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풍수·관상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관여한 것에 보수 언론도 비판 칼럼을 실었다. 백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의 청와대 이전 작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다시 드리운 무속·주술 의혹에 보수 신문이 상대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비판 목소리를 낸 건 동아일보였다.

▲ 동아일보 26일자 송평인 칼럼.
▲ 동아일보 26일자 송평인 칼럼.

동아 논설위원 “尹, 주술에 사로잡힌 국가 지도자”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6일 칼럼 <불편한 대통령>에서 “청와대 이전에 이어 대통령 관저 선택에까지 주술이 개입한 증거가 나왔다”며 “조선 왕조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주술에 사로잡힌 국가 지도자를 근대 공화국에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한 녹취록에는 스스로를 비범한 무속인으로 자처하면서 청와대는 터가 좋지 않아 들어가지 않을 거라는 취지로 단호히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면서 “윤 대통령은 당선된 뒤 대통령 집무실이 채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임시로라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다. 터가 나쁜 곳에서는 불안해서 하루도 살 수 없는 심리가 상궤를 벗어난 고집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송 위원은 대통령 관저 이전에 ‘주술’이 등장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주역에 담긴 지혜, 풍수에 담긴 지혜를 논리적 용어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학자들이 없지 않다”며 “그러나 그런 학자들은 관상 따위는 보지 않고 길흉(吉凶)을 점치지도 않는다. 주술적인 역술인이나 풍수가가 관상도 보고 점도 친다”고 했다. 

송 위원은 “주술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나 대통령 관저의 선택 같은 공적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국민이 낸 세금이 주술적 결정을 이행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근대 국가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 뒤 “언론에 공개적으로 등장한 이름만 천공, 건진, 무정에 이어 백재권이다. 처음에는 김 여사만 주술에 진심이고 윤 대통령은 마지못해 끌려다니는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다”고 우려했다.

송 위원은 이어 “그(윤석열 대통령)가 주술로부터 얻는 심리적 안정은 공사의 구분을 뛰어넘게 만드는 정도인 듯하다”면서 “누구나 주술에 빠지면 공사의 구분을 반드시 뛰어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전 칼럼에서도 “샤머니스트 레이디” 비판

송 위원은 대선 전인 지난해 1월 칼럼 <샤머니스트 레이디>에서도 김건희 녹취록 중 무속에 관한 내용을 전한 후 “김(건희)씨의 자의식은 단순한 무속의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가 무속인”이라고 짚었다. 송 위원은 “김씨가 샤머니즘에 빠졌다는 사실 이상으로 충격적인 건 통화 공개 이후 ‘원더우먼’ 등 영화 포스터에 김씨 얼굴을 합성하며 ‘걸크러시’하다고 두둔하는 반응”이라며 “국민의힘은 이런 반응을 내세워 윤 후보 자신이 그 일부인 샤머니즘의 문제를 뭉개고 넘어가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 지난해 1월26일자 송평인 칼럼.
▲ 동아일보 지난해 1월26일자 송평인 칼럼.

한편, 진보 언론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상기시키며 의혹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25일 칼럼에서 “공관 이전과 관련해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물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길흉화복을 따지는 ‘풍수’라는 점은 민망하다”며 “대통령 부인이 궁합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 관저 옮길 때 풍수 보는 게 중요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이렇게 몰래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권 실장은 “백 교수의 육참총장 공관 출입기록은 어떻게 되는가”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최서원)이 청와대를 수시로 들락날락거렸지만, 방문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나중에 다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24일 사설에선 “이번 일을 보며 국정 추진 과정에 무속 색채를 짙게 물들였던 최서원씨 국정농단 사태를 떠올리는 국민이 적지 않다”며 “한점 미진함이 없게 관저 변경 의혹의 전모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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