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제5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한미 간 ‘핵 기반 동맹’을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북한과의 대화, 평화 등 통합을 위한 메시지는 없었다.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신 선열께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오랜 세월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유가족 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다시 올린다”며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함께 피를 흘린 미국을 비롯한 유엔 참전국 용사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해외 파병 용사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했다.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미 핵 자산의 확장 억제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한미동맹은 이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되었다”며 “우리 정부와 군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철통 같은 안보 태세를 구축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공산 세력의 침략”을 추념사 앞머리에 올리고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에 대한 대화나 평화, 통일에 대한 언급도 2년째 찾아볼 수 없었다.

▲2023년 6월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제5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6월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제5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과거 보수 정권 대통령들이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북 강경 기조를 밝히더라도 통합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던 2009년 “북한이 동족인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화해와 협력의 마당으로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했다. 2010년엔 “아직도 빈곤과 억압 속에 고통받는 북녘 동포와 함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누리는 통일 조국의 꿈”을 이야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3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조국의 꿈은 선열들의 간절한 소망이자 7000만 민족의 염원”이라 밝혔다. 이후 추념사에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이 핵 무장이나 개발,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국가의 품격은 국가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독립과 건국에 헌신하신 분들, 공산 전체주의 세력에 맞서 자유를 지켜내신 분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다”며 “어제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되었다. 대한민국의 영웅들을 더 잘 살피고 예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념사에서는 두 명의 영웅이 언급됐다. 1951년 9월 ‘피의 능선’ 전투에서 전사했으나 2011년 처음 유해가 발굴돼 지난 2월 신원이 확인된 고 김봉학 육군 일병이다. 윤 대통령은 추념식에 앞서 김봉학 일병과 그의 동생인 고 김성학 일병을 안장하는 안장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난 3월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성공일 김제소방서 소방교를 추모한 뒤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제복 입은 영웅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현충일에도 윤 대통령은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 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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