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와 검찰. 그래픽=안혜나 기자.
▲방통위와 검찰. 그래픽=안혜나 기자.

미디어오늘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불구속 기소), 양아무개 방송정책국장(구속 기소), 차아무개 방송지원정책과장(구속 기소), 윤아무개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장(구속 기소)의 공소장을 입수했다. 4개의 공소장을 통해 검찰이 주장하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사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상혁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을 평소 종편에 비판적인 성향의 인물로 최대한 많이 선정하기로 마음먹었다. 3월13일 과천 소재 식당에서 양 국장, 차 과장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는 종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말하는 등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가 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검찰은 당시 저녁 식사자리를 “조건 없는 TV조선 재승인을 막기 위한 한 위원장의 사전 조치”로 봤다. 

12명의 심사위원들은 심사 4일차던 2020년 3월19일 오후 9시52분경 심사평가표 및 개별 심사의견서 제출을 완료했다. 점수 집계가 시작됐고 양 국장은 이날 11시58분경 집계된 심사평가점수를 알게 됐다. 양 국장은 한 위원장이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추천 단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을 최초로 포함시키는 등 TV조선 재승인을 어렵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보며 한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던 중 TV조선이 조건 없는 재승인을 받는 점수를 알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차 과장에게 ‘평소 친분이 있던 심사위원을 깨워 몰래 점수를 수정하게 하자’고 제안했고, 차 과장은 “그럼 큰일 난다. 나중에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해당 방법을 만류하며 다른 방안을 논의했다. 

3월20일 오전 7시경, 양 국장은 한 위원장에게 전화해 점수를 보고했다. 그리고 한 위원장은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당혹스러운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며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고 말하며 TV조선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게 공소장의 핵심 부분이다. 이 대목을 검찰은 ‘지시’로 해석했다. 반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검찰이 말의 뉘앙스나 의도를 읽어서 기소하나”라고 반문하며 “관심법 기소”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검찰이 명시적으로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을 하라고 지시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니까 한두 마디 말을 (공소장에) 기재한 것”이라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다시 공소장으로 돌아가면, 양 국장은 윤 위원장을 자신의 숙소로 불러 “예상보다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 TV조선이 총점 650점을 넘어버렸고, 중점심사사항 과락도 없다”고 말하며 구체적인 집계 결과를 알려줬다. 검찰이 직무상 비밀 누설로 보는 장면이다. 윤 위원장은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며 이에 즉시 호응하는 등 ‘조작’을 모의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양 국장은 중점심사사항 2항이 과락에 근접해 있으니 이를 낮게 고치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윤 위원장은 식사 후 1층 구내식당에서 ㄱ심사위원을 만나 결과를 알려주고, 이후 비어 있던 강의실로 ㄴ심사위원을 따로 불러 결과를 알려줬다. 윤 위원장이 이때 TV조선이 조건 없는 재승인을 받지 못하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점수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 

이후 이날 오전 9시경 심사 5일 차 종합 심사의견서 작성 관련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일부 심사위원만 있는 상태에서 ㄴ심사위원이 심사위원장에게 점수 수정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위원장이 “지금 점수 수정 되죠?”라고 하자 옆에 있던 차 과장이 평가 절차가 모두 완료되었음에도 위원장에게 점수 수정이 가능하다고 하며 수정을 원하는 심사위원들에게 전날 제출했던 심사평가표를 돌려줬다. ㄱ심사위원은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등 항목 점수를 72점에서 58점으로 수정했고, ㄴ심사위원은 95점에서 79점으로 수정했다. 

검찰은 “객관적 사정 변경 사유가 전혀 없음에도 중점심사사항에 대해 총점 30점을 아무 근거 제시나 합리적 설명 없이 갑자기 낮추었고, TV조선 해당 항목 점수는 105.95점에서 104.15점으로 줄었다. 이에 배점 210점의 50%인 105점에 미달하며 과락이 되었다”고 적시했다. 검찰이 위계에 의해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심의‧의결에 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한 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10시8분 경 양 국장 전화를 받고 과락 변경 사실을 보고받았다. 공소장을 보면 한 위원장은 3월23일~24일 사이 양 국장으로부터 심사위원장에게 평가점수를 누설한 사실을 보고 받고 “심사위원장이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던 학계 추천 심사위원 2인은 지난해 9월 입장을 내고 “심사과정에서 점수 조정 및 수정은 심사위원 개인의 고유권한이자 통상의 과정”이라며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점수 수정 시 기존 점수에 가로 두 줄을 긋고 다시 채점한 점수를 기재했다”고 반박했다. 조작이 목적이었다면 증거를 남길 이유가 있겠느냐는 반론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선 공소장에 적시된 것 같은 유사한 점수 수정 사례가 과거 재승인 심사에서도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윤 위원장이 심사위원 2명을 따로 불러 점수를 알려준 행위는 유무죄를 떠나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것이어서, 이에 대한 소명도 재판 과정을 통해 제대로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이 공개된 현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민간인 심사위원을 포함한 수 차례의 압수수색과 국장, 과장, 심사위원장을 구속하면서까지 수사해야 할 사안이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공교롭게도 “방통위가 TV조선 공정성 점수를 조작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며 단독 보도한 언론사는 이해관계 당사자였던 TV조선(2022년 9월7일자)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 TV조선은 역대 최고점을 받으며 조건부 없이 방송사업자 4년 재승인을 받았다. 이번 사건이 방통위원장을 내쫓기 위한 정치적 수사였다는 비판도 내내 있었다. 한 위원장은 지난 3월24일 “모든 힘을 다해 제 개인의 무고함뿐만 아니라 참기 어려운 고초를 겪고 있는 방통위 전체 직원들의 무고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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