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와 카카오 로고.
▲ 네이버와 카카오 로고.

양대 포털의 트렌드 관련 서비스가 ‘유사 실검’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 서비스는 실시간 검색어와 같은 ‘정치적 여론 왜곡’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실검과는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특히 카카오의 ‘투데이 버블’ 서비스는 비하 표현이 포함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한다.

“실검 아니다” 반박했지만 ‘유사실검’ 논란 못 피해

지난 9일 파이낸셜뉴스는 <폐지된 네이버 실검…2년만에 핫 트렌드로 부활> 제목의 기사를 냈다. 그러자 네이버는 트렌드 서비스는 검색량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가 아니며 이미 모바일 추천란에 적용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단독’을 달았지만 지난 4월 네이버 공지사항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했다. 이후 이 기사 제목은 <[단독] 네이버 ‘실시간 트렌드’ 보여준다>로 바뀌었다.

그러나 직후 카카오가 트렌드를 보여주는 서비스 ‘투데이 버블’ 베타 버전을 도입하면서 양대 포털이 ‘유사 실검’을 도입하려 한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여당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사실상 실시간 검색어를 부활시키는 꼼수로 보인다”며 ‘여론선동의 숙주’ ‘실검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장은 “실검은 인격권 침해, 가짜뉴스 유포, 기사 어뷰징 등 정치적, 상업적으로 악용되면서 숱한 폐단을 낳았다. 정치, 경제 등 시사 뉴스와 관련된 키워드는 제외시킨다고 하지만 언제 슬그머니 끼워넣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양대 포털 트렌드 서비스와 실검 차이는

양대 포털의 트렌드 서비스를 ‘실시간 검색어 부활’로 보기에는 실검과 성격 차가 크다. 실시간 검색어는 짧은 시간 내에 검색량이 급증하면 이를 순위로 만들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서비스 성격상 특정 정치 세력이나 지지자들이 집단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해 정치적 여론 왜곡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양대 포털의 트렌드 서비스는 ‘검색어’가 아닌 ‘게시물의 양’을 중점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특정 키워드 관련 게시물이 늘어나고 주목도가 올라가면 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양대 포털의 트렌드 서비스 모두 순위를 제공하지 않고 무작위로 제시한다는 점과 정치 주제를 제외한 점도 실검과 차이가 있다. 네이버의 경우 사람마다 다른 ‘개인화 추천’을 강조했고 카카오는 다음 내 게시물뿐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도 함께 집계해 다음 내에서 집단적으로 게시글을 쓴다 해도 반영이 어렵게 했다. 오히려 이들 서비스는 ‘실검 부활’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사전에 대비한 측면이 강하다. 

비하 담은 커뮤니티 글 띄워주는 ‘투데이 버블’

이들 서비스는 실검과 같은 ‘집단 행동에 따른 여론 왜곡’ 가능성이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현재 포털 다음 내 베타 버전이 도입된 카카오의 ‘투데이 버블’ 서비스는 해당 키워드를 클릭하면 관련 뉴스와 커뮤니티 게시글을 검색창 바로 아래 띄우는 방식이다. 뉴스와 커뮤니티 게시물은 이슈에 따라 적게는 2~3건씩, 많게는 10건 이상씩 배치했다.

20~21일 ‘투데이 버블’ 키워드에 오른 커뮤니티 게시글 가운데는 비방이나 혐오를 담은 게시글도 포함됐다. 일례로 21일 ‘바이든 한국·일본 초청’이 추천 키워드에 올랐다. 이 키워드를 클릭하면 DC인사이드, MLB파크 등 인터넷 커뮤니티 글들이 뜬다. 가장 우선적으로 배열된 DC인사이드 게시글을 클릭하면 “한미일 회담을 1년에 몇 번을 하노. 반면 섬X깨 총통은 일본 유튜버랑 먹방을..”이라며 특정 국가를 비하하는 표현을 담은 게시글이 나왔다. 두 번째 배치된 MLB파크 게시글을 클릭하면 “나라 망하기 바라는 X갈이들 오열”이라며 비하성 표현이 나왔다. 

▲ 21일 다음 ‘트렌드 버블’에 뜬 키워드. 클릭 후 DC인사이드 글이 우선적으로 추천됐다. 해당 글을 클릭하면 비하 내용이 포함된 글이 떴다.
▲ 21일 다음 ‘트렌드 버블’에 뜬 키워드. 클릭 후 DC인사이드 글이 우선적으로 추천됐다. 해당 글을 클릭하면 비하 내용이 포함된 글이 떴다.

20일에는 ‘젤렌스키 G7’ 키워드가 ‘투데이 버블’에 올랐다. 다음이 추천한 커뮤니티 게시글을 클릭하면 기사 내용을 인용한 게시글이 떴다. ‘짤방’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박을 먹는 사진을 넣은 게시글이었다.

이처럼 카카오는 정파적 견해가 강하고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하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 게시글은 대부분 언론 기사를 인용했다. 링크나 일부 내용 캡처를 넣은 글도 있지만 기사 전문을 복사해 올린 경우도 다수 있는데 이는 저작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카카오는 공지글을 통해 “투데이 버블의 서비스 제공 목적에 부합하는 키워드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운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키워드에 대한 이용자 신고가 있을 경우 신속히 검토하고 조치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증오·혐오·차별 표현과 오인 가능성이 있거나 허위정보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등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니터가 완벽할 수 없기에 논란의 글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

‘정치 키워드’ 배제한 서비스, 또 다른 왜곡 우려

양대 포털 모두 정치 키워드는 배제하고 있지만 유사한 키워드는 제시되고 있다. 카카오는 국제 분야 키워드를 통해 G7,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관련 키워드를 노출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 분야와 관련 있다. 실제 추천해주는 커뮤니티 게시글 역시 국내 정치와 해당 키워드를 연관지은 경우가 많다. 네이버는 교양 분야 키워드를 통해 TV조선 프로그램 강적들 내용인 ‘강적들 민주당’ 키워드를 추천했다. 해당 방송 주제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 카카오 ‘트렌드 버블’과 네이버 ‘트렌드토픽’. 정치 분야를 제외하고 있지만 ‘국제’, ‘교양’ 분야를 통해 사실상 정치적인 내용이 다뤄지고 있다.
▲ 카카오 ‘트렌드 버블’과 네이버 ‘트렌드토픽’. 정치 분야를 제외하고 있지만 ‘국제’, ‘교양’ 분야를 통해 사실상 정치적인 내용이 다뤄지고 있다.

정치 분야를 무 자르 듯 나누는 것도 어렵지만 트렌드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정치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면 또 다른 여론 왜곡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두 포털의 트렌드 서비스에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 열애설이 제기된 연예인, 연예인 관련 사건 사고, 스포츠 경기 소식 등이 중점적으로 배치된다. 트렌드를 전한다고 하면서 정치 사회 주요 현안을 다루지 않은 채 가십을 양산하고 ‘공론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양대 포털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상업적 목적으로 도입한 서비스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네이버 “도입 심사숙고” 카카오 “보완 다각적 검토”

여러 우려가 제기되자 네이버는 도입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는 서비스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우려의 시선도 있고 해서 서비스 도입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베타서비스로 시범 운영 중인 만큼 (보완할 사항이 있는지 등) 다각적으로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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