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4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14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4월4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14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이 3~5%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윤 정부 출범 후 거부권 행사는 처음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치가 심화되는 상황에 5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앞으로도 간호법, 방송법 등 야당 주도 입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야당 반발이란 악순환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협치 없는 정치’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한 소통 환경을 지적하는 언론도 다수였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 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1면 기사 <7년 만의 대통령 거부권…‘협치 없는 정치’ 민낯>에서 “윤 대통령의 양곡법 거부권 행사는 ‘협치 제로’의 정치 현실을 재확인시켰다”며 “헌정사 초유의 야당 불참 대통령 시정연설, 장관 탄핵소추 등 극단적 대립 정치 징후가 쌓여온 데 이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7년 만에 발동됐다. 윤 대통령 역시 타협 없는 무한대치가 되풀이되는 데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양곡법 강행과 거부권 행사는 ‘정치 실종’의 예정된 귀결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발의 이후 여야 간에 농업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토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무조건 처리네, 거부권 행사네 하는 힘겨루기만 이어졌다”며 “정작 당사자인 농민들은 논의 과정에 끼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양곡법 강행 처리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 실종’ ‘협치 부재’의 상징적 사례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며 “거야는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사사건건 입법 힘자랑에 나선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여당은 야당의 이해나 협조를 구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마치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 중 누가 더 센지 끝장을 보겠다는 듯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마찬가지로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입법 독주-거부권 ‘악순환 정치’ 시작>에서 “국회를 장악한 169석 거야의 입법 독주에 윤 대통령이 헌법 53조의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정치실종’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3면 기사 <민주당 거부권 예상하고도 입법 강행…발표 뒤엔 규탄시위>에서도 ‘입법 독주에 나선 민주당’에 대한 지적과 함께 ‘대화와 타협이 없는’ 여당의 책임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도 집권 이후 야당 지도부와 한 차례도 만나지 않는 등 소통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고도 덧붙였다.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1차 책임은 야당에 있지만 여권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며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통령실과 여당의 책임은 전혀 없었는지, 대야 소통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참담한 모습은 입법 폭주와 협치 실종의 합작품”이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 비판에 집중했다. 1면 기사 <입법 폭주에 첫 거부권…총선까지 충돌정치>는 “정쟁 법안은 대부분 특정 이익 단체나 집단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어 야당의 내년 총선 ‘득표 전략’에도 연동된다”며 “여의도에는 연일 농민 단체, 간호사 단체, 노조 등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이어진 3면 기사에서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양곡법을 처리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활용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며 “야당이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국회와 민의를 무시한다’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설에서도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안 된다’고 하다가, 정권이 바뀌자 ‘해야 한다’고 돌아선 법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대부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자신들 득표에만 도움이 되는 법안들”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이참에 법률안 거부권 행사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양곡법처럼 국회 처리 절차부터 문제가 있거나 그 내용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에 분명히 어긋나는 법안, 나라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표만 생각하는 포퓰리즘 법안 등이 그 대상”이라고도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정부가 정작 실효적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쌀값 폭락 대책없이, 양곡법 거부했다>에서 “정부는 대책 마련에도 소극적이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쌀값 폭락에 관한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정작 그렇다면 쌀값을 어떻게 안정시키고 식량 안보를 확보할 것인지 등 애초 이 개정안의 입법 동기에 해당하는 민생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민생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의 책무를 망각한 태도”라며 “제대로 된 정부라면 거부권만 휘두르고 돌아설 게 아니라, 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족한 점을 보완해 실질적으로 농민의 고통을 덜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여당은 야당과 진지하게 협상하지 않았고, 농가의 시름을 덜 구체적인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며 “정부·여당이 사전에 대책을 제시하고 야당과 조율했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번지지 않았을 수 있다. 여권의 무책임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통령 거부권도 국회 입법권에 대한 행정부의 견제 장치이지만, 국회 결정을 존중하고 보완책을 함께 찾는 자세를 보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117조에 ‘문 정부때문’ 중점 두고 보도한 경제지·조선일보

지난해 국가부채가 2300조원을 넘어섰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부채의 절반 수준인 1181조원에 달했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117조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경향신문은 16면 기사 <작년 나랏빚 1000조원 돌파>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과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금 증가로 1년 새 130조원 넘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도 2면 기사 <국세 52조 더 걷고도 ‘코로나 지출’에 빚 늘어>에서는 “국가채무가 1년 전보다 100조 원 가까이 증가한 데는 코로나19 지원 등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린 영향이 컸다”며 “정부 씀씀이가 커 나라살림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고 했다. 

▲ 동아일보 2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2면 기사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와 경제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파장이 윤 정부에까지 영향을 줬다며 이를 중점에 두고 보도했다. 8면 기사는 “나랏빚은 문 정부 시절 크게 늘었다. ‘세금 일자리’ 확대 등 확장 재정 기조를 꾸준히 유지한 탓”이라며 “지난해 국가 채무 규모는 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과 비교해 440조8000억원 불었다”고 했다. 

▲ 조선일보 8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8면 기사 갈무리.

서울경제 1면 기사의 제목도 <文정부 퍼주기에 나라살림 117조 적자>였다. 기사는 “5년 내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고질화됐던 재정 중독의 여파”라며 “이전 정부 방만 재정의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 속에 윤 정부도 전 국민에게 코로나 재난 지원금을 무차별적으로 뿌리는 등 퍼주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 서울경제 1면 기사 갈무리.
▲ 서울경제 1면 기사 갈무리.

한국경제신문 2면 <국가부채 2300조 넘어 사상 최대…文정부 때 890조 폭증 탓>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관리재정수지 –112조원을 기록한 뒤 ‘연간 100조원대 적자’가 일상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는 “지난 문 정부의 ‘재정 중독’ 탓에 국가부채는 5년간 62.3% 폭증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재정 포퓰리즘 폭주는 멈출 줄 모른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초래한 ‘문재인 케이’를 연 5조원 이상의 혈세로 메우고, 10조원 넘게 들여 노인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퍼주기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 한국경제신문 2면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신문 2면 기사 갈무리.

한편, 한겨레는 “윤 정부가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도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 감세’를 통해 세수 확보 기반을 허무는 모순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1면 기사 <‘건전재정’ 머쓱 적자 117조 ‘최대’>는 “재정 건전성 악화는 ‘건전 재정’을 핵심 기조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 정부는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건전성 훼손을 어느 정도 감내한 뒤 올해부터는 지출 관리를 엄격히 해 점차 건전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수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지출을 줄이더라도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사설에서도 “특히 올해는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재정 운용은 더욱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고장 난 라디오처럼 똑같은 주장만 되뇌고 있다. 부정적인 표현으로 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워 복지 축소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저의가 아닌가 의심된다. 정부는 복지에 대한 부당한 선동을 그만두고 세수 결손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불 경계령 속 골프 치고 술자리 찾은 도지사들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는데 일부 광역자지단체장들이 골프연습장을 방문하거나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이다. 한겨레는 13면 기사 <산불 났는데 골프연습장 간 김진태 강원지사>에서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30분께 춘천의 한 골프연습장을 방문해 20분 정도 골프를 쳤다. 당시에는 산불위기경보 ‘경계’가 내려진 상황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김영환 충북지사도 제천 봉황산에서 불이 났을 때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며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밤 9시30분께 충주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단체 등과 술자리를 겸한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 한겨레 기사 갈무리.

사설을 통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사설은 “강원도는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며 지난 3월6일부터 4월30일까지 ‘산불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상황대응실도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김 지사가 대책본부장”이라며 “직원들에겐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본인은 근무시간에 골프연습장에서 총력을 다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해명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수준”이라며 “도는 김 지사가 1시간 연가를 냈다고 해명했는데, 연가 처리는 사흘 뒤에 이뤄졌다. 연가를 냈다 해서 면책될 사안도 아니다. 김 지사는 지난해 레고랜드 채무 지급보증 이행을 거부해 기업어음 시장에 일대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무책임 무능 행정이 고질적이란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산불 진화를 진두지휘해야 할 도지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두 도지사에 대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두 사람이 집권당 소속인 만큼 엄중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마땅하다. 그래야 나사 풀리듯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 세우고 성난 민심의 분노에도 최소한의 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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