해서 보도된 대표적 기사·사설 스크랩”이라고 밝혔다. 이 문건의 보고자는 ‘이동관 대변인’이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09년 8월24일자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청와대 대변인실 문건. 보고자가 이동관 대변인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09년 8월24일자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청와대 대변인실 문건. 보고자가 이동관 대변인이다.

‘격려 대상 언론인’은 또 있었다. 2009년 8월17일자 청와대 대변인실 작성 문건에 따르면 현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당시 중앙일보 편집인으로서 ‘VIP 전화 격려 대상’이었다. 대변인실은 박보균 편집인을 가리켜 “편집국장 시절,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었으나 대기자를 거치며 VIP 국정운영에 동조·지지로 성향 변화”라 평가했으며 “중앙일보의 균형 잡힌 보도 논조를 이끌고 있는 박 편집인은 칼럼을 통해 VIP 국정운영과 정부 정책에 대해 지지와 고언을 해왔음”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칼럼으론 <MB의 한반도 책략>(8.2) 등을 꼽았다.

2009년 7월17일자 청와대 대변인실 문건에는 이동화 서울신문 사장이 격려 대상이었다. 선정 사유는 △창간 105년 축하 △사장 취임 이후 정부투자 매체로서의 정체성 확립 및 지면 건전화를 위한 노고를 치하, 지속적인 노력을 독려할 필요라고 적혀있었다. 대변인실은 이동화 사장이 취임 이후 “10년간 경영·편집 전반에 뿌리내린 구 좌파 정권의 잔재 청산 주력”, “좌파 세력들의 반발에도 꿋꿋하게 논조 시정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2009년 8월13일자 대변인실 문건에선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격려 대상이었다. 배인준 논설주간은 당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이었다. 선정 사유는 △동아일보 논조를 이끌고 있는 인물 △균형 잡힌 시각으로 VIP 국정운영, 정부 정책에 대해 조언과 고언이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동아일보 사설로 <의회민주주의 짓밟은 언론노조의 국회 난입>(7.24) 등을 꼽았다. 이 같은 문건이 대통령에게 보고되던 2009년, 국경없는기자회가 밝힌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는 69위로 2016년(70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KBS 메인뉴스 14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KBS 메인뉴스 14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일련의 문건은 이명박정부 청와대가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언론과 언론인들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문건들을 언론에 공개한 민형배 의원은 “언론장악에 이어 이동관 후보자의 언론 길들이기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이 후보자는 사죄하고 지금이라도 후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관 후보자는 14일 메인뉴스에서 이번 문건을 단독 보도한 KBS에 “문건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으며 “언론 동향을 살피는 등의 업무는 당시 언론비서관실의 통상 업무로 실무선에서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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