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가 운영하는 공공채널 국회방송(NATV)이 메인작가들에게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프리랜서 계약’을 적용하면서 14년 간 ‘노동자’로 일을 시키다가 부당해고했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받고도 이에 불복해 소송에 나섰다.

국회방송 측은 메인작가 2명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며 복직을 명령한 중노위 판정에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추가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진 국회방송 방송국장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국회 사무처 입장이 받아들여졌고 중노위에선 반대 결정이 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방송 측은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의 중노위 판정 이행 계획에 대한 질의에도 이같이 답변했다.

이번 중노위 판정은 메인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첫 법적 판정례에 해당한다. 이재학 CJB청주방송 PD가 방송사들의 ‘무늬만 프리랜서’ 착취를 고발하며 부당해고를 다투다 숨진 뒤 보도국 작가와 서브작가, 취재(막내)작가에 이어 메인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례가 처음 나온 것이다. 그러나 국회방송이 불복을 택하면서 법적 다툼이 이어지게 돼 ‘해고자를 상대로 한 시간끌기’라는 비판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방송 로고 갈무리
▲국회방송 로고 갈무리

앞서 국회방송은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4명의 방송작가들을 ‘계약만료’ 통보 방식으로 잘랐다. 이들 작가는 국회방송에서 최장 14년 간 일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불렸을 뿐 국회방송 측 업무 지시와 지휘 감독에 따라 유기적으로 협업해오다 해고됐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올초 보조작가로 일한 두 작가에 대해서만 부당해고를 인정했지만 중노위는 지난 5월12일 메인작가들의 재심 신청 사건에서 이들이 국회방송에 고용된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복직을 명령했다.

국회방송 측의 불복 소송 결정은 지난해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방송작가 집단해고 사태를 다룬 국정감사 질의에서 한 답변과 배치된다. 이광재 총장은 지난해 11월2일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국회방송이 방송계의 모범적 사용자로서 사각지대에 있는 무늬만 프리랜서들을 보호하고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수진 의원(비례) 질의에 “전임 방송국장이 나가기 전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약속드릴 수 있는 건 프리랜서나 힘들고 어렵게 일하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겠다”고 답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2일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방송 작가 부당해고 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2일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방송 작가 부당해고 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한편 국회방송 측의 대처는 지난 2021년 방송작가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첫 판정이 나왔을 당시 MBC 측 대처와도 겹친다. MBC는 자사 보도국 ‘뉴스투데이’ 작가 2명을 해고했다. 중노위가 지노위의 ‘기각’ 판단을 뒤집고 작가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하자 ‘시간끌기’라는 노동계 비판 속에 불복 소송을 택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7월 작가들 손을 들어줬다.

김명진 방송국장은 이 같은 지적에 “MBC 사례를 모르지만 국회방송 사례와 100%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해 부당한 결정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한편 김 방송국장은 이들 두 메인작가에 대해 2009~2018년 10년 간 서면계약서를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당시 국회방송뿐 아니라 KTV와 지상파 방송사도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표준계약서에 의해 계약했고 방송작가협회가 제시한 엄격한 표준계약서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방송의 불복 결정에 “MBC도 중노위 판단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하고 두 작가를 복직시켰다. 사무처가 ‘법원의 판단’을 재차 구하는 그 시간 동안 소송에 대응해야 하는 개별 노동자들은 피가 마른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노동자를 상대로 시간을 끌며 괴롭히는 것은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할 입법부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 사무처가 중노위 결정을 존중하여 두 노동자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사무처는 이수진 의원의 질의에 대해 “2023년 보조작가 집필료 등을 평균 15% 인상했고 노동안정성 보장을 위해 보조작가의 공무직 채용(6인)을 2024년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사무처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원실에 밝혔지만, 이에 앞서 비정규직 부당해고 당사자들에게 먼저 사과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작가를 대리한 이용희 노무사(노무법인 우광)는 “국회사무처 방송국이 14년간 근로한 근로자들과 법적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결정은 유감”이라며 “법원도 ‘메인작가’ 타이틀이 아닌 실제 근로 제공 형태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해 노동법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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