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진행자들이 노트북에 ‘나는 교+ㅇ산당이 싫어요’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윤석열 대통령을 ‘교+ㅇ’이라고 지칭한 유튜브 프로그램을 방송한 시민방송 RTV에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RTV는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퍼블릭 엑세스 채널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의견과 방송 시스템 안에 들어오면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 등 심의위원들의 판단은 나뉘었다. 

RTV는 2002년 개국한 시민방송 채널로, 일반 시민이나 1인 미디어, 시민단체 등 시청자가 직접 제작·기획 등에 참여한 방송 콘텐츠들을 전문으로 편성하는 퍼블릭 엑세스(Public Access·시청자참여) 전문 편성 채널이다. ‘한겨레 논썰’, ‘뉴스타파’, ‘시민언론 더탐사’ 등을 포함한 정치·시사 프로그램 등도 송출하고 있다. 

13일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 민원이 제기된 프로그램은 RTV에서 방송하고 있는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 ‘송작가TV’다. ‘송작가TV’ 진행자들은 방송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교+ㅇ산당이 싫어요’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노트북을 노출했다. 뉴스 기사에 대해 대담을 진행하면서는 윤 대통령을 대통령의 성씨와 공산당을 합친 단어인 '교+ㅇ‘이라고 지칭했다. 진행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ㅇ이 하는 말마다 왜이렇게 부끄럽죠”라고 말하는 식이다. 

▲ 송작가TV 2023년 5월1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 송작가TV 2023년 5월1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이에 민원인은 진행자들이 ‘교+ㅇ산당이 싫어요’라는 팻말을 사용해 현 정부를 비방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아울러, 한국과 우크라이나 상황을 들어 공산당을 옹호했으며 스페인 등이 외교적으로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적용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대담ㆍ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으로 각각 ‘대담·토론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출연자는 타인을 조롱·희화화하면 안된다’, ‘방송은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등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민원인이 지적한 내용과 관련해 ‘이슈 문제있어’ 코너에서 다룬 MBC <현대차 러시아 전면 철수…공장 매각 마무리 단계> 보도, 연합뉴스 보도 <中외교부, 韓 제안한 시진핑 방한 관련 “제공할 소식 없어”>, 뉴스1 보도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악수하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 등에 대한 대담에서 공산당 옹호 등 민원인이 제기한 취지에 부합한 내용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3년 방통심의위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추적해 보도하는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방영한 RTV에 공정성, 객관성 등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제재를 결정해 부당한 편파·표적심의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RTV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심의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법적 권한을 갖고 있어 소송은 방통위가 대리하는데, 2019년 최종적으로 방통위가 패소했다. 대법원은 퍼블릭 엑세스가 보장되어야 하는 채널의 특성을 고려해야하며, 과거 공적 인물에 대해 다소 모욕적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RTV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포스터.
▲ RTV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포스터.

13일 진행된 방송소위에서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퍼블릭 엑세스 채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방송 채널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은 심의의 기본 원칙 중 하나”라며 “인권침해, 혐오,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 등 심각한 위반이 아닌 경우에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퍼블릭 엑세스 채널 자체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퍼블릭 엑세스 채널의 취지는 가능하면 제작자의 콘텐츠를 그대로 방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통심의위도) 해당 차원에서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적용조항에 대해서도 “최고권력자에 대한 풍자는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 ‘교+ㅇ', ‘교+ㅇ산당’같은 표현은 정치·풍자적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일반화해서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방송 콘텐츠로 분명 부적절하지만, 퍼블릭 엑세스 채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하고 해당 적용조항으로 제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유튜브용 프로그램을 방송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개그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유튜브가 아닌 방송에서 노골적인 적이 돼서는 안된다”면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 폭넓게 수용하자는 방통심의위의 묵시적 합의와 함께 채널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유튜브는 표현의 자유 범주에 있기때문에 문제삼을 수 없지만, 채널에서 (해당 유튜브 프로그램을) 균형을 두지 않고 방영하고, 거친 표현을 내보내는 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제작진 의견진술을 들어봐야한다고 했다.

이광복 소위원장(국회의장 추천)도 “결국 유튜브든 1인 미디어 프로그램이든 방송 시스템 안에 들어오면 규정은 지켜야 하는거 아닌가”라며 “심의 규정에서 일부 예외규정을 두거나 방통심의위에서 처리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처리한다면 모를까, 현재 체제에서 문제없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했다. 이 소위원장은 “의견진술을 들어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지만, 10년 만에 안건이 올라왔으므로 ‘권고’ 정도로 제재하고 앞으로의 추이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안은 심의위원 5인 중 3인이 행정지도 ‘권고’, 옥시찬 위원이 행정지도 ‘의견제시’, 김유진 위원이 ‘문제없음’ 의견을 내 ‘권고’가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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