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수신료 분리징수 도입 조처에 ‘사퇴 카드’를 던진 김의철 KBS 사장(60)은 1990년 공채 17기 KBS 기자로 입사했다. 지난 2021년 12월10일 KBS 사장에 취임했다. 그의 임기는 2024년 12월9일까지이나 3년 임기를 끝까지 채울지 미지수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 사장은 전북 부안 하서면 출신으로 전주 신흥고,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김 사장은 16년차이던 2005년 KBS 탐사보도팀 초대 팀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KBS는 10여명의 기자들로 탐사보도팀을 신설, 공직자 재산 검증에 나섰고, 이들의 심층 보도는 권력 감시와 시청자 알 권리라는 언론 사명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김의철 팀장은 “국민 권력을 대변해야 할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 2023년 6월8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김의철 KBS 사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
▲ 2023년 6월8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김의철 KBS 사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

김의철 팀장이 이끈 KBS 탐사보도팀은 2006년 11월에는 당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 장남 등 언론 사주 일가의 병역 면제 과정을 보도했다. 김 팀장은 “1년 반 동안의 장기 취재 결과 우리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사와 재벌 기업 자제들의 병역 면제율이 일반인들에 비해 5배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도 2021년 KBS 사장에 지원했을 때 “2005년 KBS 탐사보도팀 초대 팀장으로 일하면서 고위 공직자의 재산과 병역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공직자들의 도덕성 검증 기준 모델을 제시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엔 부침이 많았다. 2008년 9월 이병순 KBS 사장은 김의철 사회팀장을 국제팀으로 전보했는데, 내부에선 “향후 탐사를 통한 정부 비판 보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방송 자유가 크게 위축됐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김 사장은 공정 방송 투쟁에 참여·지지했다. 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검증한 KBS 보도의 총괄 책임자가 당시 여당 추천 KBS 이사들의 보도 시비와 KBS 사장의 외압성 발언 등으로 사퇴하자, 김 사장은 “더 이상 기자들의 인내력을 시험하지 말라”며 기자들의 제작 거부를 지지했다.

▲ 김의철 KBS 사장의 기자 시절 모습.
▲ 김의철 KBS 사장의 기자 시절 모습.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KBS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이 한창이던 2017년 9월에는 사내 남은 보직자들을 향해 “이번 제작거부와 파업에 중립은 없다. 지금이라도 보직을 던지고 내려와 사장 퇴진 투쟁에 동참하길 호소한다”는 성명에 연명했다. 

김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양승동 KBS 사장 체제의 첫 보도본부장에 임명됐다. 과거 보수 정권 시절 KBS 내에 벌어진 방송 공정성, 공적 책임 침해 사례를 규명하기 위한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내부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사내 개혁 조처에 앞장섰으나 부실 보도 책임론을 피하진 못했다.

2019년 초 강원도 산불 재난 부실 방송, 허위 보도 논란과 청와대 외압설에 휩싸인 KBS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로고를 삽입해 도마 위에 오른 ‘뉴스9’ 자막 등은 공영방송 KBS에 의구심을 갖게 하거나 내부 갈등을 초래한 사건으로 평가됐다. 그해 4월 김 사장은 보도본부장 신임 투표에서 투표(490명) 대비 46.73%(229명)의 불신임을 받았고, 4개월 뒤 사의를 표명했다.

▲ KBS 뉴스9 8일자 화면 갈무리.
▲ KBS 뉴스9 8일자 화면 갈무리.

2020년 4월부터 KBS 자회사인 KBS 비즈니스 사장을 맡던 그는 2021년 10월 KBS 사장에 공모했고 그해 12월 KBS 사장에 취임했다. KBS 사장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부동산 위장 전입과 다운 계약서 작성 의혹 등이 제기됐고 김 후보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김 사장은 지난 8일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대통령실을 향해 “성급한 결정을 내리게 된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대통령실에 묻고 싶다”며 “만일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내가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그러니 대통령께서는 공영방송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경영진 교체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늘 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사장의 사퇴 카드가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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