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이 나오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 특보가 개입한 의혹이 있는 2010년 보도지침 성격의 국정원 문건을 공개했다. 한덕수 총리는 문건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 고민정 의원 질문에 국회법상 미리 질문 요지를 안 줬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14일 대정부 질문에서 고민정 의원은 “보도지침은 두 번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을 붙이지 않아야 하지만 보도지침의 망령이 부활한 치욕스러운 문건을 보여드리겠다”며 문건을 화면에 띄우고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으로 2010년에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라고 소개했다.

고민정 의원은 해당 문건을 읽어 내려가며 한덕수 총리에게 “좌편향 인물 포진으로 왜곡 편파 보도 우려라고 되어 있다. MBC는 좌편향이냐?”고 물었다. 

한덕수 총리는 “글쎄요. 그건 국민들께서 너무나 잘 아실 사항이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언급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건 국민들과 시청자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고민정 의원이 재차 “TV조선은요? SBS는요? KBS는요?”라고 묻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모든 것이 좌와 우로 결정이 되나. 공정과 비공정으로 분류할 수는 있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고민정 의원은 “해당 문건에는 ‘좌편향 인물 포진으로 왜곡 편파 보도 우려’라는 단어가 분명히 쓰여 있다. 마치 매카시즘 마녀사냥의 부활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고민정 의원이 문건을 계속 읽으며 “방송사 선거기획단의 좌편향 기자들이 침투 과열 혼탁 선거가 우려되므로 경영진에 대한 주의 환기 및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 강구로 건전 보도 유도라고 돼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건전 보도가 뭔가?”라고 묻자, 한덕수 총리는 “제가 이런 말씀 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의원님이 질의를 한다는 그 내용은 우리 국회법에 48시간 이전에 그 요지를 국회의장한테 전달하고 국회의장은 48시간 이전에 관련되는 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돼 있다. 지금 말씀하시는 저 서류와 관련된 건 단 한 번도 48시간 이전에 저한테 전달이 된 바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 총리의 답변에 여야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한동안 소란이 일었지만, 고민정 의원은 질문을 이어갔다.

고 의원은 “밑에 보면 자생적 선거 보도 감시단체 조직화라는 단어도 쓰여 있다. 외곽 단체를 활용해 언론 통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직접 홍위병 조직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며 “이 내용을 국민의힘 의원들뿐만 아니라 총리께서 왜 이렇게 발끈하시는지 모르겠다. 2010년에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다. 왜 제가 이 문건을 들고나와서 흔들어 대고 있는지 그 이유는 제 질문을 끝까지 들으시면 알게 될 것”이라고 대정부 질문을 이어갔다.

고 의원은 “그 밑에 줄에 보면 선거기획단에서 고생하면 해외 특파원 및 원하는 부서로 이동시켜 주겠다며 유혹이라는 단어도 쓰여 있다. 제가 보기에는 이거 사찰로 보이는데 어떠시나?”라고 물었다. 

한덕수 총리는 “그 문제에 대한 답변은 제가 1주일 내지 2주일 뒤에 검토를 해서 드리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고민정 의원은 “그러면 제 질문에 정확하게 답을 주시라. 그리고 정해진 시간 안에 국회 내에서 답변을 주셔야 할 의무가 총리님께서는 있는 것 아닌가? 제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묻지 않았다. 왜 답을 못하시느냐?”고 몰아붙였다. 한 총리는 “못하는 게 아니라 전혀 적절하지 않은 질의를 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 의원은 “제가 지금까지 이 많은 내용을 총리님께 물은 이유가 있다. 다음 자료 보시면 지금까지 이 보도 사찰에 관련된 이 문건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0년 1월에 홍보수석실에서 요청 사항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보시면 배포처는 민정수석, 홍보수석, 기획관리비서관으로 돼 있다”며 “2010년 당시 홍보수석이 이동관이다. 방송사가 기획단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향후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국정원에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제기했다.

이어 “해당 내용을 쭉 보셔서 아시겠지만, 언론사에 대한 사찰, 블랙리스트, 매카시즘적 마녀사냥, 언론 탄압을 위한 문건을 요청한 것들이 확인되고 있다. 총리는 이런 문건 이런 류의 문건 보고받은 적 있으신가?”라고 물었다. 

한 총리는 “제가 답변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단히 비합리적이고 대단히 비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계시는 거다”라고 맞받았다. 

고민정 의원은 “2010년 당시 이 문건이 왜 문제냐. 바로 홍보수석이 지금 뜨겁게 거론되고 있는 이동관이기 때문”이라며 “이동관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런 문건 왜 흔들어 댔겠나? 누가 봐도 언론 사찰에 해당하고 누가 봐도 언론 탄압을 하는 그런 문건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  지금 국민의힘 정부와 여당을 보면서 뭐가 그렇게 숨길 게 많은지 오히려 궁금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의원은 또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린 건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그것보다 훨씬 더 적나라하고 많은 내용이 이 안에 담겨 있다”며 “언론 통제를 통한 MB정부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이 문건으로 확인됐다. 언론을 계도 대상으로 삼고 좌편향 우편향으로 가르고, 독재정권 때나 보던 건전 보도라는 용어를 써가며 정부 비판 보도를 불건전으로 낙인찍었다. 언론사에 대한 사찰 내용들도 일목요연하게 적시돼 있고 이 문건을 요청한 자도, 보고받은 자도 바로 이동관”이라고 덧붙였다.

고민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제가 들고 있는 이 문건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하시겠나? 대통령 옆에 있는 그분이 언론을 탄압하고 낙인찍고, 선거에 개입하는 등 보도지침의 악령을 불러대고 있는 사람이 이 문서로 확인됐다”며 “이동관 특보는 뭐라고 하시겠나? 이 문건을 요청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고 얘기하시겠나? 기다리겠다. 누가 사실을 말하는지 보겠다. 지금 당장 대통령 특보에서 내려오시라. 뿐만 아니라 마녀사냥을 당한 언론인에게도 용서를 구하시라”고 촉구했다.

영상엔 고민정 의원이 국정원 보도지침 의혹 문건을 공개하고, 이에 한덕수 총리가 사전에 질문 요지를 보내주지 않았다고 반발해 설전을 벌이는 장면과 구체적인 문건 내용을 설명하는 전체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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