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 들어가 보니 문제가 된 유해 영상을 차단했다는 안내만 있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자살예방법에 따른 자살 유발 정보 유형을 제시하고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걸 안내해서 불법 정보가 올라가지 않도록 하거나 기술적 차단 조치 등을 사업자들이 적극 검토해달라.” (윤성옥 통신소위 심의위원)

최근 자살 동조 게시글로 논란이 된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에 대해 차단 여부 심의를 진행한 결과, 게시판을 차단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다수의 심의위원은 자율규제 조치를 권고하는 ‘시정요구’ 의견을 제시했다.

▲방통심의위 현판.
▲방통심의위 현판.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위원장 황성욱)는 22일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이 정보통신망법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조항과 통신심의규정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조항 등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접속차단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의 결과 4인(황성욱 위원장·정민영·윤성옥·허인회 위원)은 사업자에 자율규제 조치를 권고하는 ‘시정요구’, 이광복 위원은 홀로 ‘해당없음’ 의견을 냈다.

앞서 지난달 27일 통신소위는 우울증 갤러리 심의를 보류하고 통신자문특별위원회(통신자문특위) 자문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일 통신자문특위 논의 결과 9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이 ‘해당 없음’, 4명이 ‘시정요구’ 의견을 내 ‘해당 없음’ 의견이 다수였다. 특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없음’ 의견을 낸 특위 위원들은 전체 게시판에서 문제가 되는 게시글의 비중이 크지 않아 전면 차단은 ‘과잉 대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정민영 위원은 “통신자문 특위나 법무 검토 내용을 보면 게시판 자체가 범죄를 목적으로 개설됐다고 보긴 어렵다. 문제가 된 게시판에서 (문제적 게시글이) 양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다. 게시판 자체를 폐쇄하는 방식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4월에 심각한 사건이 있었다. 논란이 있었던 만큼 디시인사이드 사업자가 자율규제를 강화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도 “해당 게시판에 자살 유발 정보가 있었는데 극히 일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정보에 소수의 댓글이 달리거나 댓글이 아예 달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위로의 글이 있는 것도 봤다. 양적 질적으로 불법 정보가 많다고 보긴 어렵다”며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감하고 위안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접속차단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위원은 “접속차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걸로 안다”며 “접속차단만이 자살 예방을 위한 해결방안으로 적절하진 않다. 커피숍에 모여서 범죄를 공모한다고 커피숍을 폐쇄할 순 없다. 이해해달라. 차단하지 않는 것이 불법 정보를 방치하는 걸로 오해하진 말아달라.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지 않을 뿐 불법 정보를 표현의 자유로 보호한다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정보를 삭제해 나가는 거다.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설명했다.

‘해당없음’을 주장한 이광복 위원은 “자살 관련 글이 올라오면 모든 갤러리가 차단해야 하는 건가. 글을 보면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서 나름대로 위로받는다는 글도 있다. 그런 것까지 다 차단하면 과잉규제일 수 있다. (차단한다면) 일부에서 남용이라고 시비 붙을 수도 있다. 심의위가 나서 차단해야 할 사항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의 한 고층 건물에서 10대 학생이 자살 과정을 SNS에 생중계했다. 이후 이 학생이 숨진 배경에 우울증 갤러리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방통심의위에 우울증 게시판을 접속 차단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5일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10대 두 명이 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에 구조되는 등 문제가 반복되면서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성착취가 이뤄지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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