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앤쇼핑 노조가 사측과의 임단협(임금협약·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판단을 맡기기로 했다. 쟁점은 임금인상률과 사측이 제시한 단협안이다. 노조는 사측이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단협안을 가져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의견 차이를 좁히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홈앤쇼핑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단체협상을, 올해 5월부터 임금협상을 시작했다. 당초 사측은 1.67% 인상을 제안했으나 점점 인상률을 올려 최종적으로 임금 3.31% 인상, 복지포인트 등을 통한 0.64% 인상(최종 3.95%)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6%대 인상(임금 및 후생복지 포함)을 요구하고 있다. 동종업계인 CJ오쇼핑, GS홈쇼핑 등이 6%대 임금인상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홈앤쇼핑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강서구에 있는 홈앤쇼핑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임협에서 노사 의견 차이가 극명하게 발생하고, 협상을 통해 간극을 좁히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하지만 홈앤쇼핑지부는 최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다. 또 지방노동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사측이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단협안을 가져왔고, 교섭에 진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사측 단협안에 따르면, 사측은 “협약을 체결할 때 협약에 누락되거나 관련 법령의 기준보다 상회함을 이유로 기존 협약에 따라 이미 실시하고 있는 근로조건을 조합과 합의 없이 저하시킬 수 없다”는 기존 ‘근로조건 저하 금지’ 조항을 “조합원의 근로조건은 경제상황 등 제반 경영여건을 고려하여 관련 법령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로 수정하길 원한다. 사측 단협안이 통과될 경우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노조와의 협의 없이 근로조건 변경이 가능해진다.

또 사측은 제 규정, 임원 임면 및 보직 변경, 조직 및 직제 개편 계획 등을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사측은 대자보·성명 등 노조의 홍보활동에 제한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측은 홍보활동 보장 조항에 “(노조가 활동을 홍보할 때) 회사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야 하며, 내용·목적·성격 등이 회사나 특정인·집단에 대한 비방·명예훼손·허위사실의 내용을 포함하거나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이를 게시 또는 배포할 수 없다”는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가 위와 같은 문제를 저지를 시 회사가 임의로 게시물·유인물을 철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쟁의행위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측은 노조가 근로조건 유지·향상 목적 외 경영·인사권 침해·정치적 목적과 단협 개정·폐기를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노조와 조합원이 이를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 또는 징계,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노조는 근로시간 면제를 1년 기준 4000시간까지 인정해주길 원하고 있으나 사측은 2000시간만 인정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 전임자를 1명 지정하기 위해선 통상 2000시간이 필요하다. 홈앤쇼핑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홈앤쇼핑지부는 노조마다 전임자 1명을 두길 원한다. 반면 사측은 노조별 1000시간의 근로면제를 인정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홈앤쇼핑 사측의 단협안 일부와 노조 입장.
▲홈앤쇼핑 사측의 단협안 일부와 노조 입장.

이밖에 노조는 사측이 성의있는 교섭을 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홈앤쇼핑지부는 지난해 1월부터 사측과 실무교섭을 진행 중이었다. 당시 실무협상에서 대표이사가 아니라 담당부서장이 나왔고, 구체적인 안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홈앤쇼핑지부는 본교섭을 요구했고, 언론노조가 직접 교섭을 맡았다. 윤창현 위원장이 교섭장에 나오자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했다.

결국 홈앤쇼핑 임단협은 지노위 손에 맡겨지게 됐다. 이에 대해 전지영 홈앤쇼핑 지부장은 “회사는 노조 활동을 축소시키고, 존중하지 않는 단협안을 제시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 조합원 근로환경이나 임금 향상을 위해 조율을 해나가야 하는데, 현재 안이 통과된다면 ‘법을 준수한다’는 이름으로 노동환경을 악화시킬 여지가 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 지부장은 “회사에 교섭 요청을 한 게 지난해인데, 5월이 되어서야 구체적인 회사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교섭장에 누가 나와도 상관없다. 다만 자리를 채우기 위한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홈앤쇼핑 측은 “합리적 수준에서 협의를 통해 임단협을 체결하자는 것이 입장”이라며 “(임금과 관련해) 서로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까워지고 있다. 처음에는 차이가 컸지만, 지금은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단협안에 대해선 “서로의 안을 가지고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다. 상충되는 부분은 조율하는 것이 당연한 교섭 과정이고, 의견차이를 좁히고 있다”고 했다. 홈앤쇼핑 측은 노조의 교섭 해태 지적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사측 교섭위원이 대표이사를 대리해 충분히 교섭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홈앤쇼핑 측은 “임단협이 끝난 게 아니라 조율 중이고, 서로 윈윈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며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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