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KBS ‘뉴스9’의 건설노조 집회 관련 앵커멘트가 재녹화·수정된 것을 ‘뉴스 바꿔치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KBS 보도본부는 “오해가 없도록 수정 사유를 밝혀나갈 것”이라면서 “부당한 비난을 하는 행위에 대해 당당히 맞서 나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KBS ‘뉴스9’은 지난 18일 경찰이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건설노조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해 엄벌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경찰 “건설노조 집회, 강력 처벌” 천명…‘자의적 해석’ 논란도> 리포트는 경찰이 도로 점거와 소음, 해산명령 불응 등을 근거로 건설노조 집회를 불법이라 규정했고,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는 유사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유사 집회 금지’ 방침은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불렀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KBS '뉴스9' 갈무리
▲KBS '뉴스9' 갈무리

그런데 해당 보도가 나간 뒤 리포트 앞에 붙었던 이소정 앵커의 멘트가 교체됐다. ‘경찰이 건설노조 집회를 불법으로 못박고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는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취지에서 ‘경찰이 불법집회를 연 적 있는 단체는 비슷한 집회를 못 열게 하겠다고 해 논란을 불렀는데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바뀐 내용이다.

18일 원문 “경찰은 며칠 전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불법이라고 못박고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경찰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19일 수정 “경찰이 며칠 전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불법 집회를 연 적 있는 단체는 앞으로 비슷한 집회를 못 열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걸 놓고, 관련법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불거졌는데 경찰 스스로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앵커멘트에 관한 설명은 19일 ‘뉴스9’ 클로징 멘트에서도 언급됐다. 이 앵커는 이날 뉴스를 마치기 직전 “어제 9시뉴스에서 경찰이 건설노조 집회를 경찰이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것과 관련해 어떤 부분이 불법인지 경찰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전해드렸는데 이는 불법집회 전력이 있으면 유사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경찰 발표 내용에 한정된 것임을 밝혀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엽기적인 조작보도”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23일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성명에서 “KBS ‘뉴스9’가 민노총 건설노조 불법집회를 편들기 위해 허위사실을 보도한 뒤 이를 지적당하자 ‘화면 바꿔치기’로 무마하려 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정정과 사과라는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KBS의 대응은 달랐다. 다음날 멘트를 고쳐 재녹화한 영상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라고 했다.

24일엔 최주호 국민의힘 부대변인이 “KBS의 조직적인 편향 보도, KBS 김의철 사장은 즉각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최 부대변인은 “KBS의 해당 오보가,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민노총의 불법행위를 감싸고, 경찰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된 보도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해당 의심이 사실이라면, KBS가 의도적으로 편향된 사실을 만들어 전달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는 조작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김의철 KBS 사장에 대해서 “취임 전부터 SNS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대해 공개 비판하여 공영방송 사장으로써의 자질이 의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독단으로 취임한 인사”라며 “KBS와 김의철 사장은 이번 조작 행위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이 같은 비판은 23일 뉴데일리, 데일리안을 시작으로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KBS 뉴스9 앵커멘트 수정 관련 기사를 다음 뉴스에서 검색한 결과 일부 
▲KBS 뉴스9 앵커멘트 수정 관련 기사를 다음 뉴스에서 검색한 결과 일부 

이와 관련해 KBS 보도본부는 24일 오후 입장문을 내어 “방송을 통해 미리 정정 내용을 알리고, 평상시 지침과 절차에 따라 인터넷 뉴스 콘텐츠를 수정해 서비스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KBS 보도본부가 잘못을 감추기 위해 몰래 뉴스 일부를 고치고, 심지어 ‘조작질’이라는 저급한 단어로 공격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숨길 의도가 있었다면 앵커가 직접 사전에 방송을 통해 정정멘트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KBS 9시 뉴스 방송본은 사내 아카이브인 KDAS에 그대로 녹화되며 이는 영구 저장된다. 또한 보도영상 아카이브인 MAM에도 실제 방송분이 그대로 녹화돼 있다”라고 했다.

KBS 보도본부는 “앵커 멘트의 취지는 이번 집시법 논란의 핵심적인 위법 쟁점인 1박2일 방식의 야간집회를 금지할 수 있느냐와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향후 금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경찰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었다”며 “집회 참가자들의 행동이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집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다만 앵커멘트의 내용이 당시 건설노조의 집회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 경찰이 내놓은 불법 주장의 근거가 의도치 않게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음날(19일) 정정멘트를 방송으로 내보냈다”고 했다. 관련 절차에 대해선 “자막 오타와 취재원 보호 등 여러 이유로 방송된 뉴스 콘텐츠를 사후 수정할 때 적용하는 것과 똑같은 지침과 절차를 그대로 따랐다. 다만 그 이후에도 사내 일부에서 은폐, 조작과 같은 억측과 오해가 제기됨에 따라, 방송된 것과 다른 수정된 영상임을 간략한 사유를 적어 알림을 공지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KBS 보도본부는 앞으로 앵커가 멘트를 작성, 방송할 때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방송 이후 인터넷 서비스 시 주요 수정 사항은 오해가 없도록 수정 사유를 밝혀 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억측과 편견에 점철된 채 부당한 비난을 하는 행위에 대해 당당히 맞서 나갈 것이며,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부 언론과 세력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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