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시청자위원이 “(건설노조 관련 보도에 대해 정부 쪽) 이쪽 이야기 말고 상대편 이야기도 보도되어야 한다. 그런 점이 아쉽다”고 지적하자, TV조선 보도운영부장이 “노조 입장도 잘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일 TV조선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지난 1월26일에 열린 시청자 회의록에 따르면 이지현 시청자위원(한국노동조합총연맹 미디어홍보본부장)은 “TV조선 보도에 기대하는 걸 말씀드리자면 예를 들어 건설노조 압수수색 관련 보도들이 있었는데 이게 너무 정부가 말하는 거 받아쓰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많이 든다. 정부가 조사했는데 금품 요구에 태업까지 해서 불법이 천태만상이라더라. 그리고 월례비 등으로 건설사 피해액이 1600억 원에 달하더라. 이런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고 그냥 끝나버린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보도된 TV조선 노동 관련 리포트들.
▲지난 1월 보도된 TV조선 노동 관련 리포트들.

이지현 위원은 이어 “저희도 건설노조를 한국노총에서 작년에 제명한 상태다. 문제가 많은 걸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지현 위원은 “건설 현장의 문제는 분명 바로잡아져야 하는데 사실 구조적인 원인들이 있다. 사측에서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하다 보니 월례비라는 명목으로 타워 크레인 기사들한테 예전부터 돈을 주면 이 사람들이 빨리 퇴근 안 하고 일을 더 해서 그 공사 기간을 더 당겨주고 이게 사실 건설사와 어찌 보면 노동자들 간의 관행이었다”며 “그런 게 굳어진 건데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으로 계속 일방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회계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이지현 위원은 “한국노총이 연 70억 원 정도의 국가 보조금을 받는다”며 “그런데 노동부 보조금은 30억 원 정도가 되고 다른 것은 지자체 보조금이 있는데, 무분별 방만하게 쓰지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e나라도움(국고보조금 전 과정 전자화 시스템)이라는 회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거기에 영수증을 일일이 다 첨부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런 건 보도하지 않고, 마치 노동조합이 완전 비리 집단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정부가 그렇게 의도하는 건 알겠는데, 언론이 그걸 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 그냥 정부가 요구한 대로 보도를 해야 하는가. 이런 점이 많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에 서일호 보도운영부장도 “<뉴스9>의 ‘돌봄 교실’이나 ‘노조’ 보도 관련해서 보도자료 받아쓰기식이라는 느낌을 받으셨다면 저희가 수정해야 할 문제다. 노조 입장도 잘 반영하고 돌봄 교실 찬반 여론과 실제 현장 목소리도 잘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TV조선 드라마 빨간풍선 포스터. 사진=TV조선 홈페이지화면 갈무리.
▲TV조선 드라마 빨간풍선 포스터. 사진=TV조선 홈페이지화면 갈무리.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11.6%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드라마 ‘빨간풍선’(20부작)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시청자위원들은 남녀 주인공들의 불륜을 미화하는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박예린 시청자위원(IT기업 HR)은 “극중 지남철의 불륜 스토리 비중이 너무 크고 미화되는 것 같아서 보기 불편했다. 마치 세기의 사랑을 하고 있는 것처럼 울고불고. 가정이 있는 중년에게 모성애를 느끼는 장면들을 너무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인 것처럼 표현해서 보기 불편했다. 매 회차마다 너무 구시대적이고 현실과 거리가 먼 장면들과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고 거슬리는 대사와 장면들이 여럿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지현 위원도 “역시나 지난번 회의 때 우려했던 부분이 역시 많이 나왔다. 불륜 미화적 요소가 너무 많고 이렇게까지 갈 데까지 가버리면 나중에 정리를 어떻게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회석 TV조선 책임피디는 “저희도 솔직히 처음에 이걸 기획할 때 너무 불륜 미화적인 요소로 가면 좀 어렵지 않느냐고 했을 때 작가님이 굉장히 자신감을 갖고 계셨다. 문영남이라는 걸출한 작가를 모셨을 때 그분을 핸들링하기보다는 그분을 최대한 서포트하는 게 저희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불구 작가 선생님도 불륜 미화적 요소 때문에 약간 불쾌해하는 여성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최종 엔딩은 각자 잘 마무리하고 벌줘야 할 사람은 벌 주고 잘 마무리를 하겠다고 저한테 약속을 하셨다”고 답했다.

한편 TV조선 시청자위원회는 위원장인 윤형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언론 학술), 권재홍 부위원장(언론 시민), 장지헌 서울예대 영상학부 교수(과학 기술), 이인혜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문화), 권정 언론인권센터 이사(인권), 양인선 HS애드 타겟익스피어런스팀 리더(경제),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미디어홍보본부장(노동), 안서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여성), 김정환 부경대 정보융합대학휴먼ICT융합전공 교수(과학 기술), 박예린 IT기업 HR(장애인) 등 총 1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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