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인(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으로 하여금 계속하여 방통위원장 직무를 수행하도록 할 경우 방통위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뿐만 아니라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으로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23일 오후 한상혁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앞서 한 전 위원장 측은 지난 1일 면직 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며 행정소송법에 따라 자신의 집행정지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행정소송법’ ‘집행정지’ 조항에 따르면 집행정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이에 따라 집행정지의 결정을 신청함에 있어 이유에 대한 소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법원은 23일 오후 “이 사건 집행정지신청은 행정소송법 ‘집행정지’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한상혁 전 위원장이 위원장직(장관급)은 다른 방통위원들과 달리 국회의 탄핵소추에 의해서만 직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 법원은 “그러나 방통위원장도 방통위원 중 1인에 해당함은 분명하므로 다른 방통위원과 마찬가지로 면직사유가 있는 경우 면직이 가능하고”라며  “(탄핵소추는) 행정부 수반에 의한 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국회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병행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중대한 위반이 있어 탄핵소추에 이를 정도에 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직무수행의 기회가 박탈되는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신청인은 방통위원장으로서 방통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소관사무를 통할하는 기관장인바, 종편 재승인 심사 업무 등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그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할 직무상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한 전 위원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 공무원들의 개입 하에 TV조선 재승인 심사 평가점수가 수정돼 총점 650점 이상을 획득하고 중점 심사사항에서 과락이 없었던 TV조선의 심사평가 결과에서 과락이 발생해 재승인 여부 및 유효기간에 영향을 미치게 된 점 △한 전 위원장이 심사기준을 충족한 TV조선의 당초 심사평가 점수를 보고받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과락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다시 받았을 때 점수가 사후에 수정된 것을 인지했으리라고 봄이 합리적인 점 △그런데도 사실관계 및 경위 조사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 △오히려 TV조선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하고 방통위 전체회의에 유효기간 3년의 조건부 재승인 안건을 상정하도록 지시한 걸 보아 위법 부당 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사실상 승인한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신청인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가 개시됐을 때도 점수 수정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그 경위에 대해 확인하려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그 지휘·감독을 받는 방통위 공무원들로 하여금 ‘방통위는 심사위원들의 점수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이 기재된 보도설명자료를 작성·배포하게 하기도 한바, 이 점과 관련한 면직사유도 일응 소명되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법원은 이어 “TV조선 등에 대한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특정사업자에게 불이익하고 편향된 결과가 초래된 사실이 널리 알려졌고, 업무를 담당한 방통위 공무원, 심사위원장, 일부 심사위원 등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으며, 신청인도 심사과정에서의 위법한 행위로 인하여 기소됨에 따라 방통위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며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방통위의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공공의 이익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혐의로 지난 2일 불구속 기소된 사실이 면직 사유라고 밝혔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이 위원들과 논의 없이 평소 TV조선 재승인 취소를 주장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심사위원을 선임해 직권을 남용했고, TV조선이 합격점수를 받은 사실을 보고 받고선 “미치겠네” 등 발언을 해 점수조작을 지시하고, 다른 방통위원들에게 점수조작 사실을 속여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등의 혐의를 들어 면직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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